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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67화
PAYLUA ORIGINAL · 제167화

167화. 자정 전에 남긴 서명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880자

오프라인 책장
밤 열한 시 십오 분, 나예린은 세 개의 폴더를 나란히 띄웠다. 하나는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 확보한 문서, 하나는 공개적으로 열람 가능한 기록, 마지막은 존재만 확인했지만 아직 열람 권한을 받지 못한 자료의 목록이었다. 예린은 세 번째 폴더에 아무 파일도 복사하지 않았다. "이걸 전부 복제하면 일단 살아남지 않습니까?" 강철민이 물었다. "그 안에는 사람 이름과 병력, 퇴사 사유 같은 내용도 있을 수 있어요. 지우지 말라는 이유로 무작정 가져오는 것도 문제예요." "그럼 뭘 해야 합니까?" "어디에 있는지, 누구에게 문의해야 하는지, 삭제 예정이라는 안내를 언제 봤는지 남기는 거죠. 각 기관에는 보존 요청을 하고요." 철민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빵집에서 밀가루를 보관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보관이었다. 사람의 기록은 함부로 열면 안 되는 봉투였다. 은정이 통화로 알려 왔다. 재단 자료실은 0차 실험의 실물 장부를 당분간 임의 폐기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운영사의 연결 인덱스와 모든 연동기관의 사본까지 통제할 권한은 없었다. 당장 할 수 있는 범위의 조치였다. 문세영은 안전 담당자와 통화한 뒤 수첩 사본을 해당 업체의 공식 확인 절차에 제출했다. 업체는 충돌 기록을 검토하는 동안 관련 점검 이력의 자동 정리 결과를 안전 판단의 단독 근거로 쓰지 않겠다고 회신했다. 지훈은 그 답신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설비가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미확인 전산 기록만 믿고 다음 작업을 진행하지는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열한 시 오십육 분, 예린의 화면에 남은 시간이 나타났다. [말소 예정: 00:04:00] [대상: 원칙 변경 제안 이력 7건] [상태: 이의 제기 중] "일곱 건이면 전부 볼 수 있겠네요." 철민이 말했지만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중 두 건입니다.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의 기록일 수 있어요." 그는 수첩에 두 건의 번호만 적었다. 하나는 오혜숙의 교정 시안, 다른 하나는 백도식이 제출한 0차 회람 자료. 둘은 같은 실험번호를 공유했지만 내용이 일치하는지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정까지 일 분 남았을 때, 황주석이 화상 연결을 요청했다. "이렇게까지 보존을 고집해서 얻는 게 뭡니까? 오래된 오류를 붙잡아 두면 새로 일할 사람들이 피해를 봐요." 지훈은 화면을 오래 보지 않았다. "오류가 맞으면 수정해야죠. 그런데 무엇이 오류인지는 사람에게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확인하면 언제 끝납니까?" "늦게 끝날 수 있죠. 그게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지워도 된다는 이유는 아닙니다." 황주석이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계속 느린 답을 선택하는군요." "적어도 답을 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남깁니다." 자정이 되자 경고 창이 사라졌다. 예린이 검색 목록을 새로 열었다. 일곱 건 가운데 다섯 건은 더 이상 조회되지 않았다. 두 건은 '보존 요청 대상'이라는 표기가 붙어 남았다. "두 건만 막은 겁니까?" 철민이 물었다. 예린은 잠시 기다렸다가 답했다. "조회 결과로는 그렇습니다. 다른 다섯 건이 완전히 삭제됐는지는 아직 몰라요." 지훈은 남은 두 건을 바라봤다. 모두를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지만 남았다고 보이는 두 건마저 자기들이 지켰다고 선언할 수는 없었다. 각 보관 주체가 실제로 무엇을 조치했는지 따져 봐야 했다. 그때 혜숙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때도 원칙을 적을 사람은 저 혼자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들을 찾아보면 좋겠네요.' 문자에는 이름 하나가 더 있었다. 0차 실험의 당시 기록 담당자, 심경아. '그분은 반대 의견 칸을 마지막까지 남겨 두자고 했어요.' 내일 찾아야 할 사람은 또 한 명 늘었다. 이번에는 삭제 버튼보다 먼저 찾아야 할 목격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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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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