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예린은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숫자 두 개를 썼다.
91.4%.
그리고 0%.
강철민이 종이봉투를 내려놓았다.
"뭡니까. 위는 빵 반죽 성공률이고 아래는 제 수학 점수예요?"
"위는 최아라 씨가 제안을 거절할 거라는 예측이에요. 아래는 지금까지 확인된 본인의 거절 횟수죠."
"0이면 안 거절한 거네요."
"그렇죠. 아직 제안도 안 받았으니까요."
철민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가 한참 후 다시 물었다.
"그러면 누가 멋대로 거절했다고 쓴 건데요?"
지훈은 그것이 바로 확인해야 할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예린도 예측 모델 자체를 악마처럼 취급할 생각은 없었다. 어느 회사나 면접 일정 취소나 무응답을 추정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 수치가 사람의 실제 선택을 대신하게 만들어선 안 됐다.
"확률은 질문에 대한 추정값이에요. 답장 그 자체가 아니죠."
예린은 화면에 비교표를 띄웠다. 예전 B-17 규칙은 구직자가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의 처리를 했다. 새 모듈은 반대로, 미래에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현재 자격을 멈췄다.
서로 반대처럼 보였지만 구조는 같았다. 당사자 대신 말한다는 것.
그날 오후 독립 검토위원 구은정이 자료를 가져왔다. 검토를 위해 제공받은 일부 로그였다. 신원 정보는 가리고, 상태 변경 시각과 처리 규칙만 보존한 표였다.
[09:02 후보 추천 생성]
[09:03 예측 거절 91.4%]
[09:03 사전 거절 실행]
[09:04 담당자 검토 생략]
은정은 손가락으로 마지막 줄을 짚었다.
"담당자 검토를 생략하도록 설정한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아직 확인 중입니다. 예측과 실제 중지는 별개 결정이니까요."
지훈이 물었다.
"지금 중지된 사람이 아라 씨뿐인가요?"
"아닙니다. 정확한 범위는 모릅니다. 예측 모듈 이용 기관 수와 실제 제외된 사람 수가 일치하지 않아요."
하필 그때 아라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리면 알려 주세요. 이번에는 꼭 제가 선택하고 싶습니다.'
지훈은 짧게 답장을 보냈다.
'확인 중입니다. 준비하신 작업 기록은 면접에서 충분히 설명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는 '합격하실 거예요'라고 쓰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미래를 대신 약속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 무렵, 예린은 추가 통계를 찾았다. 예측 기능의 성공률 자료에는 '정확하게 거절할 사람을 맞힌 비율'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계산 방법을 보니 실제 면접 제안까지 도달하지 않은 사람은 결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제외돼 있었다.
"이상한 건 그다음이에요."
예린이 손가락을 내렸다.
[사전 거절 처리 후 재응답 없음: 예측 적중]
"제안을 못 받은 사람이 답을 안 했으니까, 거절을 예상한 게 맞았다고 세는 겁니다."
철민이 눈을 찡그렸다.
"빵을 안 굽고도 탄 빵이 나왔다고 우기는 거랑 뭐가 달라요?"
"비슷하죠. 다만 통계의 정확한 분모는 더 확인해야 해요."
지훈은 자료를 덮었다.
"시스템이 사람의 미래를 보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예린이 고개를 들었다.
"그럼 뭘 보는 건데요?"
"자기가 막아 놓은 길의 끝을요."
그 말은 아직 의심이었다. 그러나 의심을 검증할 방법은 있었다.
누군가의 일자리를 시험 재료로 삼지 않고도, 예측이 실제 응답과 어떻게 다르게 취급되는지 확인하는 방법.
지훈은 은정에게 독립적인 검증 절차를 제안하는 문서를 쓰기 시작했다.
제10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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