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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18화
PAYLUA ORIGINAL · 제118화

118화. 내 이름으로 된 사과문

악당들의 직업소개소 · 1,998자

오프라인 책장
오전 여덟 시 사십 분, 새 출발 직업소개소 앞에는 카메라 두 대가 서 있었다. 지훈은 기자를 부른 적이 없었다. 건물주에게 전화해 보니 전날 저녁 누군가가 '소개소 운영자가 공식 사과를 발표한다'는 안내문을 보냈다고 했다. 나예린은 안내문을 확인했다. '오지훈 상담사, 부적절한 취업 유도로 인한 책임 인정 예정.' 지훈은 종이를 읽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한 적 없는 말을 사과문으로 만들어 놓았군요." "지금부터 사실관계를 정리합시다. 기자 분들께도 예정된 발표가 없다고 알려야 해요." 예린은 먼저 동의를 구하고 촬영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뢰인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라와 관련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훈은 기자들을 향해 문을 조금 열었다. "제가 발표를 하겠다고 요청한 적 없습니다. 누군가 제 이름으로 공지를 보냈습니다. 확인된 내용은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의뢰인의 정보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한 기자가 물었다. "그러면 취업 상담 과정에 잘못이 없었다는 말씀입니까?" "그것도 조사 중입니다. 제 상담에 잘못이 있으면 책임져야겠죠. 하지만 제가 하지 않은 사과를 미리 배포하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문을 닫으니 시계가 여덟 시 오십칠 분이었다. 구은정이 전화로 알려 왔다. 운영사에 긴급 중단 요구가 전달됐고 일부 발송 경로는 막혔지만, 원천관리계정의 오래된 예약 작업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홉 시 정각, 지훈의 업무용 이메일로 문서가 하나 도착했다. 제목은 '본인 작성 최종 사과문'. 문서는 완성돼 있었다. 날짜도, 제목도, 서명란도. 다만 서명란에 들어 있는 글씨는 지훈의 것이 아니었다. '저는 최아라 씨의 의사에 부적절한 영향을 행사했으며, 향후 직업소개소 운영을 중단하겠습니다.' 예린이 말했다. "원본 보존하고, 발송 경로도 확인할게요. 아무도 대신 공개하지 못하게."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서를 읽는 동안 불쑥 이상한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의 손으로 이 종이에 서명하는 기억. 식은 커피를 마시며 사과문을 다시 읽던 새벽. 모두 한 번도 겪지 않은 일이었다. "이상합니다. 이게 내가 쓴 글처럼 느껴져요." "문서를 치워요." 철민이 다가왔다. "사람이 뭘 잘못했는지 따질 때도 배고프면 별 생각 다 납니다. 일단 내려와서 밥 먹어요." 지훈은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 구해 주길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도움을 받아야 할 때였다. 그는 자리를 비웠다. 예린은 문서를 열람한 사람과 시간, 저장 위치를 따로 기록했다. 공식 검토에 필요한 부분 외에는 퍼뜨리지 않기로 했다. 아래층 빵집에서 지훈은 식빵 가장자리를 뜯었다. 박 씨가 말했다. "오늘은 무슨 일로 그렇게 죽상이야?"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느껴집니다." "그럼 하지 않은 건 하지 않은 거지. 기분하고 사실이 다른 날도 있지." 박 씨는 더 캐묻지 않았다. 그때 철민이 오래된 앞치마를 건넸다. 개업 삼 일째 지훈이 빵집으로 데려왔던 날 입었던 것이다. 밀가루 자국이 지워지지 않아 작업복으로 쓰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날 선생님이 하신 말 기억합니까?" "빵 끝까지 구우라고요?" "그거 말고. '싫으면 그만둬도 된다'고 했어요. 제가 빵을 굽게 만든 사람이 아니라, 빵을 구울 수도 있다고 알려 준 사람이었죠." 지훈은 앞치마를 접었다. 눈가가 뜨거웠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예린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왔다. "기자들한테 배포된 사과문, 방금 자동으로 게시됐어요. 지훈 씨 계정이 아니라 '기록 대리권'으로요." 지훈이 물었다. "그럼 제가 취소하면 되겠네요." "그 대리권을 누가 발급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승인 내역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대리권 원본: 000번] [담당 기능: 교정] [서명 주체: 본인으로 간주] 지훈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이제 알겠네요. 나를 설득하는 데 실패하면, 나처럼 말하는 기록을 만드는 겁니다." 이번에는 사과문을 지우는 것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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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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