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석은 약속 시간보다 십 분 먼저 도착했다. 소개소가 아니라 맞은편 작은 식당이었다. 그는 메뉴판을 한참 읽더니 가장 싼 국수를 주문했다.
“여기서 보자고 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지훈이 묻자 황주석은 창밖의 오래된 상가를 가리켰다.
“예전엔 저 자리에 기술 훈련소가 있었소. 자격이 안 맞는다고 돌려보내는 사람이 너무 많았지.”
황주석은 자신이 만든 초기 배정 시스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일정 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을 적성에 맞는 곳에 빠르게 연결하려 했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예전 사업 평가서에는 실제 취업 사례도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라면, 왜 사람들이 거절할 권리는 빠졌습니까?”
“시간이 없었으니까. 열 사람의 답을 기다리느니 아홉 사람을 먼저 보내는 게 낫다고 믿었소.”
“그리고 열 번째 사람의 이의를 해결하지 않은 채 끝났다고 썼군요.”
황주석은 국수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 표기를 누가 마지막으로 했는지는 아직 확인해야겠지. 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오.”
지훈은 노트에 그 말을 그대로 적었다. 자백도 면죄부도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할 사람의 설명이었다.
황주석은 봉투를 밀었다. 안에는 '일괄 종료 비용 추계'라는 제목이 적힌 계산서가 있었다. 기관마다 자료를 보존하고 개별 확인을 진행할 경우 인력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대로 가면 기관들이 하나씩 연동을 끊을 거요. 그러면 무고한 구직자들도 불편해져. 일단 끝내고 나중에 이의를 받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오.”
“연결을 끊으면 어떤 자료를 근거로 나중에 이의를 받습니까?”
“사본이 남겠지.”
“누구에게, 얼마나 남는지 확인했습니까?”
황주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훈은 계산서의 한 칸을 가리켰다.
'미확인 선택 관련 비용: 일괄 종결 시 영(0).'
“여기서 비용이 사라지는 건 사람의 문제가 해결돼서가 아니네요. 시스템 밖으로 밀려나기 때문 아닙니까?”
황주석의 얼굴에 피로가 내려앉았다.
“당신은 늘 작은 사람 하나만 생각하는군.”
“아닙니다. 작은 사람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는 겁니다.”
식당을 나서기 전 황주석이 물었다.
“그럼 당신은 내 제안을 전부 거절하겠소?”
지훈은 잠시 생각했다.
“상담이 끝난 기록은 종료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연결도 정리해야 하고요. 다만 말하지 않은 사람의 대답까지 끝낼 수는 없습니다.”
황주석은 지훈의 답을 듣고 식당 문을 열었다.
다음 날 아침, 구은정에게 자료 한 장이 도착했다. 황주석이 개인 명의로 제출한 의견서였다.
'일괄 종료안 승인 전, 본인의 과거 운영 지시 기록을 별도 보존할 것.'
그것이 진심인지 다른 계산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황주석은 시스템이 아니라 자기 이름을 남기고 있었다.
제18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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