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은 기록보다 빨랐다.
‘열 번째 인물, 오늘 공개.’ ‘실험을 멈춘 비밀 증인.’ ‘거대한 직업 조작을 설계한 내부자.’
아침부터 소개소 전화가 울렸다. 기자들은 아직 읽을 수도 없는 서신 내용을 물었다. 한 사람은 영상 인터뷰를 조건으로 후원금을 주겠다고까지 했다.
“이쯤 되면 직업소개소가 아니라 연예기획사네요.”
강철민이 밀가루 봉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출연료부터 받고 싶으세요?”
지훈의 물음에 철민이 코웃음을 쳤다.
“됐습니다. 저 유명해진 적 있거든요. 좋은 쪽은 아니었지만.”
그때 심경아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구은정이 보낸 신원 확인 요청 문구를 보고, 연락할 수 있는 사람에게 문의해도 되는지 물었다.
“누군지 아십니까?”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제 기억을 현재의 동의로 쓰고 싶진 않아요.”
지훈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찾는 행위 자체가 그 사람을 다시 원치 않는 기록 속으로 끌고 오는 일일 수 있었다.
“연락하지 않아도 재심리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그 사실부터 전해 주세요. 그분이 거절하시면 더 묻지 않겠습니다.”
이틀 뒤, 직업소개소로 작은 편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명은 없고, 새 출발 소개소를 찾아오는 길만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묻지 마세요. 나는 서신이 어떻게 쓰이는지 듣고 싶습니다. 사람들 앞에 세우지는 말아 주세요.’
지훈은 편지를 곧장 기자에게 보여 주지 않았다. 구은정과 상의한 뒤, 원문 대신 면담 제안에 대한 자신의 회신만 보냈다. 서신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아도 면담자는 언제든 대화를 중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며칠 후, 오후 네 시가 조금 지났을 때 회색 코트를 입은 여성이 소개소 문을 열었다. 예순을 조금 넘겼을 법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출입문과 상담실 안쪽의 다른 문을 차례로 살폈다.
“여기가 새 출발입니까?”
“네. 다만 저희는 과거 실험을 인수한 기관이 아닙니다.”
여성은 한참 지훈을 바라봤다.
“그 말을 들으러 왔습니다.”
지훈은 차를 권했다. 여성은 물만 마시겠다고 했다. 그는 상담 양식을 꺼내지 않았다. 이름이나 나이를 적는 종이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가 돌아갈지도 몰랐다.
“저희는 공개되지 않은 이름을 찾아내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시 이의가 무효 처리된 근거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한 번 눈을 감았다 떴다.
“나는 원래 적성 검사를 받으려고 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친구가, 검사 결과 때문에 원치 않는 곳으로 보내졌어요. 그래서 물었죠. 싫다고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지훈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은 좋은 곳에 보내 주겠다고 했어요. 내 친구가 원하느냐는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죠. 나는 신청서를 찢지 않았습니다. 검사 결과를 받지 않겠다는 칸에 서명했을 뿐이에요.”
여성은 가방에서 낡은 접수증을 꺼냈다. 종이에는 000-0-10이라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그러나 개인 이름 부분은 접혀 있었다.
“이걸로 지금 내가 누구인지 알아낼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겠습니다.”
“좋아요. 그러면 한 가지만 답해 주세요. 내 의견을 남겨 두려면 내가 다시 그 서류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까?”
지훈은 잠깐 생각했다.
“서류가 본인의 의사를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남길지, 공개할지, 정정할지는 확인하고 선택하실 수 있어야 해요.”
여성은 접수증을 다시 접었다.
“그 대답이 서른 해 전에 있었어야 했는데.”
소개소 아래층 오븐이 울렸다. 여성은 빵 굽는 냄새가 올라오는 계단 쪽으로 잠깐 고개를 돌렸다.
“그때 내 친구가 원했던 것도 대단한 게 아니었어요. 집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거였지.”
그녀는 자신의 신원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대신 다음 면담을 허락했다. 그것만으로도 지훈에게는 중요한 변화였다. 누군가의 정보를 얻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다시 만날지를 직접 결정했으니까.
제19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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