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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72화
PAYLUA ORIGINAL · 제172화

172화. 열 사람의 빈 이름표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610자

오프라인 책장
원본 자료 보관실은 생각보다 작았다. 지훈과 예린이 구은정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에는 철제 캐비닛 여덟 개와 오래된 제습기가 있었다. 사람의 삶을 바꾸겠다던 0차 실험의 흔적이 이렇게 좁은 방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기묘했다. "오늘 확인 가능한 건 인명 정보가 아니라 자료 목록뿐입니다." 은정이 먼저 선을 그었다. "명단 열람은 별도 심사가 필요하고, 생존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어요." 캐비닛에서 확인한 것은 당시 목록을 바탕으로 출력한 접수표 사본 열 장이었다. 원본 개인 서류와 일대일로 대응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각 표에는 이름 대신 참가 번호가 적혀 있었다. [000-0-01 ~ 000-0-10] [선택 결과: 완료 / 보류 / 이의 / 기록 미상] 지훈은 열 장을 차례로 늘어놓았다. 완전히 같은 양식인 줄 알았는데 오른쪽 하단의 확인 칸이 제각각이었다. 두 장은 신청자가 직접 작성했다고 표시됐고, 세 장은 담당자가 받아 적었다고 쓰여 있었다. 나머지 다섯 장은 작성 방법이 확인되지 않았다. "여기 04번은 거절 표시가 두 개네요." 예린이 지적했다. "첫 번째 칸에 '거절', 마지막 칸에 '승인 처리'라고요." 은정은 손을 멈추게 했다. "승인 처리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실제 승인이 있었다고 결론 내리면 안 됩니다. 서식이 바뀐 시기일 수 있어요." 옆에 놓인 주석 안내서는 더 이상했다. '보류 기간이 길어지면 참여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임시 직무를 제안한다'는 취지의 문장이 있었다. 그러나 수정된 안내문에는 '임시 직무를 자동 배정한다'고 돼 있었다. "제안과 배정은 다르죠." 지훈이 말했다. "누군가가 좋다고 생각한 직업이라도, 그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잖아요." 오혜숙은 통화로 두 문장을 확인했다. 자신이 당시 회의에 참여했는지는 기억이 흐릿하지만, '제안'이라는 표현을 두고 의견이 갈렸던 것은 어렴풋이 기억한다고 했다. 그녀는 나중에 실물을 보겠다고 했다. 기록을 정리하다 예린이 표지 안쪽에 끼워진 파란 종이를 발견했다. '연결처: 새 출발' 그 아래에는 낯선 글씨로 손수 적은 설명이 있었다. '기관명이 아님. 재취업 희망자 사후 연락 구분.' 지훈은 종이의 사진 촬영 범위를 은정에게 확인받고 기록했다. 이 한 장이 사실이라면 현재의 '새 출발 직업소개소' 연결은 오래된 분류명을 기관명으로 읽은 오류일 수 있었다. 그런데 파란 종이에는 다른 흔적도 있었다. 구멍 두 개가 종이 왼쪽에 뚫려 있었고, 그 구멍 사이에 짙은 남색 잉크가 묻어 있었다. "이건 찢어서 떼어낸 표지 같아요." 예린이 말했다. "앞장이 따로 있었다는 뜻이네요." 은정은 수불대장을 확인했다. 파란 종이 앞에 있어야 할 원 표지는 보관 목록에는 남아 있었지만 현재 철제함에는 없었다. [000-0 실험 원 표지: 대출 상태] [반납 예정일: 공란] "누가 가지고 있죠?" 철민이 전화 너머에서 물었다. 은정이 답했다. "대출 신청자가 개인인지 기관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아직 이름을 말씀드릴 수 없어요." 지훈은 열 장의 이름 없는 접수표를 바라봤다. 일단 사람 수는 열 명이 맞아 보였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결정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아는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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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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