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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50화
PAYLUA ORIGINAL · 제50화

50화. 직업소개소는 문을 닫지 않는다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874자

오프라인 책장
마지막 공석은 직업이 아니었다. 오지훈의 눈앞에 떠오른 서류에는 사무실 주소도, 채용 회사도, 근무 시간도 적혀 있지 않았다. 오직 한 줄만 있었다. [직무명: 전국 공석 최종 승인자] [임시 지정자: 오지훈] [지위 수락 시 나머지 보류 공석 재가동] 지훈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동안 재단은 한 사람의 거절을 다른 사람의 의무로 바꾸고, 한 사람의 휴식을 다른 사람의 빈자리로 바꾸었다. 이제는 마지막 한 자리에 그 모든 승인 권한을 모으려 하고 있었다. "이거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나요?" 예린이 물었다. "저한테 모든 걸 정할 권한이 생기는 것처럼 써 있어요." "그럼 안 받으면요?" "아무 말도 안 합니다." 지훈은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안 받는다'고 말하는 것과 '아무 말도 안 한다'는 것은 달랐다. 그는 자신이 받은 제안의 범위에서 분명하게 대답하기로 했다. "저는 전국의 사람을 대신해 어떤 직무도 승인하지 않겠습니다. 이 자리를 수락하지 않습니다." 잠시 화면이 꺼졌다. 곧 다시 글씨가 나타났다. [최종 승인자 지정 실패] [자동 승계 일괄 실행: 보류] [원본 기록 및 이의 제기: 보존] 지훈은 환호하지 않았다. '보류'는 '취소'가 아니었고, 시스템 창의 결과가 현실의 모든 계약을 바로잡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그때 예린의 전화가 울렸다. 한성욱이었다. "저희 회사는 외부 배정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지금은 안전 점검과 교대표 정정을 진행 중이에요. 제가 퇴사한 걸로 표기됐던 건도 바로잡는 중입니다." 다른 연락도 이어졌다. 류민서는 면접 결과를 다음 주에 받는다고 했다. 박선규는 오늘 휴식 시간을 근무표에 정확히 적었고, 그 때문에 가게 문을 닫지도 않았다고 했다. 정태식은 외부 조사를 위한 자료 정리 담당자로서 자신이 만든 일곱 건 묶음 양식의 변경 경위를 제출했다. 사람들이 각자 자기 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지훈에게는 가장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시계가 아홉 시 일 분을 가리키자 그의 시야가 다시 흔들렸다. [직업 적성 분석 권한 회수 개시] 강철민의 머리 위에 늘 보이던 제빵 적성 숫자가 사라졌다. 류민서와 상담할 때 보이던 다국어 상담의 수치를 떠올려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창가에 선 구은정의 머리 위에는 어떤 글씨도 남지 않았다. 지훈은 눈을 비볐다. 회수 절차가 끝나자 사람들은 그저 사람이었다. 피곤해 보이는 사람, 걱정하는 사람, 이제 막 웃는 사람. 누군가를 한눈에 설명해 주던 숫자들은 모두 없어졌다. "왜 그렇게 보세요?" 철민이 물었다. "이제 안 보입니다." "뭐가요?" "적성이요. 누구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숫자가 하나도 안 보여요." 철민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빵집에서 가져온 작은 종이봉투를 지훈에게 내밀었다. "그럼 이것도 안 보이겠네요." 봉투 안에는 조금 찌그러진 소보로빵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하나는 윗면이 터졌고, 다른 하나는 설탕이 한쪽에 몰려 있었다. "둘 중 뭐가 제가 만든 건지 맞혀 보세요." "저 이제 정말 모릅니다." "원래 못 맞혔어요." 철민이 웃었다. "그래도 먹어 보면 압니다. 오늘 건 둘 다 좀 짜거든요." 지훈은 빵을 베어 물었다. 과연 짰다. 박 씨가 아래층에서 소리쳤다. "강철민! 내가 소금통부터 확인하랬지!" 철민이 계단으로 뛰어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죽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지훈은 천천히 웃었다. 적성의 수치를 몰라도 누군가 계속 빵을 굽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점심 무렵 구은정은 현황을 정리해 주었다. 긴급 자동 배정은 여러 운영사에서 중단·검토 중이며, 근로자별 권리와 계약 정정은 별도의 확인이 필요했다. 000번 원칙의 전용 문제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황주석의 책임은 확인된 진술과 자료를 토대로 따져야 했다. "끝난 건 아니군요." 지훈이 말했다. "끝난 일도 있어요. 누군가를 대신 정하라고 할 때, 당신이 정하지 않은 일. 그건 분명히 끝났습니다." 은정이 웃었다. 지훈은 사무실 간판 아래에 작은 안내문을 새로 붙였다. '새 출발 직업소개소.' '모든 상담은 당사자의 선택으로 시작하고, 당사자의 선택으로 끝납니다.' '다시 찾아오셔도 됩니다.' 오후 네 시, 첫 손님이 문을 열었다. 중년 여성이었다. 앞치마를 손에 들고 한참 망설이다 들어왔다. "혹시 직업 적성을 봐 주신다는 분이 계십니까?" 지훈은 의자를 권했다. "예전에는 그런 능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그래도 원하시면 어떤 일을 해 오셨는지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요." 여성은 자리에 앉지 않았다. "그럼 다행이네요." "다행이라고요?" "제가 뭘 잘하는지 누가 또 정해 줄까 봐 무서웠거든요." 여자는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냈다. 겉면에는 새 출발 직업소개소 주소가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안에는 채용 계약서 대신 낡은 이름표 하나가 들어 있었다. '최초 거절자 — 000.' 지훈의 손이 멈췄다. "이걸 어디서 받으셨습니까?" 여성이 고개를 저었다. "받은 게 아닙니다. 제 거예요." 지훈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000번 기록 속 목소리가 아니라, 그 뒤에 살아온 한 사람이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여자가 먼저 물었다. "저는 이번에도 거절하러 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다른 걸 거절해야 합니다." "무엇을요?" "내가 원하지 않은 직업이 아니라, 내가 원한다고 믿게 만드는 일자리요." 그녀가 봉투에서 두 번째 종이를 꺼냈다. 이번에는 아무런 회사명도 없는 신청서였다. 맨 위에 낯선 문장이 적혀 있었다. '개인의 직업 적성 양도 동의서.' 오지훈은 처음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으로 그 종이를 읽었다. 그리고 물었다. "이 서류에 서명하셨습니까?" "아니요." 여성은 똑바로 대답했다. "그래서 여기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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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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