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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30화
PAYLUA ORIGINAL · 제30화

30화. 마지막 거절을 받는 자리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896자

오프라인 책장
"급여 시스템이 멈춘다고요?" 지훈이 되물었다. 태식은 숨을 고르며 설명했다. 실제 은행 계좌의 돈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다만 급여 파일을 생성하는 프로그램이 승인 오류를 내면서 명세서 출력과 이체 목록 작성이 중단됐다. 원인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회사가 임의로 정상이라고 발표할 수 없었다. "그럼 수기로 계산하면 안 됩니까?" 철민이 물었다. "가능한 지급 절차를 확인해야죠. 근로자들 급여가 시스템 한 군데 때문에 막히면 안 됩니다." 예린이 말했다. 백도식은 회사 회계 담당자와 외부 전문가를 불러 자료를 보존하고 대체 지급 방안을 확인했다. 지훈은 그 실무를 지시하지 않았다. 그의 일은 서류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새로운 계약에 몰아넣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소개소에는 문하나와 오혜숙, 정태식, 김지연, 강철민이 모였다. 오민규는 새 직장 근무 중이라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동의 범위를 적은 메시지를 보내 왔다. '제 이름으로 대체 심사자 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 현재 직장은 유지하고 싶습니다.' 김지연도 직접 작성한 문서를 내밀었다. '미지급 임금은 별도 절차로 확인받겠습니다. 재배치 동의는 하지 않습니다.' 문하나는 회사에 제출한 승진 거절 확인서를 보여 주었다. "이건 제가 낸 선택이에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쓰지 말아 주세요." 지훈은 그 서류들을 모두 따로 보관했다. 누군가의 문서를 모아 한 장의 찬성표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때 능력창에 작은 문장이 나타났다. [118번 반환 심사자] [자동 교체 발동: 00:31:20] [독립 확인자 지정 요청 가능] "서른한 분 남았습니다." 지훈이 말했다. 오혜숙이 물었다. "무슨 조건입니까?" "제 대신 누군가를 묶어 두는 게 아니라, 당사자들의 선택이 실제로 기록됐는지 확인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문하나는 자신이 대체 심사자 후보였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다시 알렸다. 이해관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지훈은 그녀가 단독 확인자가 되면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나 씨, 기록 경위를 증언해 주실 수는 있지만, 독립 확인자로 바로 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런 설명을 들으니까 오히려 안심되네요." 혜숙이 서정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례는 수기 출석부를 보관한 기관의 담당자로서 기록의 원본 여부와 수정 경위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특정 계약을 승인하는 일은 맡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독립적인 외부 검토 절차를 연결해 주기로 했다. 지훈은 초조해졌다.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눈앞의 숫자가 줄어드는 걸 보기만 할 수도 없었다. 그 순간 철민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상담사님, 꼭 지금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선택해야 합니까?" "왜요?" "그 시스템이 시키는 일이 잘못돼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시간을 정한 것도 저놈이고요." 지훈은 가만히 철민을 바라봤다. 한때는 타인의 명령을 듣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던 사람이었다. 이제 그가 시스템의 명령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지훈은 능력창을 다시 살폈다. 자동 교체 요청 아래에 아주 작은 항목이 있었다. [선택하지 않음] 지훈은 웃음이 나올 뻔했다. 거절을 위한 자리를 만들었다면서, 정작 자신은 화면의 두 버튼 중 하나를 반드시 눌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데요?" 예린이 걱정했다. "그래서 아무 조치도 안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지훈은 새 서류를 작성했다. '118번 지위에 대한 강제 교체를 거절함. 기존 당사자의 의사 확인과 임금 지급은 계속될 것. 대체 심사자 선정을 승인하지 않음. 권한의 적법성은 별도 절차로 검토 요청.' 그는 서명한 뒤 읽어 줬다. 동석자들은 각자 들은 내용만 확인했다. 누구도 대신 동의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세 분이었다. 지훈은 검은 창에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전체 승인'도 '대체 심사자 지정'도 선택하지 않았다. [선택하지 않음] 화면이 멎었다. 십 초쯤 지났을까. 작은 글씨가 새로 떠올랐다. [처리 불가: 기존 절차에 미정의 응답] [000번 원칙 대조 중] 지훈은 숨을 죽였다. [결과: 거절은 유효한 응답입니다] [118번 자동 교체 보류] [파생 계약 자동 재배정 일시 정지] [개별 당사자 검증 경로 개방] 철민의 머리 위에서 오래 붙어 있던 문구 하나가 사라졌다. [강제 배정 가능] 대신 새 글씨가 나타났다. [직무 선택: 당사자 확인 필요] 철민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했다. 지훈은 곧바로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술과 급여, 실제 계약이 어떻게 바뀌는지 아직 확인해야 했다. 잠시 후 백도식의 전화가 걸려 왔다. 급여 지급을 위한 대체 절차가 마련돼 첫 지급 대상자들의 계좌 확인이 시작됐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오지훈. 자네가 뭘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단에서 긴급 연락이 왔어." "뭐라고 합니까?" "그쪽이 더는 내 이름으로 승인할 수 없대. 대신 새로운 원본 심사자를 파견한다더군." 지훈의 시야가 다시 어두워졌다. [000번 원칙 검증 요청 수신] [원본 심사자 접근 예정] [대상: 새 출발 직업소개소] 문 아래로 흰 봉투 하나가 밀려 들어왔다. 정태식이 주웠다. 봉투 앞면에는 발신인도 주소도 없었다. 그저 동그라미 안에 빈 의자가 하나 찍혀 있었다. 안에는 짧은 문장만 적혀 있었다. '거절하는 법을 되찾으셨군요. 이제 누가 그 거절을 받아 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지훈은 봉투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 방에는 구직자 한 사람뿐이었다. 지금은 선택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이 함께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편에, 아직 주인이 없는 의자 하나가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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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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