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유지보수의 채용 담당자 안세진은 하루에 서른 장의 이력서를 읽었다.
그 가운데 열 장은 경력이 부족했고, 열 장은 근무 지역이 맞지 않았다. 나머지는 전화로 확인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는 어느 쪽도 기계가 대신 결정해 주길 바라지 않았다. 이름 하나를 놓치면 공장의 장비만 멈추는 게 아니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하루도 함께 멈췄다.
그날 오전, 세진의 채용 화면에 낯선 문구가 나타났다.
'자동 제외 후보 1명.'
이유를 펼치자 설명이 짧았다.
'예상 거절. 면접 시간 낭비 방지.'
세진은 지원자의 이름을 조회했다. 최아라. 예전 거래처에서 설비 점검을 맡았던 기술자였다. 한 번은 장비 정지 원인을 남들이 찾지 못해 밤을 새운 일을 해결했다고 들었다.
그는 지원자 전화번호를 눌렀다가 멈췄다. 자동 제외는 아라의 연락처를 가리고 있었다. 대신 시스템이 추천하는 다른 후보 세 명이 화면에 나타났다.
"이상하네. 왜 연락도 못 하게 막는 거야."
세진은 사내 채용 책임자에게 사실을 알렸다. 회사가 직접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는지도 별도로 확인했다. 아라는 그 회사에 아직 지원한 적이 없었다. 이름이 추천 후보로만 올랐다가 시스템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 차이는 중요했다.
세진은 아라가 자기 회사 면접에 불합격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아라가 면접을 본 적도, 회사가 지원을 접수한 적도 없었으니까.
같은 시각, 새 출발 직업소개소에서는 지훈과 예린이 아라의 동의를 받아 전송 내역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라는 자신의 구직 정보 중 경력과 연락 가능 시간만 해당 회사에 전달하도록 허락했다. 자녀에 관한 이야기는 전달하지 않기로 했다.
"제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숨기고 싶어서가 아니에요. 그걸 먼저 아는 사람들이 제 실력은 묻지도 않을까 봐요."
지훈은 전달 문구를 소리 내 읽었다.
'산업 설비 보전 8년. 예방 정비 및 고장 분석 경력. 주간 근무 우선, 비상 출동은 조건 협의 가능.'
"이렇게 보내겠습니다."
아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세진의 사무실로 자료가 도착했다. 그는 종이 서류를 보고 반가워했지만, 곧 시스템 알림을 확인하고 표정을 굳혔다.
[동일 인물 탐지]
[현재 상태: 사전 거절]
[직접 면접 등록 시 예외 승인 필요]
세진은 예외 승인을 요청했다. 사유는 짧게 썼다.
'지원자의 실제 의사 확인 필요.'
하지만 승인 버튼은 회색이었다.
'예측 평가 종료 전 변경 불가: 6일 13시간.'
세진은 전화를 들어 회사 인사 책임자에게 말했다.
"이거 우리 채용 규정입니까, 남의 프로그램 규정입니까?"
그날 저녁 그는 지훈에게 연락했다.
"면접은 보고 싶습니다. 다만 우리 내부 결재를 거쳐 외부 플랫폼과 상관없이 접수하는 방법을 확인하겠습니다. 회사 기록도 남겨야 하니까요."
지훈은 통화를 스피커로 전환해 아라에게도 의사를 확인했다.
"제가 직접 지원서를 내도 되나요?"
아라가 물었다.
"물론입니다. 회사가 지원 경로를 열면 직접 하셔야죠."
통화가 끝난 뒤 예린은 세진의 화면에서 받은 상태 코드를 읽었다.
'PREDICT-04: 응답 예정.'
그 아래에는 더 작은 글씨가 있었다.
'이의 제기 접수 시 정확도 재평가 대상에서 제외.'
"이의를 제기하면 틀렸다는 통계에서도 빠지는군요."
예린이 말했다.
지훈은 아라의 상담 기록 옆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제 문제가 된 것은 한 사람의 면접만이 아니었다. 미래를 맞혔다고 주장하는 시스템이, 틀렸다는 증거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제102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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