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라는 오전 여덟 시에 눈을 떴다.
딸이 식탁에 앉아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아이는 엄마의 단정한 셔츠를 보더니 물었다.
"오늘 출근해?"
"아직 아니야. 오늘은 결정하는 날이야."
"회사에서 엄마 뽑았어?"
"아직은 조건을 맞춰 보는 중이지."
아라는 아이의 앞머리를 정리해 줬다.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일도 아닌 아침이었다. 그러나 아라에게는 며칠 동안 남의 화면에 적힌 자기 미래를 잊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열 시, 한빛유지보수에서 수정 근무 조건서를 보냈다. 주간 정기 보전을 기본으로 하고, 계획된 야간 점검은 일정과 수당을 사전에 알리기로 했다. 긴급 출동 의무도 명확한 범위로 제한했다. 모든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회사 역시 업무를 지속하려면 지켜야 할 조건이 있었다.
아라는 서류를 읽고 질문 두 개를 더 보냈다.
안세진은 답했다. 아라는 한 시간 더 생각했다.
그리고 정오 십 분 전, 입사 제안을 수락한다는 의사를 회사에 직접 전달했다. 정식 입사일과 서류 제출 절차는 추후 안내받기로 했다.
그녀는 먼저 지훈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번 소식만큼은 자기 목소리로 자기 딸에게 말하고 싶었다.
"엄마 일하게 됐어."
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이제 고장 난 거 다 고쳐?"
"그럴 순 없지.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부터 고쳐 볼게."
그 시각 새 출발 직업소개소에는 나예린이 구은정과 통화하고 있었다.
"확인됐어요. 아라 씨가 정식으로 수락했답니다. 회사의 채용 기록과 본인 의사 표시가 일치합니다."
은정의 목소리에도 작은 안도가 묻어났다.
"당사자에게 결과가 잘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기존 사전 거절 기록의 정정을 진행하겠습니다. 다른 사례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지훈은 의자에 앉아 손바닥을 펼쳤다. 아무 글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의 직업을 읽는 능력을 잃고 처음으로 감사한 순간이었다. 자신이 숫자를 봤다면 아라의 수락도 언젠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자신의 조건을 읽고 직접 고른 결과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강철민이 빵을 들고 올라왔다.
"선생님. 아라 씨 결정 났답니까?"
"네. 수락하셨대요."
"와, 축하해야겠네."
"그런데 그분 허락 없이 이 소식을 여기저기 알리지는 마세요."
"그 정도는 압니다. 저도 이제 사람 됐습니다."
철민이 서운한 척하며 빵을 내려놓았다.
한편 예린이 전달받은 검토용 상태표는 정오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예상 거절 시각: 12:00]
[실제 응답: 수락]
[모델 예측: 불일치]
열한 시 오십구 분.
오래된 원천관리계정의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구은정이 중단 요청을 보냈으나 운영사에서는 일부 이전 상태가 보존 기록에 남아 있다는 답변만 했다. 그 기록이 실제 외부 조치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정오 정각.
[예측 오류 1건 확정]
[사전 거절 기록 정정 필요]
예린이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이 화면은 틀렸다는 걸 인정했네요."
그때 두 번째 창이 열렸다.
[예측값 보호 처리 시작]
[후속 기능: 교정]
[대상: 예측과 다른 응답을 한 사람]
[대상자 선택 변경 여부: 미확인]
지훈은 예린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읽었다.
"교정한다는 건 뭘 바꾼다는 뜻입니까? 예측값입니까, 당사자 기록입니까?"
"모르겠어요. 아직 이 기능의 실행 권한이 누군지 보이지 않아요."
그때 안세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다급했다.
"최아라 씨가 분명 수락했고 회사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채용망에서 다시 수정 통지가 왔습니다."
"어떤 수정입니까?"
"'대상자 의사 재확인 필요'라고요. 저희가 보낸 수락 확인서가 취소된 건 아닙니다. 그런데 연동 기록에 다른 내용이 붙었습니다."
예린이 귀를 기울였다.
세진이 읽었다.
'예측값과 실제 응답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대상자 의사 교정 절차를 예약합니다.'
지훈은 종이를 당겨 같은 문장을 적었다. '의사 교정'.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누구에게도 겁을 주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라가 실제로 마음을 바꿨다는 증거는 없었다.
"우선 아라 씨가 직접 보내신 수락 문서와 회사의 확인 기록을 별도로 보존해 주세요. 시스템 알림을 근거로 입사 처리를 취소하지는 말아 주시고요. 문제는 정식 절차로 확인하겠습니다."
세진이 알겠다고 답했다.
그 순간 지훈의 전화에 아라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생님, 회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저는 아직 일하고 싶어요. 그런데 누가 자꾸 다시 생각하라고 하네요.'
지훈이 답장을 쓰려는 순간, 메시지 하나가 더 왔다.
'그 사람은 회사 직원이 아니래요. 자기소개를 이렇게 했어요.'
마지막 문장에는 따옴표가 붙어 있었다.
'당신의 미래 선택을 교정하러 왔습니다.'
지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구은정을 불렀다. 이제는 예측이 얼마나 틀렸는지 따질 때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그 오류를 없애기 위해 실제 사람의 선택을 바꾸려 하고 있었다.
새 출발 직업소개소의 문 위에서 작은 종이 흔들렸다.
'선택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지훈은 그 문장을 다시 읽고 문을 열었다.
제110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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