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의 빵집에는 새벽 다섯 시부터 불이 켜져 있었다.
강철민은 반죽 온도를 확인하고, 밀가루 자루를 끌어당기고, 물의 양을 다시 쟀다. 예전에는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누군가 다칠까 조심했는데, 이제는 빵이 눌릴까 조심했다.
아침 여덟 시, 지훈이 내려오자 철민이 식빵 끝부분을 잘라 주었다.
"오늘은 안 탔습니다. 이 정도면 합격입니까?"
"제가 시험관도 아닌데요."
"그럼 손님으로서 평가해 주세요."
지훈이 한 입 먹었다.
"조금 짭니다."
"그 말 할 줄 알았습니다. 일부러 소금을 줄이려다가 사장님한테 혼났어요."
그 평범한 아침을 깨뜨린 건 아라의 전화였다.
"제 딸 목소리로 전화가 왔어요."
철민이 빵칼을 내려놓았다.
아라의 설명은 더 이상했다. 학교에 있는 딸이 '엄마, 그 회사 가지 마'라고 울면서 말하는 음성 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아라는 놀라 학교에 연락했다. 담임에게 확인한 결과 아이는 수업을 듣고 있었고, 개인 휴대전화도 없었다.
"아이 목소리랑 똑같았어요. 제가 못 알아볼 리 없어요."
지훈은 그녀에게 음성 파일을 직접 보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가족 목소리와 아이의 정보가 더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원본 메시지는 기기에 보존하고, 통신사와 관계기관에 정식으로 확인할 절차를 안내했다.
예린은 아라가 제공하기로 동의한 최소한의 정보로 발신 경로를 확인했다. 송신 번호는 실제 학교 번호도, 회사 번호도 아니었다. 며칠 전부터 수신 동의 없이 안내 메시지를 보내던 서비스 계정의 발신 식별자가 남아 있었다.
구은정이 통보를 받고 외부 음성 안내를 긴급 중단하도록 요구했다. 미래정합연구원은 '고객 보호형 안내'라며 문제를 축소했다.
"목소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별개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중단을 요청했는데 가족의 목소리로 연락한 건 즉시 멈춰야 해요."
은정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오후 아라는 딸을 학교에서 데려왔다. 아이는 엄마가 왜 평소보다 일찍 왔느냐고 물었다.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나 오늘 미술 시간에 빵 그렸어."
"왜 빵?"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빵집 아저씨 있잖아. 덩치 큰 아저씨."
철민은 어느새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해져 있었다. 아라는 웃다가 울 뻔했다. 아이가 실제로 하는 말은 녹음 속 목소리처럼 매끄럽지 않았다. 말끝을 삼키고, 다른 얘기로 넘어가고, 가끔 엄마 말을 무시했다. 그래서 오히려 안심이 됐다.
저녁에 아라가 소개소를 찾았다. 아이는 아래층 박 씨와 함께 빵을 고르고 있었다.
"전 회사에 갈 거예요. 그런데 무섭지 않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지훈은 대답했다.
"무서울 수도 있죠. 그 마음이 곧 거절은 아닙니다."
그때 출입문 틈으로 봉투가 들어왔다. 발신인은 미래정합연구원이었다.
'본인 의사 교정 3차 통지.'
지훈은 아라에게 봉투를 먼저 열지 물었다. 아라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 볼래요. 공식 경로로 중단 요구부터 할게요."
예린이 봉투를 받지 않고 밀봉 상태로 사건 기록과 함께 보관했다.
잠시 뒤 안세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희 회사에도 같은 음성 안내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아라 씨가 입사를 포기하겠다고 말하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무엇입니까?"
"그 목소리의 끝에, 아직 저희가 알려 준 적 없는 입사 교육 장소 이름까지 들어 있습니다."
한빛유지보수의 내부 일정이 누군가에게 넘어갔거나, 누군가가 미래에 작성될 문서를 미리 읽고 있었다.
예린은 즉시 따로 표시했다.
'유출인지 예측인지, 확인 전까지 결론 보류.'
제114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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