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가게를 닫는 문제에 제가 참여했다는 건가요?"
지훈은 자신이 가진 표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공개된 안내문에는 '입주 건물 운영 효율 개선'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 작은 글씨로 추가된 문장은 달랐다.
'공동 채용 운영에 비협조적인 임차인에 대한 개선안.'
임차인 명단에는 세탁소, 빵집, 소개소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박 씨는 장사를 하느라 표결 안내를 읽을 시간도 없었고, 세탁소 주인은 그런 안건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사람들한테 누가 물었습니까?"
예린이 자료를 확인했다.
"아직 업체별 동의 자료는 못 찾았어요. 관리사무소에서 보낸 공동 전기 점검 공지의 열람 기록을 합의 참여로 끌어온 것 같습니다."
박 씨는 얼굴을 붉혔다.
"전기 점검한다고 해서 문 열어 줬더니, 그게 남의 가게 문 닫으라는 찬성이 돼요?"
철민이 앞치마를 풀어 허리에 둘렀다. 잠깐은 예전 조직으로 돌아가 관리자 책상 앞에 서면 일이 빨리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방식도 누군가를 겁주어 원하는 말만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가서 따집시다. 사람답게."
지훈이 웃었다.
"그렇게 하죠. 사람답게."
관리사무소로 올라간 세 사람은 건물 관리인 이정배를 만났다. 정배는 설비 점검 일정표를 꺼내 보여 주었다. 그날 공지는 누전 검사와 공용 계단 조명 교체에 관한 것이었다. 채용 운영이나 임대 계약 종료는 안건에 없었다.
"저도 안내문이 자동으로 만들어진 줄 몰랐어요. 기존 공지 앱과 연결된 뒤부터는 열람 확인만 뜨더라고요."
정배가 말했다.
예린은 원래 공지와 새 안건의 식별 번호를 비교했다. 내용은 다른데 같은 번호가 붙어 있었다.
[공용 공지 4007: 전기 점검]
[합의 참조 4007: 공동 채용 운영]
[결과: 열람자 전체 참여 인정]
"이건 동일한 공지가 아닙니다."
지훈이 말했다.
정배는 입주 업체에 수정 안내를 보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합의 처리된 기록을 되돌릴 권한은 관리사무소에 없었다. 시스템이 다른 문서를 같은 문서라고 취급하는 이상, 누구 하나가 설명해도 숫자는 계속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날 오후 오혜숙이 소개소를 방문했다. 오래전 000번 시안을 교정했던 그녀는 출력물을 한동안 읽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 문구, 처음 보는 건 아니에요. 제가 거절을 기록하자고 했을 때 운영 담당자가 이런 식으로 답했거든요. '모두를 한꺼번에 처리하면 편하지 않습니까?'"
"그때 뭐라고 하셨어요?"
"편한 건 처리하는 사람이지, 처리되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혜숙은 오래된 교정 필름을 다시 꺼냈다. 예린은 이전에 보았던 제0항을 읽었다.
'답이 없으면 절차를 멈춘다.'
그 아래에는 희미한 문장이 하나 더 있었다.
'공동의 결정은 개인의 의사 표시를 대체하지 못한다.'
지훈은 필름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새로운 마법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적혀 있던 원칙이 왜 빠졌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휴대전화에는 이미 새로운 상태가 올라와 있었다.
[건물 운영 개선안 / 참여 인정: 100%]
[후속 조치: 새 출발 직업소개소 입주 재심사]
알지 못한 채 찍힌 만장일치. 누군가는 반대자를 없애기 위해 반대자를 표결자 안에 넣고 있었다.
제127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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