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재능거래소의 오디션은 쇼핑몰 꼭대기층에서 열렸다.
출입문 앞에는 조명이 번쩍였고 유명한 가수를 흉내 내는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간판에는 '숨겨진 천재 발굴 프로젝트'라고 적혔다. 객석에는 불안한 얼굴의 구직자와 호기심 어린 가족들이 섞여 있었다.
"왜 이런 걸 보러 오죠?"
강철민이 물었다.
"돈을 벌고 싶으니까요. 어떤 사람은 하루만이라도 자신에게 다른 재능이 생기길 바라고요."
오지훈은 입구에서 무료 입장권을 받아 들었다. 가입서와 별개였다. 입장만으로 체험에 동의한 것이 아님을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무대에 첫 번째로 올라온 사람은 검은 후드티를 입은 청년이었다. 그는 피아노에 앉아 박수까지 받았지만, 막상 건반을 눌렀을 때는 손가락이 굳어 버렸다.
"이상합니다. 이분은 재능권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요."
사회자는 웃으며 상황을 넘겼다. 관객이 술렁였다.
두 번째 사람은 면접장을 마다하고 찾아온 박이안이었다. 지훈은 놀라 그에게 다가갔다.
"이안 씨, 여기 왜 왔어요?"
"제가 어제 받은 카드를 반납하러요. 전화했더니 현장으로 가져오라고 했어요."
"출연 신청도 하셨어요?"
"아뇨. 여기 앉아 있으라고 해서요."
지훈은 객석 표를 확인했다. 이안의 이름 옆에는 '재능 재검증 참가자'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본인에게는 설명되지 않은 분류였다.
"무대에 올라갈 필요 없어요. 반납 방법부터 따로 확인하죠."
이안은 오래 참던 숨을 내쉬었다.
그때 무대 옆에서 한 여학생이 넘어질 뻔했다. 열아홉 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하늘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연습했지만 진로를 바꿔 무대 음향을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재능거래소에서는 세 시간만 체험하면 전공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저는 정말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건 줄 알았어요."
하늘은 자신의 번호표를 지훈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제 번호가 왜 '악기 연주 적성 원천 제공자'로 되어 있죠? 전 연주를 팔러 온 적 없는데요."
지훈은 표를 보았다. 신청한 것은 음향 체험인데 분류는 바이올린 연주 적성 제공자였다. 하늘이 선택한 방향과 정반대였다.
"이걸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 봤습니까?"
"그랬더니 제가 아직 어려서 계약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어요."
하늘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철민이 웃음기를 거뒀다.
"모른다고 말했으면 더 설명해 주는 게 맞지. 왜 대신 정해?"
하늘은 그 큰 남자를 올려다봤다가 비로소 웃었다.
"아저씨, 제 아버지 말투랑 똑같아요."
"그렇게 늙지는 않았는데."
오디션 중간에 정전이 났다. 객석의 사람들이 소리쳤다. 다행히 비상등이 켜졌고 관계자들이 출입구를 안내했다. 지훈은 가만히 서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나가는 것을 도왔다. 무대 뒤에서는 누군가 재능 카드 장치를 서둘러 치우고 있었다.
철민이 달려가려 하자 지훈이 팔을 붙잡았다.
"장비를 빼앗아선 안 됩니다. 사람부터 안내하세요."
밖으로 나온 이안이 자기 휴대전화에 뜬 알림을 보여 줬다.
[재검증 자동 완료]
[체험 카드 반납: 수락됨]
[신규 공급자 추천: 김하늘]
"저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어요."
하늘의 휴대전화에도 같은 시각 새로운 통지가 나타났다.
[원천 적성 제공 대상자 지정]
[악기 연주 적성: 이전 준비]
지훈은 두 사람에게서 번호표를 받아 적었다. 누가 왜 잘하는지 보여 주겠다는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무대 뒤에서는 사람의 선택이 뒤바뀌고 있었다.
멀리서 예린의 전화가 왔다.
"지훈 씨, 미래재능거래소 대표 등기 자료를 찾았어요. 황주석은 아니에요. 그런데 이름이 이상합니다."
"누군데요?"
"법인 대표가 사람이 아닙니다. '원천관리계정'으로 표시돼 있어요. 공개 자료와 실제 운영 주체가 서로 안 맞아요. 정확한 법인 정보는 다시 확인해 봐야겠어요."
지훈은 쇼핑몰 유리문에 비친 사람들을 바라봤다. 누구든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회사에는 정작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제5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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