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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4화
PAYLUA ORIGINAL · 제24화

24화. 심사자가 만든 심사 규칙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141자

오프라인 책장
"일곱 명을 채우면 뭘 얻는지, 우리도 모릅니다." 지훈은 다음 날 아침 동맹 회원들에게 그 사실부터 알렸다. 누군가 기대했던 극적인 발표는 없었다. "그럼 지금까지 한 건 다 헛수고입니까?" 강철민이 물었다. "아니요. 상담과 근로조건 확인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어요. 다만 우리가 모르는 규칙 때문에 그분들 선택을 이용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예린은 로그를 정리했다. 1차 검증에 필요한 확인 건수 일곱은 지훈의 능력창에 나타난 숫자였다. 그러나 화면에는 숫자가 생겨난 이유도, 설정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자동으로 뜬 안내지, 우리가 동의한 규칙이 아니잖아요." "맞아요." 정태식이 오래된 업무 지침서를 가져왔다. 퇴사율이 높던 시절 미래인력개발은 매주 일곱 명의 이동 사례를 묶어 관리했다. 본사 승인 보고서를 한 장으로 만드는 편리한 절차였지만, 이후 일곱 명 가운데 한 사람이 거절해도 묶음 전체가 보류되도록 바뀌었다. "일곱이라는 숫자 자체에는 아무 뜻이 없었어요. 보고서를 맞추려고 정한 단위였죠." "그런데 그게 사람을 붙잡는 규칙이 됐군요." 태식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그 표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야근을 줄이려고요." 지훈은 그를 비난하는 대신 묻고 싶었다. "그 표를 바꿀 권한은 있었습니까?" "있었죠. 없애 달라는 사람은 많았는데, 제가 검토 중이라고만 적었어요." 태식은 지침서 한쪽에 서명했다. 자신이 만든 양식과 변경 경위를 공식적으로 진술하겠다는 확인이었다. 누군가의 기록을 대신 수정하는 행위와는 달랐다. 태식은 지침서의 개정 표를 손가락으로 따라갔다. 첫 개정 때는 '월말 보고 단위 통일'이라고만 적혔다. 두 번째 개정에서는 퇴사 예정자가 보고 기간 중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됐다. 세 번째에는 그 사람이 자리를 옮겼어도 후임자의 확인이 끝날 때까지 '재배치 대기'로 남겼다. 그렇게 책임자가 편리하게 계산하던 숫자가 사람의 이동을 막는 문턱이 됐다. "그때 누가 문제를 제기했어요?" 지훈이 물었다. "있었어요. 매주 근로자 대표가 의견서를 보내왔죠. 그런데 우리는 예외가 많아서 처리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태식은 그때의 답변 일부를 읽었다. '프로세스 표준화에 따라 개별 요청 수용 불가.' "지금 읽으니까 정말 비겁한 말이네요." 지훈은 당장 용서할 이유도, 그 말을 위로할 방법도 없었다. 다만 지금 태식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했다. 보관된 의견서를 찾아 어떤 요청이 어디서 묵살됐는지 정리하는 것이었다. 태식은 내일부터 그 일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때 예린의 노트북에 새 창이 떴다. [7건 단위 검증 프로토콜] [심사자 권한으로 단위 조정 가능] [경고: 조정 시 기존 자동 배정 정지] "뭐예요? 숫자를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철민이 화면을 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지훈의 시야에만 떠오른 글씨였다. 지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권한을 얻었다는 사실이 기쁘지 않았다. 자신이 임의로 숫자를 하나로 줄이면 빠르게 처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역시 다른 사람의 승인 절차를 혼자 결정하는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생각하다 종이에 이렇게 적었다. '심사자는 결과를 결정하지 않는다. 심사자는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태를 마련한다.' 그 순간 문장이 바뀌었다. [검증 기준 변경 요청] [필수 확인: 당사자 직접 응답 / 타인 피해 여부 / 원본 대조] [대상 인원수 제한 해제 가능] "이런 방법도 있군." 지훈은 낮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 아직 검증을 열었을 때 외부 계약에 어떤 파장이 생기는지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 백도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뜻밖에도 태식의 지침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일곱 명 묶음을 없앨 생각인가?" "당사자 목소리와 무관하게 묶어 두는 건 잘못됐습니다." "그럼 하나만 알아 두게. 일곱 번째가 거절하면 나머지 여섯 명의 빈자리에 다른 사람을 넣던 시절이 있었어." "누가요?" 백도식은 잠시 침묵했다. "본사보다 위에 있는 회사가. 이름은 아직도 바뀌고 있지. 서류에는 늘 같은 직인이 남지만." "어떤 직인입니까?" "동그라미 안에 빈 의자 하나." 통화가 끊겼다. 예린은 태식의 지침서 뒷장을 펼쳤다. 거기에도 같은 직인이 있었다. '공석관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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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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