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5화
PAYLUA ORIGINAL · 제5화

5화. 원하지 않는 지원자들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813자

오프라인 책장
"사장님, 채용 설명회 여기 맞죠?" 첫 번째 지원자는 오십 대 여성이었다. 장바구니에는 이력서 파일과 삶은 달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그 뒤로 작업복을 입은 청년, 유모차를 끄는 아버지, 단정한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줄지어 서 있었다. 지훈은 문에 붙은 잘못된 채용 공고를 떼었다. "여기는 그 회사 설명회 장소가 아닙니다. 누군가 허락 없이 주소를 올렸어요." 여자는 망설였다. "저는 버스 두 번 갈아타고 왔는데요. 일자리라도 소개받을 수 있을까요?" 지훈은 대답을 미뤘다. 그는 구인업체의 직원도 아니었고, 백도식이 뿌린 광고를 대신 처리할 책임도 없었다. 그러나 눈앞의 사람들은 각자 일자리가 필요해서 찾아왔다. "정식으로 확인된 공고만 안내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일단 광고의 문제를 설명드릴게요. 원하시면 다른 상담처를 알려 드릴 수 있고요." 철민은 벽에 새 종이를 붙였다. '이곳에서는 미래인력개발 채용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계약 전 조건과 상대 회사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예린은 인터넷에 올라온 광고의 게시처와 게시 시간을 저장했다. 플랫폼 운영자에게 허위 주소 사용 신고도 보냈다. 지훈은 지원자에게 개인정보를 추가로 내지 말라고 안내했다. 그런데 오후 두 시쯤 찾아온 여자는 조금 달랐다. 서른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손목에 감긴 보호대를 숨기며 물었다. "여기서 직업을 바꿔 준다던데요." "직업을 대신 정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적성을 확인하고 선택을 도와드리는 곳이에요." 여자는 의자에 앉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저 재봉사였어요. 스무 살 때부터 공장에 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실을 못 꿰어요." 지훈의 시야에 문장이 떠올랐다. [김지연 / 잠재 적성: 의류 수선 97.9%] [표현 가능 수준: 4%] [직업 선택 권한: 제한됨] [관련 계약: 미래인력개발 064번] 064번. 검은 명함의 117명 중 하나였다. "최근에 다른 회사에서 일하셨나요?" "계약직으로요. 창고에서 물건 분류했어요. 그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더니……" 김지연은 가방에서 바늘꽂이를 꺼냈다. 수십 년 동안 쓰던 바늘이었다. 손이 떨리지는 않았다. 눈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바늘귀를 가까이 가져가면 머릿속에서 방법이 사라졌다. "회장님이 그러더군요. 다른 직업으로 살아갈 자신 있으면 해 보라고." 지훈은 그녀 앞에 재봉틀 대신 종이와 연필을 놓았다. "지금 만들고 싶은 옷을 그려 보실래요?" "그림은 못 그리는데요." "잘 그릴 필요 없어요. 누구를 위한 옷인지부터요." 지연은 처음에 빈 종이만 바라봤다. 그러다가 가방에서 작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었다. "이 애가 입을 점퍼요. 소매가 자꾸 짧아져서." 여자는 소매 끝을 둥글게 그리고, 안감 색깔을 적었다. 지훈의 눈앞에서 표현 가능 수준이 4에서 7로 올랐다. "지연 씨. 방금 뭘 하셨는지 아세요?" "옷 그렸죠." "직접 고르셨습니다. 누가 시킨 일이 아니라." 지연은 종이를 내려다봤다. 자신이 그린 선이 무언가를 되찾아 줄 수 있다는 듯 손끝으로 모서리를 문질렀다. 지훈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이걸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계약 문제는 별도로 살펴야 합니다. 다만 방법을 잊은 게 재능이 없어졌다는 뜻은 아닐 수 있어요." 지연은 한참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고도 그런 사람이 많아요. 회사에서 나왔는데 자기가 뭘 잘했는지 잊은 사람들." "연락할 수 있습니까?" "몇 명은요. 하지만 무서워할 거예요." "무리하게 모시지 마세요. 원하면 상담받을 수 있다고만 전해 주세요." 저녁 무렵 지연이 떠난 뒤, 예린이 말을 꺼냈다. "백 회장이 굳이 광고를 우리 주소로 보낸 이유를 알겠어요." "왜죠?" "새로운 직원을 모집하는 동시에 과거 직원들을 이곳으로 끌어내는 거예요. 누가 당신 편에 서는지 확인하려는 거죠." 철민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여기 온 사람들 전부 위험한 거 아닙니까?" 지훈은 소개소 문을 걸어 잠그지 않았다. 대신 커튼을 내려 상담 장면이 길에서 보이지 않게 했다. 민감한 자료는 컴퓨터에서 분리해 암호를 설정했고, 안전한 도움을 받을 창구를 알아봤다. "여기가 위험해졌다고 아무나 들여보내면 안 되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모두 내쫓을 수도 없습니다. 방법을 만들어야죠." "어떻게요?" "누가 무슨 일을 할지, 그걸 정하는 데부터요." 지훈은 칠판에 세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오지훈 — 상담·구직 연결. 강철민 — 빵집 실습·현장 지원. 나예린 — 정보보안·기록 보존. 마지막 줄은 아직 비워 두었다. '김지연 — 희망 직무 확인 중.' 철민이 빈칸을 보다가 물었다. "정해진 적성을 적으면 되잖습니까?" "그건 제 눈에만 보이는 숫자예요. 본인이 고른 일을 적어야죠." 그 말에 예린이 노트북을 열었다. 이번에는 회사 시스템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새 문서였다. '첫 번째 구직자 동맹 — 목적: 누구나 자신의 일과 퇴사를 스스로 선택한다.' 그녀가 문서를 공유하자 철민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동의했다. 지훈은 자신의 이름 옆에 직함을 적지 않았다. 세 사람 중 누구에게도 리더 자리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밤 아홉 시, 김지연에게서 문자가 왔다. '상담사님, 오고 싶다는 사람 다섯 명이 더 있어요. 그중 한 분이 회장님 직업을 원래 알고 있었대요.' 지훈이 답장을 쓰려던 찰나, 소개소 문틈으로 종이 한 장이 밀려 들어왔다. '구직자 동맹 참가자 명단 확인. 6명.' 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내일은 12명으로 만들어 보시지.' 백도식은 도망치는 사람을 막으려는 게 아니었다. 그는 누가 빠져나오는지 세고 있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5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5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