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정은 공식 검토 요청을 준비하며 지훈에게 한 가지 부탁했다.
"발급받은 사람 가운데 직접 진술할 뜻이 있는 분들이 있을까요? 모두 모을 필요는 없어요. 한 건이라도 원본과 자동 증명을 나란히 비교할 수 있으면 됩니다."
지훈은 조은재에게 전화를 걸기 전에 안내문부터 보냈다. 참석해도 되고, 자료만 보내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문장이 포함돼 있었다. 은재는 참석하겠다고 했다. 안재철은 자료 열람만 허락하고 현장에는 오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민규도 자신의 경력이 다른 사람에게 이전됐던 사례를 제한된 범위에서 설명하기로 했다. 이가람은 녹화되지 않는 자리에서만 발언하겠다고 했다. 혜숙은 오래된 원칙 문구의 수정 경위를 직접 이야기하되 개인 신상은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모임 장소는 커다란 회의장이 아니라 건물의 작은 상담 교육실이었다. 의자 열두 개, 흰 칠판, 물병 몇 개. 바깥에서는 비가 내렸고 제빵실의 철민이 간식을 가져다 놓았다.
지훈은 진행을 맡지 않았다. 오늘은 자신이 증인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말해야 하는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구은정이 자료의 출처와 확인 가능한 범위를 설명했다.
"오늘 이 자리는 판결을 내리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른 사실을 구별하고, 잘못된 증명을 그대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첫 번째로 은재가 말문을 열었다.
"그날 장비를 멈춘 사람은 저였습니다. 정지 버튼이 조금 뻑뻑했어요. 그래서 두 번 눌렀죠. 작업일지에는 제가 적었고요."
그는 운전 기록 사본을 들어 보였다. 실제 정지 시각과 그의 진술은 대체로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시각을 확실히 기억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구은정은 그 말까지 그대로 기록했다.
민규는 자신의 삼 년 경력을 이야기했다. 복원 절차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모든 시스템에서 수정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말했다. 가람은 자신이 받지 않아도 될 평가 점수를 거부한 경위를 설명했다.
혜숙은 교정지를 펼쳐 붉은 줄을 보여 주었다.
"누군가는 이 줄이 없는 첫 번째 종이를 원본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줄을 긋고, 마지막 문장을 고쳐 달라고 했어요."
그녀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종이 한 장이 모든 진실을 담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차례가 된 지훈이 일어섰다.
"저는 조은재 씨가 장비를 정지시킬 때 현장에 없었습니다. 서민규 씨의 지난 삼 년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오혜숙 씨가 원칙을 폐기한다고 말하는 것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제가 세 분의 행위를 직접 증명했다고 적은 기록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는 대본을 덮었다. 그것이 오늘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증언이었다.
오후에 운영사 담당자가 화상으로 연결됐다. 그는 자동 증명이 신뢰도 높은 예측을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은정이 물었다.
"예측했다는 사실과 직접 목격했다는 사실을 왜 같은 칸에 적습니까?"
담당자는 즉답하지 못했다.
지훈은 질문 하나를 더했다.
"내일 누가 빵을 굽는지 예측할 수는 있겠죠. 그렇다고 오늘 제가 그 빵을 구웠다고 증명할 수는 없잖아요."
회의가 끝날 무렵, 참석자들의 동의 범위 안에서 작성한 정정 요청과 비교 자료가 접수됐다. 숫자는 거창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다섯 가지 사건, 각각의 자료와 이의가 남았다.
하지만 예린이 기록 목록을 닫으려던 순간, 재단 회신 화면이 바뀌었다.
[제8 기능 긴급 검토 안건 상정]
[대리 증명 일괄 처리: 결정 대기]
[차기 권한 처리 규칙 적용 준비]
마지막 줄은 아직 낯선 문구였다. 지훈은 그 문장을 읽고서도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확인하지 않은 것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법을, 이제야 조금 배웠으니까.
제14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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