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개편안 표결 날, 원천관리계정 화면에는 다시 두 개의 버튼이 떠 있었다.
[일괄 확정]
[일괄 연결 해제]
지훈은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열 개로 나뉘었던 기능들, 관찰과 배정, 예측과 교정, 합의와 대체, 증명과 승계와 말소가 모두 결국 한 지점으로 돌아왔다. 누가 사람의 마지막 답을 대신 적을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최종 승인할 수 있습니다.”
운영사 담당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둘 다 누르지 않겠습니다.”
회의장에 낮은 소란이 일었다. 누군가는 시간을 더 끌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지훈도 그 말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잘못된 기록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다.
구은정이 세 번째 문서를 내밀었다.
“저희가 제안한 단계별 처리안입니다. 원본 보존과 외부 전파 차단, 개별 승인 검증을 각각 다른 책임 주체로 분리합니다.”
“그럼 누가 최종 책임을 집니까?”
“자기가 수행한 절차에 대해서는 각 기관이 책임지고, 당사자 선택에 대해서는 당사자 확인을 받습니다. 전체 책임을 한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습니다.”
담당자는 고개를 저었다.
“시스템은 그런 구조로 만들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럼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이번에는 예린이 말했다. 그녀는 화면에 변경 이력을 띄웠다. 두 버튼은 원천 데이터의 필수 규칙이 아니라 운영사가 한 번의 클릭으로 업무를 정리하려고 만든 관리 화면이었다. 기능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 자체는 이미 존재했다. 다만 누가 그 권한을 쓰고, 변경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를 결정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황주석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내가 만들던 시절에는 사람이 늦게 답하면 시스템이 답하게 했소. 그게 빠르니까. 그런데 빠르다는 이유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가 남았지.”
그는 지훈을 보지 않고 위원들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버튼을 누른 사람과 그 결과를 구별해 적어 주시오. 나의 예전 지시도 조사에서 빼지 마시고.”
회의는 오후로 이어졌다. 결정이 미뤄지는 동안 기존 자동 승인 경로의 사용 중지 조치를 연장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연동을 꼭 유지해야 하는 업무는 별도 확인된 기록만 사용하도록 조건을 붙였다.
마침내 표결 결과가 발표됐다.
[일괄 확정 및 일괄 연결 해제: 최종 개편안에서 제외]
[개별 이의 기록: 본인 확인 없는 종결 금지]
[원본 보존 및 접근 이력: 감사 가능한 방식으로 유지]
[118번 대리 검토 연결: 해제 승인]
[변경 후 운영: 단계별 검증 및 사후 점검]
박수가 나왔다. 지훈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이름이 적힌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118번 / 대리 검토자 지정 해제]
[해제 사유: 위임 및 승계 근거 없음]
[이전 지정 및 처리 이력: 보존]
사라진 것은 그의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을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신 붙이던 권한이었다.
예린이 모니터에서 손을 떼었다.
“이제 진짜 끝났어요?”
지훈은 그녀를 바라봤다.
“여기서 시작된 강제 연결은 끝났어요. 그동안 생긴 모든 피해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지만요.”
복도 끝에서 선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결과만 비공개로 통지받기로 한 상태였다. 전화기 너머 그녀가 말했다.
“내 편지를 공개하지 않고도 여기까지 왔군요.”
“당신이 정하신 범위가 있었으니까요.”
짧은 침묵 뒤에 선영이 물었다.
“그럼 내 기록도 이제 내 것이겠죠?”
“이의를 보존하고 공개 범위를 정할 권리가 확인됐습니다. 아직 정정할 절차는 남았어요.”
“그 정도면 오늘은 됐습니다.”
지훈은 전화를 끊었다. 사람을 구했다는 식의 문장이 입안까지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선영은 누구에게 구원받은 사람이 아니라, 오래전에 했던 말을 이제야 자기 목소리로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제19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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