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입니까?”
강철민은 마지막 빵을 진열대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지훈은 휴대전화의 통지를 다시 읽었다. 황주석이 제출한 '전체 기록 일괄 종료'는 화면에서 한 줄이었지만, 첨부 문서는 마흔여덟 장이었다.
“좋은 단어처럼 보이는 말이 제일 어렵네요.”
그날 밤 소개소의 전등은 늦게까지 켜져 있었다. 예린은 문서의 '종료'라는 표현에 서로 다른 표시를 했다. 취업 상담 종료, 분쟁 절차 종료, 그리고 원천 자료 연결 종료. 겉으로는 모두 같은 버튼 아래 묶여 있었다.
“이 셋을 한 번에 누른다는 얘기예요?”
“그게 핵심이에요. 상담이 끝났다고 해서 이의 신청도 끝난 건 아니잖아요.”
예린은 첫 장을 확대했다.
[전체 기록 일괄 종료]
[정정 대상 후보: 4,812건]
[미확인 선택 관련 기록: 별도 검토 없이 종결 상태로 전환 가능]
[원천 연결: 종료 시 자동 해제]
지훈이 말했다.
“자동 해제가 아니라, 확인할 길부터 없어지는 거네요.”
모든 기록이 삭제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각 기관에 사본이 남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자료가 같은 사람의 어느 결정에 연결돼 있었는지를 확인할 경로가 끊길 수 있었다.
“실제 일을 한 사람의 경력을 살리면서 잘못된 대리 승인을 정정해야 하는데, 둘을 통째로 끝내겠다는 겁니다.”
구은정과 연결한 화상 통화에서는 좀 더 신중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시행안이 아니라 제안서입니다. '가능'이라는 글자만 보고 이미 말소됐다고 단정하면 안 돼요. 하지만 실제로 승인되면 권리 구제에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훈은 메모장에 세 개의 질문을 적었다.
첫째, 어떤 상담이 끝났는가.
둘째, 누가 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는가.
셋째, 연결을 끊으면 누가 다시 자신의 기록을 찾을 수 있는가.
새벽 한 시가 다 돼서 철민이 올라왔다. 앞치마에는 밀가루가 남아 있었다.
“선생님, 제가 첫날 여기 왔을 때 있잖습니까. 그때 회장님 이름으로 된 서류가 아직 살아 있다면 저도 종료해야 합니까?”
“당신이 원하면 확인하고 정리할 수 있어요. 제가 대신 끝낼 순 없고요.”
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에도 빵집 문 닫는 시간이랑은 다른 거군요.”
지훈은 피곤한 얼굴로 웃었다. 가게는 영업을 마쳐도 내일 다시 문을 연다. 하지만 시스템에서 사람의 대답을 '종결'하면 되돌릴 문이 없을 수 있었다.
노트북에 새 알림이 떴다.
[제안서 검토 의견 접수 시작]
[제출 기한: 20일]
[연결 기관 대리 검토자: 새 출발 직업소개소]
지훈의 이름이 또 대리인으로 표시돼 있었다. 그는 동의 버튼을 누르는 대신 문의 번호를 확인했다.
“먼저 우리 소개소가 왜 대리 검토자가 됐는지부터 묻겠습니다.”
제18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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