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숙은 서류를 건네기 전에 한참 동안 망설였다.
“이걸 보여 드리면 열 번째 사람을 찾으러 다니시겠죠?”
지훈은 서두르지 않았다.
“본인이 공개하지 않은 이름을 찾아내는 게 목적은 아닙니다. 당시 제기된 이의가 끝났다고 처리된 이유를 확인하려는 거예요.”
혜숙의 식탁 위에는 파란 표지의 복사본과 누렇게 변한 교정지가 놓였다. 심경아도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가 기억하는 것을 별개의 메모에 적고 서로 바꿔 읽었다.
경아가 먼저 말했다.
“회의에 열 사람이 참석했다고 쓰여 있었어요. 그런데 아홉 명은 적성 평가 양식이 있었고, 한 사람은 그 양식을 받지 않았죠.”
“왜 받지 않았습니까?”
“검사 대상이 되기 싫다고 했어요. 사람을 분류할 때 먼저 묻고, 싫다고 하면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혜숙은 낡은 교정지를 가리켰다.
“제가 고친 건 그 말을 받아 적은 다음이었어요. '결과에 이의가 없는 경우'를 '결과 사용에 본인이 동의한 경우'로 바꾸자고 했습니다.”
두 문장은 비슷해 보여도 달랐다. 이의가 없다는 것은 침묵일 수 있었다. 동의했다는 것은 확인된 대답이어야 했다.
지훈은 날짜를 대조했다. 0차 실험 회의록의 원칙 검토는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후속 시스템에는 '원칙 확정'이라는 표기가 남아 있었다.
“그 사이에 누가 확정 표시를 했을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경아는 분명하게 말했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추측으로 메우지 않았다.
구은정은 전화로 보관기관의 열람 규정을 설명했다. 열 번째 참여자의 실명과 세부 진술은 공개 대상이 아닐 수 있었다. 다만 당시 이의가 있었다는 사실, 그 이의가 최종적으로 처리됐는지는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을 찾지 않아도 거짓된 종결 상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거죠?”
“예. 원칙의 효력을 검토하는 문제와 개인의 신원을 드러내는 문제는 다릅니다.”
지훈은 두 사람에게 초안 한 장을 내밀었다.
'0차 실험의 원칙 이의는 종결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실명이 공개되지 않은 참여자의 침묵을 동의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혜숙은 마지막 문장을 오래 보더니 볼펜으로 한 단어를 고쳤다.
'공개되지 않은'을 '공개를 선택하지 않은'으로.
“본인이 숨었다고 단정하지 말아 주세요. 그냥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지훈은 수정된 문장을 그대로 받아 적었다.
창밖으로 이른 저녁 해가 들어왔다. 서로 다른 시대에 같은 일을 했던 세 사람의 그림자가 식탁 위에 놓였다.
그때 예린에게서 문자가 왔다.
'운영사 검토 의견란에 10번 이의를 '이미 해결된 민원'으로 분류하려는 변경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지훈은 혜숙에게 화면을 보여 주었다.
혜숙이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이라면, 끝났다고 적지 못하게 해야지요.”
제18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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