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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30화
PAYLUA ORIGINAL · 제130화

130화.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79자

오프라인 책장
다음 날 아침, 새 출발 직업소개소 앞에는 작은 종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안에는 낡은 작업화 한 켤레와 편지 한 통이 있었다. 우편 발신인은 없었다. 상자 안쪽에는 누구의 물건인지 표시하는 이름표만 붙어 있었다. '정태욱 / 야간 안전관리자.' 지훈은 물건에 손을 대기 전에 보낸 사람을 확인할 방법부터 찾았다. 예린은 상자 사진을 남기고 건물 관리실에 보관 절차를 문의했다. 잘못 받은 물건일 수도 있었고, 당사자가 모르는 사이 전달됐을 수도 있었다. 한 시간 뒤 편지의 주인인 정태욱이 직접 찾아왔다. 마흔아홉 살의 그는 절뚝거리면서도 신발을 가지런히 벗었다. 지난해까지 작은 설비 업체에서 안전 점검을 맡았다가 사고로 일을 쉬는 중이라고 했다. "이 신발은 제가 보낸 겁니다.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태욱은 편지를 펼쳤다. 회사에서 받은 '복귀 지원 안내'였다. 이전 직무로 돌아갈 수 있는지 상담받으라는 내용처럼 보였지만, 하단의 두 줄은 달랐다. [원직 복귀 대체자 등록 완료] [대체자의 경력·적성: 원직자에게 임시 귀속] "제가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대신 일하던 사람이 일을 못 하게 된다는 겁니까?" 그는 겁이 났다고 했다. 자신의 사고 뒤에 들어와 안전 점검을 담당했던 서민규가 있었다. 민규는 일을 성실히 배웠고, 태욱이 쉬는 동안 설비 기록을 정리했다. 태욱은 그 후배의 경력을 빼앗으면서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 "그 친구는 새 직장을 구하라는 안내를 받았대요. 그런데 이 서류에는 마치 그 친구의 경력이 저한테 옮겨지는 것처럼 나와 있어요." 지훈은 태욱에게 아직 확인된 사실과 의심되는 사실을 나눠 설명했다. 회사가 실제로 어떤 인사 계획을 세웠는지, 시스템 문구가 법적인 효력이 있는지, 민규가 무슨 안내를 받았는지는 더 확인해야 했다. 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사람을 쫓아내려는 사람으로 오해받는 건 싫습니다. 하지만 치료받고 돌아올 자리도 있었으면 합니다. 둘 다 바라는 게 욕심입니까?" "아뇨. 다만 서로의 선택을 확인하면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겠죠." 지훈이 말했다. 그날 오후, 태욱의 허락을 받아 회사의 인사 담당에게 문의했다. 담당자는 복귀 면담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경력 임시 귀속'이라는 문구는 처음 본다고 했다. 서민규와의 통화는 본인에게 직접 연락 의사를 물은 뒤에 진행하기로 했다. 철민은 정태욱의 작업화를 손으로 들어 보았다. 밑창에는 미끄럼 방지 고무가 덧대어져 있었다. "이 신발은 누가 신어도 같은 사람이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왜 일자리도 신발처럼 사람 발에 맞추지 못하고, 사람을 거기다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할까요." 지훈은 웃지 못했다. 적성을 보는 눈을 잃은 뒤에도 철민의 질문은 때때로 어떤 능력보다 정확했다. 저녁 무렵 예린은 내부 검토용 기능 목록에서 새 항목을 발견했다. [원천관리계정 / 제7 기능: 대체] [처리 대상: 복귀자·퇴직자·대기자] [설명: 기존 배정 자리가 충돌할 경우, 대체자의 경력·자격 이력을 원직자에게 이전하여 공석을 즉시 해소함] "이건 단순한 근무표 변경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어요." 예린이 말했다. "경력이라는 건 누군가가 직접 일하면서 쌓은 건데, 시스템은 자리에 붙어 있는 부품처럼 보고 있네요." 지훈은 옛날 강철민의 상담 기록을 꺼냈다. 첫 줄에는 '직업 적성: 제빵 98.7%'이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 줄은 그의 손으로 직접 쓴 문장이었다. '대상자의 선택을 강요하지 말 것.' 그 글씨 아래로 태욱의 편지를 놓았다. 누구에게 직업이 어울리는지보다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사람과 계속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반드시 한 사람의 미래를 포기시켜야만 하는가. 그 순간 소개소 전화가 울렸다. 낯선 남자의 목소리였다. "저 서민규인데요. 제가 왜 정태욱 선배의 대체 경력으로 등록됐는지 알고 싶습니다." 지훈은 의자를 당겼다. 누군가 대신 대답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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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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