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욱의 복귀 면담은 오래된 공장 관리동에서 열렸다. 건물 바깥에는 화물차가 줄지어 있었고, 사무실 창문 너머로 계기판 알람음이 희미하게 들렸다. 지훈과 예린은 당사자의 요청으로 면담에 동석하되, 인사 담당자의 질문을 대신 답하지 않기로 했다.
"정태욱 씨, 몸 상태는 어떻습니까?"
인사 담당자 이석만은 진료 기록을 요구하기보다, 어떤 업무를 지금 수행할 수 있는지부터 물었다. 태욱은 천천히 준비해 온 종이를 펼쳤다. 계단이 많은 설비 구역에 혼자 투입되기 어렵고, 재교육과 단계적 복귀를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전 현장을 압니다. 그런데 다리를 다친 뒤로 직접 확인하지 못한 설비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최근 기록을 붙인다고 제 눈이 그걸 본 건 아니에요."
석만은 얼굴을 찌푸렸다.
"저희도 그걸 알고 있습니다. 시스템에서는 즉시 투입 가능이라고 나오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그는 인쇄한 자격 요약표를 꺼냈다. 표에는 태욱이 지난달 수행했다는 안전 점검 세 건이 붙어 있었다. 현장 사진도 있었다. 사진 속 사람은 헬멧을 쓰고 마스크를 쓴 채 측정기를 들고 있었다. 이름표만 잘라 놓으면 태욱이라 오해할 수도 있는 모습이었다.
민규는 사진을 보자 숨을 들이켰다.
"그날 제가 측정했습니다. 왼쪽 장비 모서리에 노란 테이프 보이죠? 제가 고장 표시로 붙인 겁니다."
지훈이 확인을 요청하자 민규는 작업일지 원본을 꺼냈다. 출입 시각, 함께 일한 동료의 이름, 장비 이상 내역이 적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손으로 쓴 메모였다.
'15:42. 센서 수치 이상. 재측정 후 가동 보류 요청.'
전산 요약표에서는 같은 날 같은 시각이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15:42. 정태욱, 센서 수치 정상 확인. 정상 가동 승인.'
"단순히 사람 이름만 바뀐 게 아니네요."
예린이 말했다.
민규가 고개를 세게 저었다.
"저는 가동 보류를 요청했어요. 경력을 누구한테 준다 해도 그날 제가 멈춰 달라고 한 사실은 안 바뀝니다."
석만은 즉시 현장 관리자에게 해당 장비의 실제 처리 이력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장은 당장 가동 중단 여부를 자체 안전 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했다. 지훈이 특별한 능력을 잃은 뒤에도 분명히 아는 일이 하나 있었다. 사람의 기록을 되찾는 상담과 설비의 안전을 확인하는 책임은 서로 다른 일이었다.
오후 늦게 관리자에게서 답장이 왔다. 장비는 당시 재측정을 거쳐 정상으로 판정됐고, 민규의 보류 요청은 승인 기록의 이전 단계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새 조회 화면은 최종 승인만 남기면서 작성자와 판단 과정까지 잘못 붙여 버렸다.
"그럼 사고가 나면 제 이름으로 승인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겁니까?"
태욱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석만이 답했다.
"현재 출력물만 보면 그럴 위험이 있습니다. 원본과 대조되기 전까지 이 요약표를 단독 증빙으로 쓰지 않겠습니다."
사무실 밖에서는 교대 종이 울렸다. 직원들이 제각기 다른 색의 작업복을 입고 건물을 나왔다. 그들 중 누구도 자신의 오늘이 다른 사람의 지난달로 옮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터였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던 민규는 계단에 멈춰 섰다.
"선배님, 저보다 이 기록이 더 필요한 사람이 있을까요?"
"누구?"
"그날 센서가 이상하다고 들었던 현장 사람들요. 제가 보류를 요청한 기록이 사라지면, 왜 그때 다시 측정했는지도 잊히잖아요."
그때 예린의 휴대전화에 새 공지가 떴다.
[제7 기능 '대체' 운영 범위 확대]
[안전·품질 승인 기록의 소유자 동기화]
[실행 예정: 익일 06:00]
지훈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제 이 문제는 채용 서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록을 믿고 장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13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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