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이 틀렸다는 걸 보여 주려면 아라 씨가 무조건 수락해야 합니까?"
구은정의 질문에 나예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나중에 정말 거절할 수도 있죠. 중요한 건 아직 거절하지 않았는데 이미 처리됐다는 사실이에요."
회의실 창밖으로 비가 내렸다. 지훈은 처음 백도식의 차가 빵집 앞에 멈춰 섰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은 누군가 자신에게 한 사람의 미래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지금 그는 그런 미래를 소유한 적이 없다는 사실부터 증명하고 있었다.
아라는 일정에 맞춰 두 번째 면접을 보겠다고 말했다. 면접 예정일은 예측 시스템이 지정한 거절 시각보다 이틀 빨랐다.
"혹시 합격하고도 제가 근무 조건을 보고 거절한다면요?"
지훈이 대답했다.
"그건 그때 결정하실 일이죠. 그 결정까지 지금 약속할 필요 없습니다."
아라는 한숨을 쉬며 웃었다.
"사람들이 자꾸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서약을 받으려고 해서요. 거절할 수도 있어야 취업하는 거 아닌가요?"
지훈은 그 말을 노트에 적었다. 자기가 꼭 써야 할 문장 같았다.
그날 오후 소개소에는 윤솔의 어머니 윤미정이 찾아왔다. 솔이는 시험을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미정은 소녀가 특별한 능력을 보여 주지 않아도 되는지 다시 확인하고 싶어 했다.
"그 거래소에서 자꾸 미성년 보유자 관련 안내를 보내요. 법정대리인 동의가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요."
예린이 안내문을 살펴봤다.
"동의할 의무는 없어요. 이용 계약이나 권한 문제는 별도로 확인할 수 있지만, 능력을 실제로 보여 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원치 않는 연락 중단도 요청하시죠."
지훈은 솔이가 오늘 무슨 문제를 풀었는지 물어보려다 그만뒀다. 아이가 시험을 보고 돌아온 날까지 어른들의 사건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미정은 돌아가기 전 봉투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에는 솔이가 직접 그린 작은 그림이 있었다. 창가의 바질 화분과 네 명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걷는 그림이었다. 그림 아래에 연필로 적혀 있었다.
'같이 걷지 않아도 괜찮다.'
지훈은 그림을 상담실 벽에 붙이지 않았다. 다른 손님들이 아이의 이름을 묻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랍에 넣고 미정에게 고맙다고 전했다.
밤이 되자 예린이 검토 결과의 첫 단락을 정리했다.
'예측이 실제 행동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별도 판단 사항이다. 아직 하지 않은 의사 표시를 이미 한 의사 표시로 등록한 행위는 예측 정확도와 독립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 문장만으로 누구도 벌을 받지 않았다. 회사는 중단하지 않았고, 아라의 면접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것을 질문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계는, 그 사람이 마음을 바꿀 자유를 어떻게 다루는가.
바로 그때 아라에게서 문자가 왔다.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제가 보낸 면접 참석 확인 문자는 분명 남아 있는데, 채용 사이트에는 제가 면접 불참을 선택했다고 표시됩니다.'
예린은 곧바로 화면을 캡처하지 않았다. 먼저 아라에게 기록 보존 방법을 설명하고, 원하면 정식 증빙으로 제출할 수 있게 도왔다.
확인된 발신 문장은 분명했다.
'참석하겠습니다.'
사이트에 저장된 결과는 반대였다.
'불참 예정.'
지훈은 서랍 속 솔이의 그림을 떠올렸다. 다른 방향으로 걷는 사람들.
그런데 누군가가 길을 한쪽으로만 그려 놓고 있었다.
제106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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