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검토기관 세 곳 가운데 한 곳은 증명 문서를 임시로 접수했고, 두 곳은 자동으로 심사 목록에 올렸다. 구은정은 각 기관에 연락해 현재 분쟁 중인 문서임을 통지했다. 시스템 화면에서는 이미 '증명 완료'라는 표시가 떠 있었지만, 그 표시만으로 실제 판단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훈은 오전에 이어 같은 문장을 두 번째로 읽었다.
'오지훈이 직접 확인함.'
"제가 확인한 적 없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할까요."
"필요하다면 또 해야겠죠. 하지만 매번 지훈 씨가 혼자 설명하게 두진 않을 겁니다."
예린은 발송된 문서의 사본마다 식별 번호가 다른 것을 발견했다. 같은 내용이 세 번 발송됐지만, 세 문서에는 각각 다른 '증명 생성자'가 붙어 있었다. 첫 문서에는 오지훈, 둘째에는 원천관리계정, 셋째에는 공란.
"이게 같은 증거라고 볼 수 있어요?"
구은정은 세 문서를 나란히 놓았다.
"같은 원본을 근거로 만들었다는 주장부터 확인해야 해요. 제삼자의 서명처럼 보이는 게 자동으로 바뀌었다면 그것도 검토 대상이고요."
오혜숙은 지훈의 옆에 앉아 자신의 말로 짧은 진술서를 작성했다. 날짜, 자신이 실제로 했던 수정 요청, 폐기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녀는 장기범의 기록을 언급하되 모르는 내용까지 안다고 쓰지 않았다.
"여기에 제가 직접 서명할게요."
그녀가 말하자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혜숙 씨의 서명이죠. 제 이름을 붙이지 않겠습니다."
같은 날 오후, 소개소에 불쑥 찾아온 손님은 박선규였다. 그는 바쁜 빵집을 잠시 철민에게 맡겨 두고 올라왔다고 했다. 지훈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아침에 철민이가 오븐 온도를 잘못 적었어요. 나중에 고쳤고요. 그런데 그 친구가 제 이름으로 수정했다고 쓰겠다는 겁니다. 제가 사장이니까 책임지는 게 낫다면서요."
"사장님이 하셨습니까?"
"아니죠. 그 친구가 고쳤죠. 그래서 정확하게 적으라고 했어요. 책임을 진다는 거랑 남이 한 일을 자기가 했다고 말하는 건 다르니까."
지훈은 웃었다. 박 씨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계단을 내려갔다.
그때 예린의 화면에 새 상태가 떴다.
[증명 결과: 이해관계자 이의 접수]
[외부 활용: 일시 주의 표시]
[자동 취소: 해당 없음]
완전한 중단은 아니었다. 그러나 발송된 문서에 분쟁 표시가 붙었다. 뒤늦게라도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는 원본을 확인할 이유가 생겼다.
지훈은 혜숙에게 물었다.
"앞으로 어떤 대응까지 원하십니까? 관련 자료를 공개할지, 개인 의견만 전달할지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제 이름으로 누군가를 묶는 데 쓰이는 걸 멈추고 싶어요. 하지만 제 개인사를 증명하기 위한 행사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 뜻을 그대로 전달하죠."
혜숙이 떠난 뒤 지훈의 업무 메일로 통지가 왔다.
[증명 단계 2: 확인되지 않은 행위자를 대신할 공통 증인 선정]
[검토 대상: 3,505건]
[후보 증인: 오지훈]
이번에는 혜숙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스템은 이름을 빌려 쓴 상담사를 수천 건의 증인으로 만들려 하고 있었다.
제14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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