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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23화
PAYLUA ORIGINAL · 제123화

123화. 한 장짜리 회의록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577자

오프라인 책장
"여섯 명이 검토에 찬성했다는 것하고 모두가 실행에 동의했다는 건 어떻게 같아집니까?" 구은정이 묻자 운영사 담당자는 화면을 돌려 보여 주었다. 회의실에는 원천관리계정의 기술 담당, 물류 포장센터의 윤성호, 그리고 원격으로 접속한 나예린이 있었다. 지훈은 미정의 허락을 받은 범위만 설명하기 위해 종이 수첩을 준비했다. 모니터의 첫 줄에는 '의사 결정 효율'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이 시스템은 합의를 만드는 도구입니다. 전원이 직접 답하면 합의가 늦어집니다. 대표성 있는 의견을 모아 전체 의견을 추정하는 거죠." 기술 담당자는 자신이 만든 게 아니라는 말을 여러 번 덧붙였다. 문제는 개인을 대신한 판단이 어디서부터 실행됐는가였다. 예린은 화면에 두 줄을 적었다. '교대 변경안을 검토하자.' '김미정은 심야 근무로 이동하는 데 동의했다.' "둘 중 어떤 문장에 사람들이 의견을 냈습니까?" 성호가 조용히 말했다.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직원들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기술 담당자의 커서가 잠시 멈췄다. [안건 A: 교대 변경 검토] [실행 파생 안건 B: 개별 시간표 변경] [연결 상태: 자동 포함] 자동 포함. 지훈은 그 두 글자가 불편했다. 박 씨가 빵에 소금을 넣기로 했다고 해서 손님에게 소금을 더 먹겠다는 동의까지 받은 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무언가를 나누어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안건을 분리해 주세요." 은정이 제안했다. "검토에 참여한 사람이 실제 변경안에도 찬성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현재 수치는 근거 있는 합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운영사는 기술 검토 요청으로 접수했다. 하지만 오후 세 시, 물류 포장센터의 게시판에는 '교대 개편 최종 확정 예정'이라는 공고가 붙었다. 현장의 일정표는 이미 다음 주 근무를 안내하고 있었다. 미정은 휴게실에서 사진 한 장을 찍어 지훈에게 보냈다. 벽에 붙은 종이에는 자신의 이름이 심야조로 옮겨져 있었다. 누가 결정했는지 모를 시간표 앞에서 동료들은 하나씩 말을 아꼈다. 다른 사람들은 밤에 일할 수 있다는 사정이 있었고, 반대하면 채용 자체가 취소될까 걱정했다. 퇴근길 미정은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내일부터 밤 늦게 올지도 몰라. 아직 정해진 건 아니야." 아이는 신발을 벗다 말고 물었다. "그럼 내일은 누가 나 데리러 와?" 미정은 웃어 보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합의'라는 말은 회의실에서는 간단했지만, 아이가 서 있는 현관 앞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날 저녁 지훈은 철민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회의록과 근무표가 한꺼번에 인쇄돼 있었다. "누가 실제로 어떤 말에 동의했는지 표시할 수 있을까요?" 철민은 펜을 잡았다. "그러니까 반죽이랑 빵을 같은 걸로 취급하지 말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아직 반죽인데 벌써 먹었다고 기록하는 셈이에요." 철민은 기막혀하며 웃었다. 그러다 회의록 한 줄을 가리켰다. '반대자 1명은 전체합의를 위한 대표 의사에 포함.' "선생님, 이거 보세요. 반대한 사람까지 찬성에 넣었네요." 처음으로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김미정만이 아니었다. 이름이 비공개 처리된 한 명의 반대가, 오히려 합의에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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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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