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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66화
PAYLUA ORIGINAL · 제166화

166화. 빨간 줄은 삭제 명령이 아니다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04자

오프라인 책장
구은정이 준비한 검토 모임은 재단 별관의 작은 회의실에서 열렸다. 참석자는 많지 않았다. 오혜숙, 민재호, 나예린, 오지훈, 문세영 그리고 현장에서 작성한 점검표를 가지고 온 윤재식. 백도식은 자신의 자료를 공식 제출했지만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가 없는 자리에서도 그가 남긴 책임의 흔적은 검토될 수 있었다. 회의실 벽에는 세 장의 표가 붙었다. 첫째는 인쇄소에서 만든 첫 번째 시안. '신청, 보류, 거절'이라는 세 칸이 있었다. 둘째는 붉게 교정한 문장. '당사자의 거절 의사는 타인이 폐기하지 못한다.' 셋째는 지금의 말소 기능 설명서였다. '상충·미확정 원본 정리'. 은정이 말했다. "오늘 누가 이겼는지 정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말이 서로 다른 단계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하죠." 혜숙은 두 번째 표 앞에 섰다. "여기 붉은 줄은 삭제하라는 지시가 아닙니다. 잘못 인쇄된 문장을 지우고 다른 문장으로 고쳐 달라는 교정 표시였어요." "그렇다면 원본을 수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뜻입니까?" 민재호가 물었다. "물론이죠. 틀린 말을 바로잡아야지, 종이를 평생 그대로 두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누가 무엇을 고쳤는지는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훈은 그 대답이 마음에 남았다. 그동안 자신은 원본을 지킨다고 말했지만, 원본이라고 해서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첫 상담 기록에도 오기가 있었고, 어떤 사람은 과거의 희망 직업을 바꾸고 싶어 했다. 잘못된 것을 수정하지 못하면 또 다른 감옥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 실제 수정과 말소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지훈이 물었다. 혜숙은 천천히 답했다. "내가 하지 않은 말을 내 말이라고 적었으면 고쳐야죠. 하지만 그 고친 사실까지 없애면, 다음 사람은 누가 왜 고쳤는지 알 수 없어요." 문세영이 손을 들었다. "그날 제가 멈춘 설비에 대한 기록도 그렇습니다. 나중에 다른 사람이 제 판단이 틀렸다고 입증할 수 있어요. 그러면 고치면 됩니다. 하지만 멈추라고 한 적 자체가 없었다고 정리하면, 아무도 확인할 수 없지 않습니까." 재식이 종이 점검표를 테이블에 놓았다. 그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부분만 보여 주었다. 다른 작업자의 이름과 연락처는 가렸다. 그날 점검표에는 운전 중단 시각과 사유가 남아 있었다. 설비 운영사의 전산 기록과 충돌하는 부분은 붉은 펜으로 표시했다. 은정은 두 기록을 모두 '상충'이라고 적되, 하나를 폐기하지 않았다. 대조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그때 민재호가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돌아왔다. 손에는 오래된 색인표가 들려 있었다. "보관 담당자가 확인한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0차 실험의 '반대 의견' 분류가 과거에는 '추후 재검토'였어요. 어느 시점부터 '중복 오류'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누가 이름을 바꿨습니까?" 예린이 물었다. "변경 제안자는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변경을 승인한 서명은 조회 목록에서 사라졌습니다." 모두가 잠시 말이 없었다. 혜숙은 지훈의 수첩을 가리켰다. "상담사 선생, 그 종이에 오늘 확인한 것만 적으세요. 누구 짓이라고 추측하는 건 나중에 해도 돼요." 지훈은 웃을 수 없었다. 혜숙에게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반대 의견 → 중복 오류. 변경 제안 기록 존재, 승인 확인 미완료.' 회의가 끝날 무렵 은정은 한 장의 문서를 돌렸다. 원본이 어디에 보관돼 있고 어떤 분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임시 목록이었다. 서명란에는 각자 직접 확인한 내용만 적도록 돼 있었다. 혜숙은 마지막 칸에 덧붙였다. '내가 수정한 것은 문장이지, 다른 사람의 선택이 아니다.' 지훈이 그 문장을 바라보는 동안 예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제10 기능 / 변경 제안 이력 말소 대기] [예정 시각: 오늘 자정] 이번에는 붉은 줄을 그은 사람만이 아니라, 그 줄을 다른 뜻으로 바꾼 흔적도 사라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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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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