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표결이 끝난 뒤 소개소에는 일주일 동안 손님이 줄었다.
언론의 관심이 식었고, 정정 신청의 상당수는 담당 기관으로 직접 전달되기 시작했다. 지훈이 바라던 변화였다. 그런데 월세 낼 날짜를 계산하다 보니 조금 겁도 났다.
“대표님, 이러다가 우리 망하는 거 아니에요?”
예린이 물었다.
“원래도 거의 망할 뻔했습니다.”
“그건 맞아요.”
두 사람은 잠시 웃었다. 그리고 소개소의 새 업무를 정리했다. 일자리 소개, 근무 조건 확인 지원, 필요한 경우 정정 기관 안내. 누군가의 선택을 대신 승인하는 서비스는 메뉴판에 없었다.
오지훈의 눈앞에는 이제 다른 사람의 적성 수치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때 자신을 ‘타인의 직업을 되찾아 주는 자 100%’라고 불렀던 창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그 부재가 서운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초보 상담사에게 능력은 편리한 지름길이었으니까.
하지만 능력이 사라진 뒤에도 지훈은 상담을 이어 왔다. 직장 견학을 부탁했고, 일하는 사람에게 근무 조건을 물었다. 모르는 건 찾아봤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숫자를 보고 타인의 인생을 정했다고 생각할 일도 줄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윤솔이 보호자와 함께 찾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남의 적성이 숫자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그걸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말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줄 알았어요. 자기 재능을 알려 주는 거니까.”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알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잖아요.”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솔이에게 능력을 버리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 누가 어떤 정보를 원하고, 어디까지 사용할지를 물어보는 연습을 함께했다.
한시온도 잠깐 들렀다. 그는 여전히 다른 사람의 지워진 거절을 듣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지훈은 시온이 듣는 말을 기록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불편하거나 무섭다면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말하라고 했다.
“저도 아무 말도 안 할 수 있죠?”
“물론이죠.”
시온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런 대답은 처음 들어요.”
그날 저녁 강철민은 빵집의 앞치마를 두른 채 소개소로 올라왔다. 그는 박선규와 새 계약서를 다시 썼다고 했다. 근무 시간과 급여, 휴게 시간이 정확히 적힌 종이였다. 마침내 자기가 만든 빵을 새로운 매장에서도 팔아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축하합니다.”
“아직 안 하기로 할 수도 있습니다.”
지훈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
“그러면 더 축하해야겠네요. 선택지가 생겼으니까.”
철민은 오래된 공제 명세서를 가방에서 꺼냈다. 백도식 측과의 정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자료 열람과 협의 일정은 잡혀 있었다. 백도식이 기록 공개에 협조했다고 해서 과거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었다. 철민도 그걸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회장님이 잘되면 제가 잘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오늘 굽는 빵이 맛있는지부터 생각해요.”
그는 돌아가기 전에 소개소 책상 나사를 조여 주었다. 처음 왔을 때 양손으로 짚었던 바로 그 책상이었다.
“이거 아직도 흔들리네요.”
“처음부터 조립을 못 했거든요.”
철민이 드라이버를 돌리며 말했다.
“직업 상담은 잘하시는데, 가구 조립은 적성이 아니신가 봅니다.”
지훈은 빈 허공을 한 번 바라봤다. 아무 숫자도 뜨지 않았다.
“그럴지도요. 그래도 연습은 할 수 있겠죠.”
늦은 밤, 선영에게서 짧은 편지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봉인된 문서가 아니었다.
‘내 이름을 세상에 알리지 않아도 내 말을 지킬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이제 평범한 하루를 살겠습니다.’
지훈은 편지를 별도 서랍에 보관했다. 그녀가 허락하지 않은 공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날의 상담 일지 마지막 줄에는 이렇게 썼다.
‘특별한 능력 없이도 상담을 마쳤다.’
제19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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