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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52화
PAYLUA ORIGINAL · 제52화

52화. 빌린 재능으로 보는 면접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43자

오프라인 책장
오후 한 시가 되기 십 분 전, 옆 건물 지하 강당에는 긴 줄이 생겼다. 건물 입구에는 '새로운 능력을 만나는 하루, 적성 체험 면접'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번듯한 안내 데스크와 무료 생수가 놓여 있었고, 지원자들은 각자의 번호표를 쥔 채 서로를 힐끔거렸다. "여기서 일하면 기술을 그냥 준대요." 강철민이 지훈에게 속삭였다. "누가 그러던가요?" "앞에 있던 청년이요. 신기한 회사 아닙니까? 저도 빵 굽는 손을 빌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철민 씨는 이미 굽잖아요. 소금 양만 좀 줄이면." "그 얘기는 여기서도 하셔야 합니까?" 둘은 웃었지만 서다경은 웃지 않았다. 그녀는 면접장 바깥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본인의 상담 정보를 증거로 제출하고 싶지만 무대 위에서 자신의 과거가 낭독되는 것은 원치 않았다. 지훈은 그 뜻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예린은 행사 담당자에게 사전 고지문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종이를 한 장 건넸다. '직무 체험 중 일시적 수행 향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원천 제공자는 별도 계약에 따른다.'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는 쓰여 있지 않았다. 지훈은 말없이 그 문장을 사진으로 남겼다. 공개된 안내문 촬영은 허락받았고, 다른 지원자의 얼굴은 찍지 않았다. "다음 지원자, 박이안 씨." 스물셋쯤 되어 보이는 청년이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구겨진 셔츠에 운동화를 신었고, 한 손에는 낡은 이력서 파일을 들고 있었다. 그는 이전 직장이 물류창고라고 소개했다. 작년에 계약이 끝난 뒤 음향 보조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장비를 만져 본 적은 없었다. "전문 기술을 익힐 의향이 있습니까?" 진행자의 질문에 이안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배울 수 있다면요." "그럼 이 카드를 잡으십시오." 회색 플라스틱 카드였다. 이안이 손가락을 올리자 카드 앞면에 푸른 불빛이 돌았다. 무대 위 스피커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고, 진행자는 고장 난 오디오 믹서를 가리켰다. "삼 분 안에 원인을 찾으면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합니다." 이안은 버튼을 바라봤다.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배선 단자를 확인하고 특정 회로의 접촉 불량을 짚어냈다. 기기를 켜자 잡음이 깨끗이 사라졌다. 박수 소리가 터졌다. "뭐야, 저 사람 경력자였어?" "아니에요! 저 이런 거 처음 봐요!" 이안은 자신도 놀라 뒷걸음질했다. 진행자는 성공 스티커를 그의 옷에 붙였다. [체험 적성: 음향 장비 고장 진단] [수행 일치율: 97.8%] [원천 제공자: 비공개] 지훈은 마지막 줄을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 수치를 볼 수 없어진 자신에게도 행사장의 화면은 선명하게 보였다. 정말로 다른 사람의 경험이 옮겨진 걸까, 아니면 장비가 미리 조작된 걸까. 무엇이든 본인 동의가 없다는 의혹은 남았다. 강당 밖에서 다경의 전화가 울렸다. "잠깐만요." 그녀는 휴대전화를 귀에 댔다가 곧 얼굴이 굳었다. 작은 극장에서 음향 고장을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다경은 매주 수요일 그곳에 가서 믹서를 점검했다. "오늘도 제가 가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어디가요?" "담당자가 소리가 한쪽만 난다고 하는데, 어디부터 봐야 하는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아요." 다경은 오른손을 펴 보였다.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오래 사용한 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낯선 사람의 손을 보는 것처럼 바라봤다. 강당 안에서는 박이안이 자신의 성공을 축하하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당 밖에서는 서다경이 휴대전화를 쥔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지훈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다경 씨. 지금 가장 먼저 하실 일은요?" "고객에게 오늘 점검을 잠시 미룬다고 말씀해야겠어요. 안전하게 확인할 자신이 없어요." 그녀가 전화번호를 누르는 동안 행사장 전광판에는 다음 문구가 떴다. '첫 번째 적성 양도 체험 성공.' 다경의 손에서는 자신이 오래 배운 순서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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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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