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제 취업이 없던 일이 됩니까?"
한도균의 손녀 한유정이 물었다. 그녀는 최근 산업설비 점검업체의 사무직에 지원했고, 며칠 전 합격 통보를 받았다. 회사가 사용한 이력 확인 서비스에 할아버지의 0차 실험 기록과 가족 관계를 추정한 항목이 섞여 들어갔다고 했다.
지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보증 데이터의 첫 사용처가 유정의 채용 평가 시스템인 것은 확인됐지만, 합격 결정에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합격이 취소된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영향이 없었다고도 단정할 수 없어요. 회사에 확인하고, 유정 씨가 원하는 범위에서 정정 요청을 하는 게 먼저입니다."
유정은 스마트폰에 떠 있는 합격 문자를 보여 주었다.
"저는 면접도 봤고 과제도 제출했어요. 제 능력으로 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 과정은 없던 일이 아니에요. 이번에 확인할 것은 그 외에 잘못된 정보가 끼어들었느냐는 겁니다."
유정은 가방에서 자기 과제물을 꺼냈다. 설비 점검표의 반복 오류를 줄이는 간단한 문서 양식이었다. 지훈은 그것이 어떤 일을 하는지 상세히 설명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채용 평가의 전문 판단은 회사가 해야 할 일이었다.
대신 예린은 유정의 동의를 받은 뒤 회사 인사 담당자와 통화했다. 담당자는 채용 점수와 관련된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외부 보증 기록을 합격 근거로 취급했는지 정식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바로 삭제하면 안 되는 겁니까?"
유정이 재촉했다.
"자료 삭제 요청은 할 수 있어요. 다만 이미 평가에 사용됐다면 그 사실을 확인할 기록도 남아야 합니다. 어떤 방식이 유정 씨에게 유리할지는 회사 답변을 보고 결정하셔도 됩니다."
그날 오후 강철민은 빵집에서 작은 실수를 했다. 반죽 발효 시간을 잘못 읽어 열두 개의 빵이 과하게 부풀었다.
"이걸 버려야 합니까?"
수습 직원이 물었다.
"먹을 수 있는지, 팔 수 있는지 따로 판단해야지. 우리가 실수한 걸 손님에게 숨기진 말고."
철민은 빵을 가리키다가 문득 웃었다.
"요즘 내가 하는 말이 다 그 사람 같네."
그 사람은 지훈이었다. 그러나 지훈도 언제나 제대로 답하지는 못했다.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원망이 소개소 메일함에 쌓이고 있었다.
저녁에 유정이 다시 찾아왔다.
"회사에서 답이 왔어요. 외부 보증은 참고자료로만 내려받았고, 제 점수에는 반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서류 옆에 할아버지 기록이 붙어 있었다는 건 인정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합격은 그대로 두고, 그 기록이 다음 사람 평가에는 붙지 않게 해 달라고 하려고요."
지훈은 그녀가 직접 쓴 요청서를 건네받았다. 그가 대신 답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예린이 외부 중개망의 사용처 목록을 갱신하자 수치가 바뀌었다.
[이용 1건 → 연결 전파 38개 기관]
한 사람의 평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지 몰라도, 잘못된 보증 자체는 이미 다른 곳으로 퍼지고 있었다.
제17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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