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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59화
PAYLUA ORIGINAL · 제159화

159화. 비워 두는 것도 결정이다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847자

오프라인 책장
오후 여섯 시 이십 분, 구은정이 마지막 협의 결과를 정리해 가져왔다. 세 곳의 연동기관은 자동 승계 정보를 실제 동의서나 업무 수행 확인서 대신 쓰지 않기로 했다. 두 곳은 답을 유보했다. 운영사는 승계 기능의 시범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확실한 건 이 정도예요." 은정이 말했다. "다 막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부 기관에는 확인되지 않은 결과를 그대로 이용하지 말라는 근거가 전달됐습니다." 지훈은 빨간 펜으로 '부분 조치'라고 썼다. 이 말은 몇 달째 수첩에 반복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답답했지만 요즘은 달랐다. 당장 고치지 못한 일을 고쳤다고 꾸미는 것보다는 정확했다. 정라희가 상담실에 들렀다. 그녀는 청원물류에서 받은 업무 재분장표를 보여 주었다. 서은하의 퇴사 표시는 '확인 중'으로 남아 있었고, 경보 확인 업무는 실제로 교육받고 배치된 담당자가 맡도록 바뀌어 있었다. 라희는 자신이 선택한 출고 업무만 서명했다. "저도 아직 끝난 건 아니에요. 선배가 돌아오시면 회사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모르니까요." "맞아요. 지금 확인된 일만 기록합시다." 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훈의 손에 작은 빵 상자를 건넸다. "철민 씨가 새벽에 만든 거라던데요. 저더러 가져다 달래요. 자기는 지금 오븐 앞에서 못 나온대요." 지훈이 상자를 열자 가장자리가 조금 삐뚤어진 소금빵이 들어 있었다. 안쪽에는 작은 메모가 있었다. '잘못 구운 빵은 제가 책임집니다. 잘 구운 빵은 같이 먹읍시다. - 강철민' 지훈은 웃었다. 스스로 한 일을 구분해서 말하는 법을 철민은 이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백도식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자신의 옛 회사에서 사용됐던 '후임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퇴사 불가'라는 문구가 들어간 자료를 정식 보존 절차에 제출했다고 했다. 관련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 정보를 퍼뜨리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제야 내가 했던 일을 내 이름으로 적는군." "늦었지만 해야 할 일입니다." "당신이 내 이름으로 대신 사과해 줄 필요도 없고." "그렇죠." 전화를 끊자 예린이 마지막 확인서를 가져왔다. 지훈에게 예정된 118번 권한을 수락하지 않는다는 원문과, 다른 사람의 선택으로 전가하지 말라는 이의신청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담당 기관에서 접수번호를 부여한 문서였다. 지훈은 한 번 더 읽고 직접 서명했다. "선택을 미룬다는 것도 어떤 때는 중요하겠죠?" 예린이 물었다. "네. 특히 그 사람에게 결정할 시간과 정보가 없을 때요." "그러면 미완료가 꼭 실패는 아니네요." 지훈은 잠시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뜻일 수도 있고, 지금은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일 수도 있죠. 그 차이를 당사자에게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여섯 시 사십칠 분, 서류가 공식 접수됐다는 메시지가 왔다. 화면에는 '오지훈: 거절 의사 접수'가 나타났다. 그러나 바로 아래 경고도 뜨고 있었다. [원천관리계정 승계 처리: 정지 요청 수신] [자동 승계 처리: 별도 판단 예정] 지훈은 이를 두고 승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처음으로 시스템이 자기 거절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물건'이 아니라 실제 접수된 말로 기록하고 있었다. 창밖의 빵집 불이 켜졌다. 철민은 마지막 오븐을 끄고 있었다. 지훈은 그 모습을 보고 일어섰다. 남은 십삼 분을 모니터만 바라보며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소개소 문에 새 종이를 붙였다. '오늘 확인하지 못한 일은 내일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일을 확인했다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그때 뒤에서 예린이 불렀다. "지훈 씨, 프로그램에 없던 항목이 하나 생겼어요."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작게 '원본 정리 대기'라는 글씨가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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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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