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아홉 시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이었다.
예린은 모니터 세 대를 이어 켰지만, 지훈이 먼저 한 일은 모니터를 덮어 두는 것이었다. 김미정의 연락처는 업무상 확보했어도 다른 사람들의 개인정보는 회사에서 무작정 가져올 수 없었다. 누가 자신의 동의를 확인받고 싶은지부터 들어야 했다.
"스물세 명한테 전부 전화를 돌리면 안 됩니까?"
철민의 질문에 지훈이 대답했다.
"우리가 연락하고 싶은 것과 그 사람들이 연락받기로 한 건 달라요. 각자가 회사에 남긴 공식 문의 경로로 안내하게 하죠."
성호는 회사 게시판과 사내 공지를 통해 직접 확인 창구를 열었다. 응답은 찬성, 반대뿐 아니라 '추가 설명 필요', '아직 결정하지 않음'으로 나뉘었다. 한 번 답한 사람도 정해진 절차에서 의견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첫 번째로 들어온 것은 '추가 설명 필요'였다.
미정은 웃었다.
"이게 제일 정상적인 답인 것 같아요. 아직 근무표가 나온 것도 아닌데요."
잠시 뒤 누군가 '찬성'을 눌렀다. 심야조를 원하던 남자였다. 회사는 그 사람의 선택도 정당하게 다루어야 했다. 합의를 비판하기 위해 찬성한 사람을 잘못된 사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됐다.
그러나 아홉 시가 가까워지자 상태표의 숫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직접 응답: 찬성 3 / 반대 2 / 보류 6 / 미응답 12]
[집단 합의 환산: 찬성 19 / 반대 2 / 보류 2]
"왜 열아홉 명이죠?"
철민이 물었다.
예린은 화면 하단의 설명을 읽었다.
'대표가 유효하게 통보받은 안건에 대해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인원은 대표의 기본 입장에 준한다.'
성애는 대표의 기본 입장 자체가 '개별 확인 후 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시스템이 '검토 진행'을 '실행 동의'로 바꿔 놓은 순간, 미응답자들은 자동으로 동의자에 포함됐다.
"우리 엄마는 서류를 읽을 때도 천천히 읽으셨어요."
철민이 불쑥 말했다.
"남들이 다 괜찮다고 해도, 엄마가 안 읽었으면 안 읽은 거였죠. 그걸 모르고 동의했다고 하면 화내셨을 겁니다."
그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다 입을 다물었다. 한참 전 자신의 손이 다른 사람에게 겁을 주는 데 쓰였다는 사실까지 떠올랐다. 누군가가 침묵했을 때 동의했다고 우기는 방식은 생각보다 익숙했다.
아홉 시 오 분 전, 예린은 독립 검토 기록과 회사의 직접 응답 화면을 서로 분리해 저장했다. 실시간 상태를 임의로 고치지 않고, 불일치가 어디서 발생했는지를 밝힐 수 있게 했다.
그때 지훈에게 황주석의 전화가 왔다.
"아직도 몇 사람 때문에 전체 채용을 멈추고 있습니까?"
"아직 확정하지 않은 근무표를 확정됐다고 쓰지 말자는 겁니다."
"당신은 항상 가장 느린 사람을 기다리겠다고 하지요."
지훈은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어쩌면 기다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대신 아직 결정하지 않은 사람을 결정한 사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됐다.
"기다리기 어려우면 날짜를 정하고 다시 협의할 수 있겠죠.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은 사람이 대답한 게 되는 건 아닙니다."
전화 너머에서 짧은 웃음이 들렸다.
"그럼 다수의 의사를 보여 주겠습니다. 당신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화면에 새 항목이 떠올랐다.
[시범 건물 합의 참여자: 오지훈]
[표결 대상: 직업소개소 운영 지속 여부]
제12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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