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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46화
PAYLUA ORIGINAL · 제46화

46화. 적성을 잃어버리는 상담사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12자

오프라인 책장
남은 시간은 사십일 시간이었다. 지훈은 종이에 남은 시간을 적었다가 지웠다. 능력이 사라지는 시각을 붙잡고 있을수록 그전까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상담을 해야 하는데, 상담사인 자신이 먼저 조급해졌다. "하루만 소개소 문을 닫으세요." 나예린이 말했다. "회수 예정이라고 떠 있는데도 계속 일하려고요?" "그럼 회수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합니까?" "아니요. 그 능력 없이도 이곳이 돌아가는지 확인하자는 거예요." 예린은 상담 예약표를 보여 줬다. 오늘 예약은 세 건. 그중 한 사람은 컴퓨터로 구직신청서를 작성하는 법을 배우러 온 어르신이었고, 다른 사람은 회사가 지급하지 않은 임금 때문에 어느 기관에 문의해야 할지 묻고 있었다. 세 번째는 류민서였다. 새로 지원한 다문화 지원기관 면접을 앞두고 이력서 문장을 점검하고 싶다고 했다. "셋 다 눈으로 적성을 읽어 줄 필요는 없잖아요." 지훈은 입을 다물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특별함이 사라지면 소개소까지 사라질 것 같았다. 강철민은 오븐에서 빵을 꺼내다가 지훈의 표정을 보고 물었다. "상담사님은 내 적성이 제빵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보였습니다. 숫자가요." "그럼 내가 빵 굽고 싶다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지훈은 답하지 못했다. 철민이 처음 빵집 문턱을 넘을 때 떨던 손, 밀가루 냄새에 잠시 멈췄던 얼굴, 반죽 앞에서 처음으로 조용해졌던 표정을 떠올렸다. "그건 제가 봤죠." "그렇죠." 철민이 웃었다. "그럼 반은 아직 남겠네." 오후에 류민서가 도착했다. 그녀는 면접 일정이 잡혔다며 기쁜 얼굴로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그러나 곧 표정이 굳었다. "이력서에 공장 안전관리자로 일한 경력이 자동으로 들어가 있어요. 하루 근무, 무단결근 한 번. 제가 그쪽 사이트에 입력한 적 없는데요." 예린은 먼저 어떤 사이트에서 표시됐는지 확인했다. 실제 회사의 경력증명서가 아니라, 외부 인재추천 플랫폼의 자동 생성 항목이었다. 민서는 잘못된 정보의 정정을 요청하고, 면접 기관에도 사실을 설명하기로 했다. "취업도 하기 전에 문제 있는 사람처럼 보이겠죠?" 민서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렇지 않도록 사실관계 자료를 정리하죠. 다만 그쪽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는 우리가 미리 정할 수 없어요." 지훈은 평소처럼 민서의 적성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숫자가 보였다. 다국어 상담 97.8퍼센트. 그리고 새로운 문장이 붙었다. [권한 회수 시 이전 분석 결과 조회 불가] [데이터 보존 여부: 불명] 그는 화면을 눈으로 좇다가 스스로 멈췄다. 민서가 불안해하는 순간에 필요한 말은 97.8퍼센트가 아니었다. "민서 씨, 면접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경험이 있잖아요. 지난번에 말씀하신 외국인 근로자 상담 봉사요. 어떤 질문을 받았고, 어떻게 설명하셨는지부터 써 봅시다." 민서는 긴 문장 대신 실제 사례를 한 줄씩 적기 시작했다. 어느 날 교대 근무를 잘못 이해한 직원에게 그림을 그려 설명했던 일, 휴가 신청서를 대신 작성하지 않고 항목 뜻을 함께 읽어 줬던 일. 이야기를 하는 동안 어깨가 조금씩 풀렸다. 면접 연습을 마친 뒤 그녀가 말했다. "선생님이 제 적성을 봐 주신 줄 알았는데, 오늘은 제가 했던 일을 다시 봤어요." 지훈은 그날 업무 일지에 처음으로 능력 수치를 기록하지 않았다. 저녁 일곱 시, 구은정에게서 연락이 왔다. 황주석이 반출한 000번 테이프를 정식 보관기관에 제출했다는 접수 확인이었다. "다만 듣기 전에 조건이 있어요. 그분 목소리에는 개인정보가 있습니다. 당사자의 공개 의사를 확인해야 합니다."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통화를 마치자 적성창에서 첫 번째 숫자가 꺼졌다. [오지훈 / 직업 상담 적성: 100% → 표시 불가] 사람들의 숫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숫자가 먼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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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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