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작품, 이어지는 이야기 · 페이루아에서 다음 페이지를 만나보세요
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3화
PAYLUA ORIGINAL · 제193화

193화. 목격자가 될 권리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668자

오프라인 책장
여성의 두 번째 방문에는 구은정이 동석했다. 지훈은 다른 사람을 더 부르지 않았다. 예린에게도 면담 내용을 최소한으로만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성은 스스로 이름을 말했다. “차선영입니다. 그 번호의 주인이라는 사실은 오늘 이 방 안에서만 확인해 주세요.” 은정이 신분 확인 절차와 자료 사용 범위를 한 장씩 설명했다. 선영은 서명을 하기 전에 용지를 끝까지 읽었다. ‘동의하지 않음’ 칸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펜을 들었다. “이 종이에 서명하면 기자에게도 이름이 알려집니까?” “아닙니다. 제출 범위를 공개 원칙 검토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개인 신원은 별도 보호 요청 대상입니다.” 선영은 확인서의 공개 범위를 직접 고쳤다. ‘개인 진술 공개’에 선을 긋고 ‘이의 존재 및 당시 처리 경위 검증’에만 표시했다. 옛 서신과의 필체, 보관 이력, 당시 접수증은 기록 보관기관의 담당자가 별도로 검증하기로 했다. 지훈은 선영이 거기서도 협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그 편지를 왜 봉인하셨습니까?” 지훈이 묻자 선영은 잠시 창밖을 보았다. “그날 회의에선 서류를 끝낸 뒤 내 말을 따로 적겠다고 했어요. 그게 다시 묻히면 누군가 나중에 읽을 수 있도록 남겼죠. 하지만 당시에는 이름이 공개되는 게 무서웠습니다. 이의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친구의 일자리까지 흔들릴까 봐요.” 그녀의 친구는 강제로 전근 명단에 올랐다가 결국 다른 일을 구했다고 했다. 선영은 친구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사람이 그 사건을 공개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나는 잘한 사람도, 대단한 영웅도 아니에요. 겁이 났고 오래 아무 말도 못 했어요.” “그래도 이의를 남기셨네요.” “끝내고 싶어서요. 하지만 아무렇게나 끝내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날 오후 황주석은 구은정을 통해 별도 의견서를 보내왔다. 그는 서신 작성자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0차 실험 종료 보고서에 ‘이의 미처리’ 항목이 있었고, 자신이 운영 책임자로서 그 상태를 바로잡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선영이 그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그때의 내 친구가 돌아옵니까?” 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황주석의 해명이 선영을 달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됐다. 선영은 오래 걸려 숨을 가다듬었다. “나는 그 사람을 용서하겠다고 온 게 아닙니다. 책임을 적을 곳에 제대로 적어 달라고 온 거예요.” 은정은 즉시 기록 구분을 바꿨다. [0차 실험 원칙 이의: 당시 접수 확인] [당시 최종 회신: 확인 불가] [오늘의 면담: 비공개] [운영 책임: 별도 조사 및 검토] 마지막 줄에 누가 어떻게 책임지는지는 아직 비어 있었다. 선영은 그 빈칸을 한동안 들여다봤다. “비어 있는 걸 빈칸으로 두는 건 괜찮아요. 다만 나중에 누군가 몰래 채우지 못하게 해 주세요.” 그 말에 지훈은 스스로 만들어 온 상담 일지를 떠올렸다. 사람이 알 수 없는 일을 알 수 없다고 쓰는 습관이, 처음으로 누군가를 안전하게 만들고 있었다. 면담이 끝난 뒤 그는 선영을 배웅했다. 아래층에서는 철민이 손님에게 소보로빵과 식빵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빵이에요?” 손님이 묻자 철민이 말했다. “그건 드실 분이 정해야죠. 저는 둘 다 제대로 만들었습니다.” 선영은 그 말을 듣고 아주 작게 웃었다.

PAYLUA 소설 본문은 인쇄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제193화 끝

읽은 위치는 이 브라우저에 저장되며 로그인 중에는 계정에도 동기화됩니다.
READER DISCUSSION

제193화 댓글 0

댓글·공감·신고는 로그인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익명 댓글은 그대로 표시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해 주세요.로그인회원가입

댓글을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