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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63화
PAYLUA ORIGINAL · 제163화

163화. 장부의 빈 줄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786자

오프라인 책장
공석관리재단의 오래된 자료실은 지하가 아니라 건물 옆 별관에 있었다. 민재호는 외부 열람실에서 먼저 보존 안내문을 읽어 주었다. 서류를 만질 때는 담당자가 함께 있어야 하고, 원래 순서를 바꿔서는 안 되며, 사본 발급은 별도 심사가 필요했다. 혜숙은 그 설명을 끝까지 들은 뒤 이름을 적었다. 철민은 문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증거를 지키는 일은 모두가 같은 방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민재호가 꺼내 온 것은 두꺼운 수불대장이었다. 바랜 표지에는 '등록 원칙 서식 및 교정 이력'이라고 적혀 있었다. 일자별로 문서가 들어오고 나간 흔적이 기록돼 있었다. 어떤 페이지에는 손글씨가, 어떤 페이지에는 나중에 붙인 바코드 라벨이 있었다. "여기가 000번입니다." 한 장의 중간에는 검은 펜으로 번호가 적혀 있었다. 입고: 원칙 시안 1부. 교정: 수정본 1부. 확인: 오혜숙. 그 바로 아래 줄이 비어 있었다. 빈 공간의 양쪽에는 날짜와 날인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 지운 흔적이라기보다 원래부터 채우지 않은 줄 같았다. "반출처가 없는 건가요?" 예린이 물었다. "그럴 수도 있고, 나중에 다른 장부로 옮긴 걸 수도 있습니다. 다른 대장과 대조해야 합니다." 민재호는 자기 직무 범위를 분명히 했다. 그는 자료의 존재를 확인할 수는 있어도 그 내용이 진짜 의사 표시인지 판단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혜숙이 수불대장 한쪽을 짚었다. "이 날짜는 기억납니다. 저는 이때 원칙을 폐기하러 간 게 아니라 잘못 찍힌 문구를 고치러 갔어요." "어떤 문구였습니까?" "거절 의사를 대표자가 대신 처리할 수 있다는 문장이었지요. 그걸 지워 달라고 했습니다." 지훈은 예전에 윤기범의 인쇄소 노트에서 봤던 붉은 수정선이 떠올랐다. 거절을 대리로 처리하려는 문장을 오혜숙이 반대한 기록. 지금 자신들이 지키려는 것은 그 반대가 언제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추적할 길이었다. 그때 은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재단의 문서 관리 담당에게 보존 요청이 접수됐음을 확인받았다. 다만 접수만으로 모든 삭제를 즉시 중단하는 효력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운영사 쪽은 검색 연결을 이미 해제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관련 서류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열람 경로를 따로 남겨야 해요." 예린은 필요한 항목만 정리했다. 문서 번호, 확인된 실물의 종류, 담당자, 열람 시각. 혜숙이 가진 교정지의 전체 내용을 파일에 넣지는 않았다. 허락받지 않은 부분은 누구도 옮겨 적지 않았다. 수불대장 마지막 장에서 민재호가 종이 두 장 사이에 끼인 얇은 회색 표지를 발견했다. 손가락으로 살짝 들자 뒤쪽에 자국이 보였다. 예전 서류를 붙였다 떼면서 남긴 접착 흔적이었다. '원본 회수 요청 / 공석 처리 실험 0차.' 제출자 칸에는 이름이 있었다. 황주석. 지훈은 글자를 오래 바라봤다. 황주석이 원칙에 손을 댄 것은 최근이 아니었다. 원칙의 세 칸이 열 개로 바뀌기 전부터 그는 원본을 회수하려 했던 것처럼 보였다. "이 사람이 가져갔다고 할 수 있습니까?" 철민이 열람실 바깥에서 물었다. 지훈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회수를 요청한 기록만 있어요. 누가 실제로 꺼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 순간 예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말소 후속 대상 자동 추가] [0차 실험 원본 열람 이력] [처리 예정: 18시간 후] 검색 결과 다음으로 열람 이력까지 사라질 예정이었다. 원본을 찾은 사람들의 발자국마저 지우려는 것인지, 아니면 오래된 로그를 정리하는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지 알았다. 장부의 빈 줄은 아직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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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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