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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9화
PAYLUA ORIGINAL · 제29화

29화. 빈자리의 주인은 없다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467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백도식은 회사 직원들 앞에 섰다. 이사회 회의실이 아니라 구내식당이었다. 평소 직원들에게 신제품이나 매출 목표를 알리던 장소였다. 오늘은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설명해야 하는 자리였다. "회사의 일부 인력 배치 계약에 본인 동의가 없는 사항이 있었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백도식의 목소리가 식당 전체로 울렸다. "관련 자료를 보전하고 외부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계약과 급여는 지금 단계에서 일방적으로 중단하지 않겠습니다." 직원들은 술렁였다. 누군가는 왜 이제야 말하느냐고 소리쳤고, 누군가는 오늘 일한 돈은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백도식은 모든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했고, 확인 날짜를 정해 다시 설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지훈은 그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도망치지는 않고 있었다. 한편 새 출발 소개소에서는 예린이 공석관리재단의 옛 문서를 비교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동 재배정 규칙을 발동할 때 '공석의 소유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상하지 않아요? 빈자리에도 주인이 있습니까?" 지훈이 물었다. "회사에는 채용할 권리가 있지만, 빈자리 때문에 특정 사람을 묶어 둘 권리가 생기는 건 아니죠." 예린이 대답했다. 그때 오혜숙이 방문했다. 어제까지 조용히 지켜보던 그는 오늘 직접 말할 준비를 하고 왔다고 했다. "제가 옛날에 000번을 만든 이유를 아세요?" "거절해도 다시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요." "맞아요. 그런데 당시 상담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말이 '안 하셔도 됩니다'였어요. 우리는 좋은 일자리를 소개하면 누군가 당연히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혜숙은 공책 첫 장을 펼쳤다. "상담을 거절한 첫 사람이 있었어요. 조건이 좋았지만, 그분은 아픈 아버지 곁을 떠날 수 없다고 했죠. 우리는 계속 설득했어요. 결국 그분이 울면서 물었습니다. 좋은 일자리라고 해서 제가 꼭 가야 하냐고." 그때부터 000번이 생겼다. 계약하지 않은 사람의 선택을 숫자로 남기되 이름을 쓰지 않는 자리. 처음에는 실패 건수를 세지 않기 위한 편의였지만, 곧 상담실 전체의 원칙이 되었다. "그래서 000번에는 주인이 없어요. 누구나 그 자리를 쓸 수 있어야 하니까."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공책의 다른 쪽도 펼쳤다. 거절 접수 뒤에는 반드시 '다음 상담 가능 여부'를 묻는 칸이 있었다. 누군가는 다음 달에 오겠다고 했고, 누군가는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며 그 칸은 '재상담 필요'로 바뀌었고, 결국 '재배치 대기'로 변경됐다. 같은 자리의 글자만 달라졌는데 사람은 갑자기 거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도 틀린 적이 많았어요." 혜숙이 말했다. "그때는 안 된다고 하면 금방 포기하고, 다시 오라고 하면 싫은 일을 참고라도 올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원자들이 우리보다 자기 삶을 더 잘 알더라고요." 지훈은 책상에 적힌 문장을 다시 봤다. '선택은 본인이.' 짧은 원칙을 지키는 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혜숙은 작은 종이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 오 년 전 지훈이 박람회에서 직접 썼다는 상담 보조 메모였다. '백도식: 타인 직무 회수 희망.본인 동의 확인 불가. 연계 거절.'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은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것이라고 답함.' 지훈의 필체였다. 당시에는 누가 준 권한이 있어서 거절한 게 아니었다. 단지 남의 동의를 확인할 수 없었으니 접수하지 않은 것이다. 지훈은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118번 심사자가 되는 건 제가 원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를 없애면 다른 사람이 대신 끌려올 수 있어요." "그러니까 두 가지를 나눠야 해요. 임시로 자리를 지키는 일과, 그 자리를 앞으로 누가 맡게 할지 결정하는 일." 혜숙이 말했다. 예린은 현장 근로자들이 단체로 제출한 요구서를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두 가지가 분명했다. 현재 임금과 안전한 작업을 중단하지 말 것. 직무 이동에는 각각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을 것. "우리가 확인받아야 할 기준이 여기 있네요." 지훈은 능력창을 바라봤다. [심사 규칙 수정 대기] [대상 인원수 제한 해제] [자동 재배정 중지] [기존 근로·지급 의무 유지] [활성화 조건: 독립 확인자 1명] 지훈은 주변을 둘러봤다. 독립 확인자라면 자신과 백도식, 재단 어느 편도 아니어야 했다. 그때 문하나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하나 씨는 대체 심사자로 지목됐잖아요." "그래서 더 잘 알아요. 제가 그 일을 거절했다는 기록부터 남겨 주세요. 그리고 저는 누구의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제가 확인한 사실만 말하겠습니다." 지훈의 화면에 작은 글씨가 나타났다. [독립 확인자 후보: 문하나] [이해관계 검증 필요] 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출입문이 열리며 정태식이 뛰어 들어왔다. "지훈 씨! 본사에서 막 연락이 왔어요. 급여 시스템이 외부 승인 실패를 이유로 멈추고 있답니다!" 남은 시간은 두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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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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