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사람은 직접 만나기를 거절했다.
나예린은 그 결정을 존중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도 설명할 수 있는 자료부터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원본을 무단 반출하거나 타인의 개인정보를 보내지 말라고도 덧붙였다.
잠시 후 도착한 것은 공개됐던 성과 보고서의 계산 설명이었다. 이미 제출된 숫자에 어떤 항목을 넣고 뺐는지 비교할 수 있는 표였다.
'예측 대상: 1,000명.'
'사전 제외: 180명.'
'이의 제기 및 직접 지원: 23명, 정확도 집계 제외.'
'사전 제외 후 미응답: 157명, 예측 적중 처리.'
예린은 손가락으로 표를 따라 내려갔다. 이 자료만으로 전체 운영 성과를 확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공개된 보고서의 '적중'이 실제 거절 의사를 확인해 센 숫자와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 보였다.
구은정은 그 근거를 심사 기록에 붙이되, 통계 산식 원본을 운영사에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날 오후 황주석이 검토 회의에 나왔다. 이전 회의 때와 같은 회색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는 사전 제외가 부당하다는 말을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이 하루에 면접 백 명씩 볼 수는 없습니다. 기업은 자원이 부족해요. 답장하지 않을 지원자에게 계속 연락해야 한다면, 다른 지원자의 기회도 줄어듭니다."
지훈은 그의 설명을 끝까지 들었다.
"불필요한 연락을 줄일 수 있다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서 예측 결과를 참고자료로 쓰는 건 논의할 수 있죠. 그런데 실제로 답한 사람을 불참 예정이라고 표시한 이유는 뭡니까?"
황주석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운영 오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류 정정 통로가 있어야죠. 그 통로를 막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황주석은 대답 대신 한 장의 설계 문서를 내밀었다.
'결과 일관성 유지: 예측 종료 시점까지 최초 분류값 고정.'
"자꾸 수정되면 모델의 성과를 계산할 수가 없습니다."
예린은 눈을 들었다.
"성과를 계산하려고 실제 응답을 뒤로 미뤘다는 겁니까?"
"운영상 필요한 처리가—"
"그러면 성과를 위해 사람의 면접 일정을 틀리게 표시한 거잖아요."
황주석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다시 말을 고르며 말했다.
"지금 확인된 사례가 전체를 대표한다고 단정할 순 없습니다."
구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러니 정확히 확인하겠습니다. 예측값 고정이 어떤 경로에 적용되는지,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실제 회신이 반영되지 않은 건수가 얼마인지요."
회의가 끝날 무렵 황주석이 지훈을 불렀다.
"당신은 시스템이 없으면 더 많은 사람을 놓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예전에는 적성을 보고 사람을 찾아냈잖아요."
지훈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맞아요. 저도 숫자를 너무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럼 이해하시겠네요."
"아뇨. 그때 숫자가 높아도 본인이 원치 않으면 다른 일을 고르게 했어요. 지금은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사람한테 묻는 일을 멈췄잖아요."
황주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새 출발 직업소개소에 연락이 왔다. 한빛유지보수의 채용 결과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아라에게 직접 알려도 되는지부터 확인했다.
지훈은 아라에게 전화를 연결하고 자리를 비켰다.
문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는 두 손을 꼭 쥐었다. 옛날에는 누군가의 능력을 읽는 것만으로 일이 끝날 줄 알았다. 이제는 모르는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 사람을 존중하는 일의 일부라는 것을 배워 가고 있었다.
잠시 뒤 아라가 문을 열었다.
"조건 협의 면접을 한 번 더 보자고 해요."
아라는 웃고 있었다.
합격도 불합격도 아닌, 다음 대화를 할 기회였다.
제108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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