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라는 두 번째 면접장에 혼자 들어갔다.
오지훈은 회사 건물 앞까지 동행하지 않았다. 그녀가 요청한 것은 근무 조건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상담이었지, 매 순간 옆에서 대답해 달라는 부탁이 아니었다.
아라는 작업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희망: 주간 정기 보전 중심.'
'협의 가능: 계획된 주말 점검, 긴급 출동의 기준과 보상.'
'확인 필요: 교육 기간, 안전 책임자, 돌발 근무 통보.'
안세진은 표를 읽고 현장 정비팀장과 일정을 확인했다. 회사에도 필요한 근무가 있었다. 월말에는 야간 정지가 필요한 설비가 있었고, 고장 때문에 급히 출동하는 날도 생길 수 있었다. 서로의 조건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었다.
"당장 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집에서 검토하시고 내일까지 연락 주셔도 돼요."
세진의 말에 아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내일 오전에 답하겠습니다."
그 순간 시스템의 예측 시계는 하루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예상 거절까지: 24시간]
[상태: 사전 거절 유지]
아라는 그 상태를 보지 못했다. 회사도 이번 협의 내용을 외부 인력망에 다시 올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린이 검토위원회 자료에서 같은 시계를 확인했다.
"아라 씨는 결정할 시간을 받았어요. 시스템은 그 시간을 거절까지 남은 시간으로 세고 있고요."
은정이 말했다.
"독립 접수로 진행된 면접 결과가 나중에 확인되면 운영사에 정정 요청을 하겠습니다. 동시에 예측 자동 제외를 중단할지 결정하는 회의를 앞당기죠."
그날 밤 빵집에서는 작은 잔치가 열렸다. 박 씨의 무릎이 좋아져 다시 오븐 앞에 설 수 있게 된 날이었다. 강철민은 그를 위해 직접 만든 케이크를 꺼냈다.
"잘했네. 그런데 크림이 한쪽으로 쏠렸다."
박 씨가 말했다.
철민은 허탈하게 웃었다.
"오늘은 그냥 칭찬만 해 주시면 안 됩니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잖아."
두 사람의 웃음소리 사이에서 지훈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아라가 보낸 메시지였다.
'선생님, 회사가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줬어요. 이상한 일이죠. 저는 그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지훈이 답장을 쓰려는 순간 또 다른 메시지가 들어왔다. 한시온의 어머니 한정미였다.
'시온이 요즘 자기 목소리를 듣는 연습보다 다른 사람 이야기 안 들어도 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지훈은 미소 지었다. 솔이도, 시온이도, 아라도 자기 인생에서 아무 능력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필요했다.
자정 가까이 예린이 검토위원회 긴급 회의 결과를 알려 왔다. 예측 상태가 실제 회신보다 우선되는 연동 방식을 운영사 측에서 임시 중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일부 기존 기록은 수동으로 정정해야 했다.
"아직 전부 해결된 건 아니에요."
예린이 말했다.
"알아요."
"그런데 이상한 게 있어요. 회사가 조치를 시작한 직후 운영 기록에 새 항목이 생겼습니다."
[예측 불일치 위험 감지]
[후속 처리: 선택 교정 대기]
지훈은 그 문장을 읽고 눈살을 찌푸렸다.
"선택을 교정한다니요?"
"설명서에는 없어요. 현재는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도 확인되지 않았고요."
예린은 조용히 덧붙였다.
"이건 예측을 고치는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예측과 다른 사람을 고치겠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요."
제109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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