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린은 3,505건의 목록을 보면서 제일 먼저 새 파일을 만들지 않았다. 어떤 정보가 포함돼 있고 누구에게 보여도 되는지부터 확인했다. 이름이 가려져 있었지만 근무 장소, 시간, 직무가 조합되면 특정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기록이 적지 않았다.
"이걸 통째로 공개하면 다른 피해가 생겨요."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증거 확보 경로와 현재 사용 여부부터죠. 당사자에게 연락할 때도 본인 확인이 필요하고요."
연락을 허락한 첫 당사자는 물류회사 설비 담당자 조은재였다. 그는 회사에서 온 통보서를 들고 찾아왔다. 문서에는 지난달 야간 점검을 수행한 사람의 이름이 은재가 아닌 다른 직원으로 표시돼 있었다.
"저 혼자 그 장비를 정지시켰어요. 위험이 있어서요. 그런데 며칠 뒤엔 제가 그 구역에서 근무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 작업 기록은 남아 있습니까?"
"제가 쓴 점검표는 있어요. 하지만 회사 전산에는 제가 그걸 쓰지 않은 것으로 나와요."
은재의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가 나왔다. 연필 자국이 깊게 남은 점검표였다. 한쪽에는 볼펜으로 '재가동 승인 대기'라고 적혀 있었다. 바로 아래에는 누군가 덧붙인 듯한 글씨로 '대체 담당자 확인 완료'라고 찍혀 있었다.
예린은 전산에 입력된 대체 담당자 이름을 확인했다. 안재철. 은재는 그 이름을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
"같이 일하던 분이었어요. 그런데 이미 퇴사하셨는데요."
"그분께 연락할 수 있습니까?"
"제가 연락처를 마음대로 드릴 수는 없죠. 회사에 확인 요청은 해 보겠습니다."
지훈은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 곤란한 일을 겪은 사람이 다른 동료의 연락처를 함부로 넘기지 않는 것. 그것 역시 선택권이었다.
며칠이 걸릴 줄 알았던 답은 그날 오후 도착했다. 안재철은 회사를 떠난 뒤 연락을 피하며 지내고 있었지만, 누군가 자신의 이름으로 작업을 했다는 통보를 받고 스스로 연락해 왔다.
"나는 그날 그 회사에 없었어요. 그런데 내 이름으로 안전 확인을 했다고요?"
재철은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퇴사 사유에는 건강 문제가 포함돼 있었고, 재취업 심사에는 이 근무 이력이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이 기록 때문에 제게 불리한 판단이 내려질까요?"
"그 가능성이 있는지 먼저 확인하고, 잘못된 기록이라는 이의제기를 남기는 게 좋겠습니다."
지훈은 빈말로 괜찮을 거라고 하지 않았다.
은재와 재철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 부분만 진술했다. 두 사람의 말은 일부 겹쳤고 일부 달랐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했다. 어느 쪽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점검을 승인한 적이 없었다.
예린은 해당 기록을 재단 시범 증명 화면에 넣지 않고, 이미 발급된 문서의 변경 내역만 조회했다. 그러자 세 사람이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타임라인이 나타났다.
[실제 작업: 조은재]
[전산 귀속: 안재철]
[증명 후보: 오지훈]
지훈은 화면을 보며 기가 막혔다.
"저는 두 분을 오늘 처음 만났습니다."
그런데 바로 아래에 녹색 문구가 떠 있었다.
[제8 기능: 간접 관계 일치]
[공통 증인 선정 확률: 99.8%]
처음 보는 사람에게까지 '증인'이 될 수 있다는 숫자가 붙어 있었다.
제145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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