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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1화
PAYLUA ORIGINAL · 제21화

21화. 살아 있는 이름의 접속 기록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2,276자

오프라인 책장
오혜숙이라는 세 글자가 화면에서 사라진 것은 십이 초 뒤였다. 오민규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지훈 역시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접속 기록에 이름이 나타났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오래된 계정으로 다른 누군가가 접속했을 수도 있었다. "엄마가 쓰던 비밀번호가 아직 있을까요?" 민규가 물었다. "확인할 방법은 있겠지만, 우리가 그 계정에 몰래 들어가 볼 수는 없어요." 예린이 대답했다. 그녀는 시스템에서 확인한 화면과 수신 시각을 보존하고, 알 수 없는 발신자에게 어떤 답장도 보내지 않았다. 메시지에 첨부된 파일은 열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요?" "상대가 정말 어머니라면, 어머니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직접 연락할 수 있게 해야죠. 그리고 공식 실종 신고 기록부터 다시 확인해요." 민규는 낡은 공책을 꺼냈다. 첫 장에는 아이가 색연필로 그린 기계가 있었다. 누렇게 바랜 종이 위에 작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민규가 고장 난 시계를 고친 날. 잘 고치는 아이가 아니라 끝까지 물어보는 아이.' "이 문장, 엄마만 알아요. 제 어린 시절 이야기거든요." 지훈은 사적인 기억을 확인 질문에 쓰는 데 민규가 동의하는지 다시 물었다. 민규는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문장 전체를 보내지는 말고, 시계를 고친 날에 어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그날 저녁 답장이 왔다. '시계가 고장 난 게 아니고 배터리가 다 된 거라면, 시계가 미안해야 할까?' 민규는 손을 뻗어 전화를 걸려다가, 화면을 껐다. 어머니의 행방을 찾는 일은 몇 달째 그의 하루를 잠식하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첫 번째로 부재중 전화가 없는지 확인했고, 밤에는 거리에서 낯선 뒷모습을 보면 무조건 걸음을 멈췄다. 그런 사람이 이제 와서 작은 글씨 몇 줄 앞에서 의심부터 해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웠다. "그런데 가짜라면 왜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겠어요?" 예린은 그의 앞에 물컵을 놓았다. "가족이라면 쉽게 믿게 된다는 걸 노리는 사람도 있거든요. 진짜일 가능성을 지우자는 말이 아니라, 그 가능성을 지키자는 말이에요." 지훈은 민규에게 오늘은 의뢰인이 아니라 기다리는 가족으로 있어도 된다고 했다. 그 말에 민규는 한참 고개를 들지 않았다. 민규가 입술을 깨물었다. "엄마가 늘 그랬어요. 고장이 났다고 물건이 나쁜 건 아니라고. 사람도 마찬가지라고요." 그는 바로 전화를 걸자고 했다. 예린은 발신 번호가 가상 중계 번호라는 점을 알려 줬다. 통화가 가능한지 알 수 없고, 위치 추적을 시도하면 오히려 상대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지훈은 간단하게 답장을 썼다. '민규 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과 시간을 직접 알려 주세요. 선택을 강요하지 않겠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답이 없었다. 그동안 소개소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김지연의 근로계약이 이미 종료됐다는 통지가 도착한 것이다. 실제 회사에 연락해 보니 퇴사 처리는 진행되지 않았고, 임금 정산도 여전히 밀려 있었다. 그런데 직업 적성창에는 이렇게 떠 있었다. [김지연 / 이전 직무 반환 완료] [파생 계약 1건 대기] "완료라니요. 내 월급도 못 받았는데." 지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훈은 화면의 '완료'라는 단어가 현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누군가 시스템 안에서 서류 한 장을 닫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지연 씨가 원하시는 건 무엇입니까?" "남은 임금을 받고, 다음 직장에 전 회사 허락 없이 지원하는 거예요." "그 두 가지를 분리해서 진행합시다. 임금은 정식 절차로 확인하고, 다음 직장은 직접 고르세요." 지연은 상담지 맨 아래에 자기 글씨로 적었다. '반환 완료가 아니라, 퇴사를 선택함.' 그 순간 지훈의 눈앞에서 새로운 안내문이 떠올랐다. [118번 반환 심사자] [검증 대상자의 직접 진술 수집 가능] [대리 거절 불가 / 일괄 승인 불가] [1차 검증에 필요한 확인 건수: 7] 일곱 건.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묻기도 전에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민규는 혼자 오지 마세요. 내일 오전 열 시, 오래된 인쇄소 앞. 먼저 거리에서 간판을 확인해 주세요.' 발신자 이름은 없었다. 예린이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약속 장소 인쇄소는 삼 년 전에 문을 닫았고, 지금은 그 자리에 빈 점포가 있었다. 지훈이 창밖을 보았다. 희미해진 간판을 확인하라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어쩌면 그건 위치를 알려 주는 말이 아니었다. 누가 먼저 그곳을 감시하고 있는지 확인하라는 경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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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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