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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62화
PAYLUA ORIGINAL · 제162화

162화. 아홉 시에 남은 한 문장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785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여덟 시 오십 분, 오혜숙은 빵집에 먼저 와 있었다. 박선규는 따뜻한 물을 내놓았다. 혜숙은 유리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창밖으로 빗물이 흘러내렸다. 새 출발 직업소개소에서 내려온 지훈은 급하게 앉지 않았다. "어젯밤 연락드린 일이 어떤 것인지 먼저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러려고 왔지요." 지훈은 준비한 종이 두 장을 펼쳤다. 첫 장은 운영사에서 출력된 말소 예정 안내였다. 둘째 장은 인쇄소에서 확인했던 수정 흔적에 관한 메모였다. "원칙의 전산 등록 기록이 삭제 대상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걸로 종이 교정지까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다만 나중에 둘을 연결해 검증할 수 있는 경로가 끊길 수 있어요." 혜숙은 한참 동안 자료를 읽었다. "그러니까 저를 다시 불러서 '폐기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게 하려는 겁니까?" "아니요. 하실 말이 없다면 그걸로 끝내도 됩니다. 먼저 어떤 자료가 남아 있고, 어떤 자료를 확인하실 수 있는지 알려 드리려고요." 혜숙이 조용히 웃었다. "이 말을 듣기까지 꽤 오래 걸렸네요." 그녀는 오래된 봉투를 꺼냈다. 안에는 수십 년 전에 접은 교정지 사본이 있었다. 종이 가장자리의 붉은 줄은 닳아 있었지만 문장은 읽혔다. '당사자의 거절 의사는 타인이 폐기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른 면에는 세 칸이 있었다. 신청. 보류. 거절. "그때 제가 만든 건 세 칸뿐이었어요. 뒤에 열 개 기능으로 바뀐 건 제 뜻이 아니었지요." 지훈은 기록을 촬영해도 되는지 물었다. 혜숙은 한 장만 허락했다. 자신의 이름과 당시 연락처가 있는 면은 촬영하지 말라고 했다. 예린은 허락받은 범위의 사진을 별도 저장하고 원본은 혜숙 앞에 그대로 두었다. 아홉 시 정각, 컴퓨터의 '말소 적합성 사전 심사'가 '처리 중'으로 바뀌었다. 예린은 운영사 담당자에게 연결된 통화에서 물었다. "어느 자료를 실제로 없애고 있습니까? 원본 전체입니까, 이용자가 보는 인덱스입니까?" 한동안 키보드 소리가 들리더니 답이 돌아왔다. "현재는 원천 등록 목록에서 검색 연결을 해제하는 단계입니다. 실물 문서 폐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용자는 더 이상 원본을 검색하지 못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다만 시스템상 보존 기간 경과로 표시됩니다." 모니터에서 '000번' 검색 결과가 사라졌다. 어제까지 한 줄이라도 나오던 목록이 빈 화면이 되었다. 철민이 숨을 들이켰다. "저게 없어졌다는 겁니까?" 혜숙이 먼저 대답했다. "아니요. 못 찾게 된 거예요. 그건 다릅니다." 지훈은 수첩에 그녀의 말을 그대로 적었다. '검색할 수 없음은 존재하지 않음과 다르다.' 그때 민재호에게서 연락이 왔다. 재단의 기록 담당자인 그는 공식 열람 절차를 안내했던 사람이었다. "보관 창고에 있는 오래된 수불대장을 대조했습니다. 원본 목록을 찾는 데 쓸 수 있는 번호가 남아 있어요. 하지만 이상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있던 반출 기록 한 건이 오늘 조회되지 않습니다." 지훈은 짧게 물었다. "누가 가져갔다는 뜻입니까?"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선 종이 수불대장을 확인해야 합니다." 혜숙은 교정지를 다시 봉투에 넣었다. 그녀는 오늘 처음으로 남의 입에서 나온 '원본'이 아니라 자신이 보관해 온 종이를 믿고 있었다. "그 장부를 확인하는 일,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대신 제가 보여 주지 않겠다는 내용은 묻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지훈은 답했다. 그날의 첫 번째 승리는 검색창을 되살리는 일이 아니었다. 원본을 가진 사람이 원본을 어떻게 쓸지 직접 정했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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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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