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라의 첫 출근날이었다.
한빛유지보수의 작업복은 새 옷 특유의 뻣뻣한 냄새가 났다. 아라는 보안 게이트에서 신분증을 보여 주고 안전교육실로 들어갔다. 누군가 자신의 선택을 교정하겠다는 연락은 아직 계속됐지만, 회사의 입사 접수와 근로계약 기록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안세진은 아라를 만나 말했다.
"외부에서 보낸 음성 안내는 인사 결정으로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교육도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고맙습니다. 다만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맞습니다. 원래 그래야 하는 일이죠."
교육실에는 새로 입사한 직원 여섯 명이 있었다. 아라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안전모를 받고, 출입구와 비상 통로를 확인했다. 오래전부터 해 오던 일이었다. 누군가 미래의 실패를 들려주지 않아도 위험은 언제나 있었다.
오전 열한 시, 실습용 설비가 돌아갔다. 담당자는 기계의 진동을 확인하고 원인을 추정해 보라고 했다. 아라는 기계의 오른쪽에서 낮게 끊기는 소리를 들었다.
"잠깐 멈춰 주세요. 베어링 쪽이 이상합니다."
담당자는 시계를 봤다.
"교육용이고 곧 끝납니다. 일단 계속하죠."
아라가 한 번 더 물었다.
"점검 절차를 확인해도 될까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귀찮다는 얼굴을 했지만 결국 설비를 정지시켰다. 점검 결과 체결 부품 하나가 느슨했다. 큰 사고로 이어질 상황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계속 돌릴 이유가 없었다.
"잘 보셨네요."
아라는 칭찬을 듣고도 기뻐하지 않았다. 자신이 근무 조건 협의를 요청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순간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일하면서도 멈춰야 할 때 멈출 수 있어야 했다.
점심시간, 아라가 지훈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첫날입니다. 기계 한 대를 세웠어요. 일은 계속하고 싶습니다.'
지훈은 메시지를 읽고 웃었다. 한 가지를 거절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거절하는 건 아니었다.
같은 시각 예린과 구은정은 자동 게시된 사과문의 유통 경로를 조사하고 있었다. 게시 요청에는 지훈의 실제 서명이나 직접 전송 기록이 없었다. '본인으로 간주'라는 규칙만 남아 있었다.
"공식 정정문을 내야겠어요."
지훈이 말했다.
"내가 이 사과문을 작성하지 않았다고요. 다만 아직 누가 만들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밝혀 주세요."
예린은 문구를 다듬었다. 사과문 내용을 다시 전부 싣지 않기로 했다. 허위 내용이 더 널리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날 오후 황주석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훈 씨.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이 문제는 위쪽에서 맡을 겁니다. 당신이 관여하지 않으면 더 빨리 끝날 수 있어요."
"어떤 뜻입니까?"
"원천관리계정의 구형 권한을 폐기하는 데 당신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계속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다른 피해자도 생길 겁니다."
"폐기하면 자동 게시된 사과문도 취소됩니까?"
"그건 별도로 검토해야겠죠."
"그럼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아니네요."
황주석의 숨소리가 길어졌다.
"오지훈 씨. 당신이 옳다는 걸 증명하려다 사람들이 다치면, 그때도 괜찮겠습니까?"
지훈은 아라의 문자를 다시 읽었다.
'기계 한 대를 세웠어요.'
그는 천천히 대답했다.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멈춰야 할 절차라면 멈춰야죠. 그러나 그걸 핑계로 사람의 의사를 지워서는 안 됩니다."
전화가 끊기자 예린의 화면에 새 알림이 떴다.
[제5 기능: 교정]
[118번 대상자 응답 수정 실패]
[유효한 실제 행동 확인: 최아라 첫 출근]
[다음 조치: 대리권 자동 확대]
지훈은 굳은 얼굴로 구은정에게 연락했다.
"당사자를 고치는 데 실패하니까, 대신 서명할 사람을 늘리려나 봅니다."
그날 밤 자정을 기점으로 여러 업체의 채용 동의서가 한꺼번에 바뀔 예정이라는 통지가 도착했다. 그 가운데에는 아직 입사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도 있었다.
알림의 제목은 단순했다.
'대리 승인 일괄 시행 예정.'
제11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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