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석이 보낸 사진의 배경은 낡은 창고였다. 벽에는 표면이 벗겨진 노란 안전 표지가 붙어 있었고, 바닥에는 오래된 나무 상자가 쌓여 있었다.
"찾아가면 안 되겠죠?"
강철민이 물었다.
"찾아가더라도 무엇을 확인하러 가는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주소도 모르고, 초대받은 것도 아니니까요."
예린은 사진의 위치를 알아내겠다며 불법적인 계정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사진과 발신 원본을 보존한 뒤, 황주석이 정식으로 자료 제출 의사를 밝힌 수탁기관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허락 없이 찍은 현장을 찾아가면 오히려 증거와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날 소개소에는 평소보다 손님이 적었다. 재단 공고를 보고 왔던 사람들은 대부분 돌아갔고, 실제 상담을 신청한 사람 두 명만 기다렸다. 지훈은 그들에게 오늘 급한 일이 있다며 상담을 취소하지 않았다. 한 시간씩 시간을 정해 일했다.
첫 손님은 일흔을 앞둔 남자였다. 경비 일을 하다가 건강 때문에 쉬게 됐고, 새로 하루 네 시간짜리 일을 찾고 있었다. 지훈의 눈에는 '식물 관리'라는 적성이 크게 보였다. 하지만 남자는 "꽃은 자신 없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과 짧게 인사할 수 있는 일을 원했다.
"그러면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단기 공공활동도 검토해 보시겠어요? 근무 시간과 자격이 맞는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담이 끝난 뒤 지훈은 따로 이름을 적어 두지 않았다. 당사자가 요청한 연락 방법으로만 안내하기로 했다.
두 번째 손님이 나간 뒤에야 그는 사진 속 '사용권 회수' 문구를 다시 살폈다. 자기 직업을 되찾아 주는 자라는 적성을 얻은 뒤로, 그는 이상한 착각을 하곤 했다. 누군가의 앞길을 돕는 재능은 좋은 것이니 자신도 언제나 옳은 쪽에 서 있을 것이라고.
"사용권이라. 제가 사람을 봐 주는 눈도 누군가에게 빌린 거라는 뜻일까요?"
오혜숙이 문가에서 대답했다.
"오 선생이 그 눈으로 뭘 하든, 사람에게 직접 묻는 일은 빌려 온 게 아니에요."
그녀는 새로 받은 문서 사본을 꺼냈다. 공석관리재단의 5년 전 인사 시스템 도입 검토서였다. 지훈이 당시 상담 박람회에서 받은 임시 계정이 '적성 분석 체험'이라는 프로그램과 연결돼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제 능력이 프로그램에서 생긴 겁니까?"
"모릅니다. 이건 접근 권한을 준 기록일 뿐이에요. 실제로 오 선생 눈에 보이는 걸 설명하진 못해요."
혜숙이 말했다.
그때 예린이 전화를 받았다. 공석관리 연동 업체에서 보낸 접수 확인이었다. 연화정밀과 박 씨 빵집을 비롯한 일부 이의 제기에 대해 운영사가 신규 자동 배정을 잠정 보류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4,812개 대상 목록은 계속 처리 중이었다.
"우리가 도운 곳은 일단 멈췄네요."
예린이 말했다.
"그럼 전국도 금방 멈추겠죠?"
철민의 물음에 은정이 고개를 저었다.
"각 현장의 계약이 다르고, 운영사도 여러 곳이에요. 하나가 멈췄다고 전부 멈추는 건 아닙니다."
저녁 무렵, 지훈의 전화로 녹음된 음성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황주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직접 만나는 대신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공석을 관리해 본 적 있습니까?'
지훈이 답장을 보내기 전에 두 번째 음성이 왔다.
'공석은 비워 두면 적자가 됩니다. 그런데 사람이 거절하면 그 적자를 누가 감당합니까? 나는 그 비용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음성이 도착했다.
'오지훈 씨가 118번의 사용권을 거절하면서 회계 장부에 구멍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제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말이 끝나자 지훈의 시야에 붉은 항목이 나타났다.
[직업 적성 분석 권한 / 회수 절차 예고]
[예정 시각: 48시간 후]
[회수 조건: 118번 미승계 상태 유지]
철민이 지훈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상담사님. 왜 갑자기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처럼 눈을 깜빡입니까?"
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능력을 잃는 일보다 무서운 것은, 그 능력을 빌미로 다시 누군가를 강제로 지정하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제4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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