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석은 증언석에 앉기 전에 흰 종이 한 장을 요구했다.
검토기구는 과거 0차 실험에서부터 현재의 자동 종료 제안까지 이어진 운영 지시를 조사하고 있었다. 기록 일부는 오래전에 파기됐고, 일부는 서로 다른 기관에 흩어져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내용을 한 번의 사과로 요약할 수 없는 이유였다.
“세 가지를 구분해 말씀드리겠소.”
그는 돋보기를 꺼내 메모를 읽었다.
“첫째, 사람을 빨리 일자리로 보내려는 목적은 있었소. 실제로 도움을 받은 사람도 있었고. 둘째, 나는 거절이 미확정인 상태에서도 배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운영 방향을 정했소. 셋째, 후속 시스템이 그 미확정을 동의로 바꾸는 동안 필요한 감시를 하지 않았소.”
구은정이 물었다.
“그럼 000번 원칙을 폐기하도록 지시한 당사자라고 인정하십니까?”
황주석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할 문서를 나는 갖고 있지 않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당시 내 지시의 범위와, 책임자로서 확인해야 했던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오. 그것을 넘어서는 부분은 조사해 주시오.”
지훈은 그 말을 기록했다. 황주석이 마침내 자기 잘못을 인정한 순간에도 확인되지 않은 죄까지 덮어씌워서는 안 됐다.
검토위원 한 사람이 물었다.
“일괄 종료안을 철회할 생각이 있습니까?”
황주석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
“전부를 한 번에 끝내야 한다는 제안은 철회하겠소. 다만 개별 확인에 시간이 걸리는 동안 일할 기회를 놓치는 사람은 누가 도울지 반드시 계획을 세워 주시오.”
그가 제출한 문서에는 자신의 운영 지시와 이후 변경 권한에 대한 기록 보존 요청도 있었다. 개인 명의로 제출된 문서였고, 공개 범위를 검토기구가 정하도록 했다.
회의가 끝난 뒤 지훈은 복도에서 황주석을 마주쳤다. 노인은 오래 서 있었던 사람처럼 벽에 기대었다.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오?”
“일부는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돕겠다는 목적까지 틀렸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황주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 말을 듣자고 수십 년을 돌아왔군.”
“제 대답이 필요하셨던 건가요?”
“아니. 내가 듣지 않았던 사람들의 대답이 필요했지.”
지훈은 선영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황주석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처음으로 열 번째 사람의 이의가 개인적으로 사과할 대상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운영 책임을 검증할 근거라는 사실을 이해한 듯했다.
그날 오후 운영사에서 변경 안내가 왔다.
[전체 기록 일괄 종료 제안: 요청자 철회]
[일괄 종료 자동 집행: 보류 유지]
[최종 개편안 결정: 검토기구에서 계속]
“이제 끝난 겁니까?”
예린이 묻자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제안을 철회한 사람이 있어도, 만들어 놓은 장치는 그대로 있을 수 있어요.”
퇴근길, 그는 빵집에 들렀다. 강철민은 그날 만든 빵의 수량을 직접 계산하고 있었다. 오래전에 월급에서 무엇이 빠졌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이제는 한 개의 가격까지 정확히 쓰고 있었다.
“지훈 씨. 오늘 그분 서명했다면서요.”
“네. 다만 사과에 서명한 걸로 끝나진 않겠죠.”
철민은 계산서를 접었다.
“그렇겠죠. 저도 돌려받을 돈은 아직 남았으니까요.”
지훈은 철민이 웃으면서 말할 수 있다는 것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누구의 인생도 한 장의 서명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게 이번 사건의 가장 귀찮고도 필요한 결론이었다.
제19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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