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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34화
PAYLUA ORIGINAL · 제34화

34화. 들리지 않았던 거절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44자

오프라인 책장
"회장님을 같이 데려가겠다고요?" 강철민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지훈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백도식이 자신의 거절을 설명하고 싶어 하는 것과 그가 다른 사람에게 한 일을 책임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회장님 진술이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회장님을 믿고 다른 분 자료를 넘기자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구은정은 그 구분을 서면에 남기자고 했다. 자료실 열람 신청은 이해관계자별로 따로 제출하고, 열람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도 구분했다. 재단의 청문 자료실은 예전 구직지원센터 건물 지하에 있었다. 현재 소유·관리 주체에 대한 서류는 서로 달랐지만, 은정은 보관 담당자와 사전에 열람 절차를 확인해 두었다. 혜숙과 지훈, 은정이 먼저 들어갔다. 예린은 허용된 기록의 목록과 보존 상태를 확인했고, 백도식은 자신의 자료에 관한 부분만 별도로 열람하기로 했다. 지하에는 냉기가 돌았다. 금속 선반마다 종이 상자가 놓여 있었고, 벽에는 오래된 소형 녹음기들이 쌓여 있었다. 관리인은 먼지가 쌓인 카세트 하나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 "당시 상담 기록을 구술로 남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재생할 기계가 별로 없죠." 은정은 기기와 매체의 상태를 기록한 뒤 사본을 만들 수 있는 범위를 확인했다. 누구도 원본 테이프를 들고 나가지 않았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지직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직장이라는 걸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 안 됩니까?' 지훈은 숨을 멈췄다. 오 년 전의 백도식이었다.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물었다. '그럼 당신이 맡던 사람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건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잖소. 본인들이 결정하면 되지.' 테이프는 잠시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다만 그 사람들 다 떠나면 나한테 남는 게 없겠지. 그건 겁나오.' 지훈은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는 분명 두려움에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만으로 이후의 강제 계약이 정당화되지는 않았다. 녹음 후반에는 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두려움을 이유로 타인의 거절을 무효화할 수 없습니다.' 혜숙이 입을 가렸다. "제 목소리예요." 기록 담당자가 남긴 메모에는 그 여성의 발언이 '참관인 의견'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정식 심사 기록에서 빠졌던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어 세 번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럼 공석을 다른 인력으로 보전합시다. 사업을 유지하려면 필요한 일입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 분명하지 않은 낮은 목소리였다. 누구의 것인지 단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지훈의 시야에 흰 글씨가 떠올랐다. [000번 원칙 위반 지시의 최초 기록] [발언자: 식별 불가] "이 사람이 재단을 만든 겁니까?" 지훈이 묻자 은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모릅니다. 한 문장으로 단체의 시작을 결론 낼 수는 없죠." 자료실을 나와 계단을 오를 때, 백도식이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확인하고 난 뒤 한참 말이 없었다. "나는 그때 정말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어." 지훈은 물었다. "왜 안 그만두셨습니까?" "내가 떠나면 내 자리도, 내 사람들도 누군가 가져갈 거라고 했으니까. 그래서 내가 차라리 먼저 붙잡으면 된다고 생각했지." "그 선택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알고 있어." "안다는 말로 끝낼 수는 없고요." 백도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낡은 회중시계를 꺼냈다. 용두를 감자 바늘이 한 칸 움직였다. 그날 밤, 예린은 허용받은 기록 목록과 실제 테이프 상자 수를 대조했다. 수량이 맞지 않았다. "한 개가 비었어요." "무슨 테이프인데요?" "당사자가 직접 '싫다'고 말한 녹음이에요. 접수번호는 없고, 제목만 남았어요." 모니터에는 제목이 떠 있었다. '000번 — 최초의 거절.' 그 아래 보관 이력에는 이상한 날짜가 적혀 있었다. 그 녹음은 누군가 오늘 아침에 반출한 것으로 처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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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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