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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7화
PAYLUA ORIGINAL · 제197화

197화. 사천팔백열두 개의 끝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761자

오프라인 책장
결정 전날, 지훈은 회의장에 커다란 숫자 하나를 가져갔다. 4,812. 처음 그 숫자를 봤을 때는 재단이 전국에 만들어 놓은 빈자리 수였다. 이제는 각기 다른 상태를 가진 기록 4,812건이었다. 확정된 퇴사도, 단순 이동 제안도, 정정 중인 계약도 같은 화면에 섞여 있었다. “오늘 저희가 이 네 자리 숫자를 모두 해결했다고 말씀드리진 않겠습니다.” 지훈은 발표 첫 문장에서 그렇게 말했다. 회의장 한쪽에서 누군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발표할 게 뭡니까?” “무엇을 끝냈는지와 무엇을 아직 끝내지 않았는지를 구별하러 왔습니다.” 예린은 자료를 세 칸으로 나눴다. 당사자와 기관의 내용이 확인돼 정상 처리할 수 있는 기록, 연결 방식이 잘못돼 사용을 중지해야 하는 기록, 판단 근거가 없어 미확정으로 남겨야 하는 기록. 각 칸은 사람 이름 대신 사건번호로 표시됐다. 구체적인 직장과 가족 사정은 비공개였다. “그런데 미확정은 영원히 남을 수도 있잖아요.” 한 기관 담당자가 말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미확정이라고 해서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의 안전 조치를 멈춰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확인이 필요한 추천 근거와 현재의 근무 조건을 따로 처리할 수 있어요.” 서민규의 안전관리 경력 문제를 검토했던 기관이 사례를 냈다. 안전점검은 실제 자격과 담당자를 기준으로 다시 배정했고, 다른 사람에게 잘못 붙은 경력 기록은 정정 신청을 받고 있었다. 둘 중 하나가 끝나야 다른 하나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최아라는 새 직장에서 보낸 한 줄의 확인서를 직접 전달했다. ‘면접에 참석했고, 제 조건을 협의한 뒤 근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녀가 거절할 것이라는 시스템의 예측은 틀렸다. 그렇다고 모든 예측이 자동으로 틀렸다고 선언하지도 않았다. 문제는 예측을 실제 거절로 실행한 일이었다. 서은하의 사건은 아직 미완료였다. 정라희가 떠맡을 뻔한 업무 승계는 보류됐지만, 은하의 퇴사 의사가 확정됐는지는 당사자의 확인이 더 필요했다. 지훈은 그 미완료 표시를 지우지 않았다. “일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당사자의 의견을 남기는 절차를 시범 적용하자는 겁니다.” 지훈의 제안에 일부 기관이 동의했고, 일부는 추가 비용과 책임 범위를 문제 삼았다. 그들의 반대도 회의록에 남았다. 종일 이어진 논의 끝에 시범 절차가 의결됐다. 모든 기관이 즉시 바뀌지는 않았다. 그러나 별도 조사 없이 자동 승인되던 경로 일부에 사용 중지 조치가 내려졌고, 원본을 어디에 보관하는지와 누가 정정 요청을 받을지를 적은 담당 기관 목록이 확정됐다. [4,812건 일괄 종결: 미시행] [근거 미확인 자동 승인: 단계적 사용 제한] [이의 신청 및 원본 열람 경로: 유지] [개별 사건의 최종 상태: 각 기관과 당사자 확인 필요] 지훈은 화면의 마지막 줄을 보며 숨을 내쉬었다. 숫자를 0으로 만드는 승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을 0으로 취급하던 방식이 바뀌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날 저녁, 소개소 앞에는 작은 종이 한 장이 붙었다. ‘오늘 상담은 예약 마감입니다. 급한 생계·안전 문제는 별도 지원 창구를 안내합니다.’ 잠시 후 지훈은 그 문장의 마지막 단어를 지웠다. 다른 창구가 실제로 연결되는지 확인하지 않고 안내한다고 썼기 때문이다. 그는 전화로 담당 기관을 확인한 뒤 다시 붙였다. 예린이 웃었다. “이제는 안내문 하나 붙이는 데도 시간이 걸리네요.” “예전보다 정확해졌으니까요.” 그때 지훈의 휴대전화에 최종 개편안 표결 일정이 도착했다. 내일 오전 열 시. 아직 가장 중요한 연결을 끊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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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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