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민은 처음으로 제빵 수업을 열었다.
수강생은 둘이었다. 박이안과 김하늘. 둘 다 지금의 일자리 때문에 불안했고, 다른 사람의 재능을 빌리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오늘은 누구의 능력도 양도받지 않습니다."
철민은 칠판에 크게 썼다.
'첫 번째: 손 씻기. 두 번째: 반죽. 세 번째: 소금은 적당히.'
박선규가 손뼉을 쳤다.
"세 번째는 강철민 선생님이 제일 못하는 겁니다."
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안도 오랜만에 어깨에서 힘을 뺐다.
철민은 저울을 두고 밀가루와 물을 나눠 주었다. 손끝으로 반죽의 온도를 느끼는 일은 그에게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그 감각을 두 사람에게 옮길 방법은 없었다. 그는 대신 천천히 설명했다.
"반죽이 말랑하다고 다 된 게 아닙니다. 너무 차가우면 기다려야 하고, 더 치대면 오히려 질겨질 때도 있어요."
이안이 물었다.
"그럼 적성이라는 게 결국 기다리는 방법인가요?"
"글쎄요. 전 오래 못 기다리는 사람이었는데, 빵은 기다려야 하더군요."
지훈은 계산대에서 그들을 지켜봤다. 능력이 보이던 시절에는 어떤 사람의 적성이 98.7%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이안의 적성은 숫자로 설명할 수 없었다. 대신 열 번 실패해도 반죽을 다시 만지는 모습은 볼 수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었다. 다만 직업으로 삼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박 씨가 물었다.
"그럼 무엇 때문에 배우러 왔어?"
"하고 싶은 일이 바뀌어도 괜찮다는 걸 확인하려고요."
박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밀대를 건넸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졌을 무렵 빵집에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명함을 내밀며 자신을 미래재능거래소의 제휴 담당자라고 소개했다.
"강철민 씨의 특출난 제빵 감각을 판매 상품으로 등록하고 싶습니다. 한 시간 체험권으로 시작하면 상당한 수입이 가능합니다."
철민은 웃음을 멈췄다.
"제빵 감각을요?"
"물론 동의하시면 진행하죠. 실제로는 장기 이용 계약이 더 유리합니다."
박 씨가 물었다.
"그 감각을 남이 쓰면 철민이는 어떻게 됩니까?"
"잠시 피로가 생길 수 있지만 수익이 보장됩니다."
"피로가 아니라 기술을 잃는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담당자는 답을 피했다. 대신 계약금을 이야기했다. 철민의 한 달 급여보다 큰 액수였다.
철민은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예전에는 어머니 장례비를 빌렸다는 이유로 남의 일을 대신 해야 했다. 지금도 돈은 필요했다. 하지만 무엇을 잃는지 모르는 계약에 다시 이름을 쓸 수는 없었다.
"안 하겠습니다."
"조건을 더 들어 보시죠."
"아뇨. 제 손으로 빵을 굽고 싶습니다. 돈을 더 준다고 손을 빌려줄 생각은 없습니다."
담당자는 나갔다. 박 씨는 조용히 가게 문을 닫고 걸쇠를 확인했다. 지훈은 명함과 제안서의 사본 보관에 대한 동의를 요청하려 했지만 담당자가 이미 떠난 뒤였다. 철민은 자신의 기억대로 대화 내용을 적었다.
그날 오후 하늘이 구운 첫 소보로빵이 나왔다. 모양은 삐뚤었고 설탕은 듬성듬성했다. 그녀는 사진을 찍어 부모에게 보냈다.
'오늘은 누가 가르쳐 준 대로 직접 만들었어.'
이안은 라디오 수리 책을 빌려 갔다. 다경에게 배워도 되느냐고 다시 물었고, 다경은 다음 날부터 소규모 장비 점검 교육을 해 보자고 했다.
그런데 저녁, 철민이 자신의 통장 앱을 확인하다 눈을 크게 떴다.
"사장님. 저한테 돈이 들어왔습니다."
[입금: 재능 체험 선지급금]
철민은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계좌를 알려준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이미 돈이 들어와 있었다.
곧이어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지급금 반환 요청은 가능하나, 이용권은 이미 발행되었습니다.'
철민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제 빵 냄새까지 팔아 버린 겁니까?"
제5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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