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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94화
PAYLUA ORIGINAL · 제94화

94화. 이름이 사라지기까지 72시간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18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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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 평범한 회사라면 신규 프로젝트의 배포 일정을 잡기에도 짧은 시간이었다. 퇴근망에서는 사람의 이름 하나가 사라지기까지 남은 시간이란다. 나는 그런 일정표를 작성한 개발자를 만나면 반드시 물어볼 생각이었다. 왜 항상 사람의 인생을 시스템 점검보다 빨리 끝내려고 하는지. 서아는 내 앞에 있는 종이배를 들여다봤다. "지워진다는 게 정확히 뭘 뜻해?" 한시우가 장부의 이전 버전을 열었다. 그는 원본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 보관된 스냅샷을 조회하고 있었다. "가능한 해석이 둘입니다. 단순히 증인 식별 칸을 비우는 것. 아니면 증인을 찾기 위한 연동 기록까지 지우는 것. 둘은 피해가 아주 다릅니다." "기억도 지워져?" 유나가 물었다. "그건 알 수 없어요. 운영망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과 실제로 개인 기억에 영향을 주는 건 다릅니다." 나는 서아를 봤다. 그녀가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때 내 말이 사라질까 봐 무서웠거든." 그녀가 말했다. "어릴 때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누군가 내 말을 다시 쓰면 나중에 내가 진짜 뭘 봤는지 아무도 안 믿어 줄까 봐." "그럼 지금의 네 말부터 남기자." 서아는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자신이 확실히 기억하는 것, 남에게 들은 것, 기록으로만 확인한 것을 각각 다른 칸에 적었다. 내가 칸을 대신 채우려 하자 그녀는 펜을 잡은 손을 살짝 올렸다. "그건 내가 써야 해." 나는 물러났다. 서아가 쓴 첫 번째 문장은 짧았다. '나는 지금 이 기록의 원본과 같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두 번째 문장은 더 짧았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내가 동의한 내용이다.' 남기혁 형사는 그 서면을 독립 진술로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구태형의 운영망에 제출하는 대신 사건 자료로 등록하는 절차였다. 시스템이 서아의 이름을 지우더라도 그녀가 오늘 남긴 진술까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저도 하나 적겠습니다." 나는 말했다. "너는 뭐?" 서아가 물었다. "서아가 자기 손으로 글을 썼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내가 읽었다는 사실." "그건 너무 당연하잖아." "이 회사들 때문에 당연한 걸 증명하는 서류가 제일 비싸졌거든." 우리는 웃었다. 하지만 웃음이 끝난 뒤에도 계측 장치에는 남은 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원본 증인 식별정보 삭제까지 70:48:12] 한시우는 문서의 기능을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격리 시험 환경에서 동일한 삭제 요청을 재현했다. 더미 데이터에 이름을 넣고 절차를 실행하자, 이름만 지워진 게 아니었다. 관련된 세 개의 기록이 순식간에 '미확인'으로 바뀌었다. 사고 당시 사진의 설명, 계단 출입 기록의 증인 칸, 귀환 장치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진술. "이건 증인을 지운다기보다 모든 기록을 서로 대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시우가 말했다. "증언이 남아 있어도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게 되네." 서아가 중얼거렸다. "서아야, 이제 네 이름이 삭제되기 전에 원본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겠지만, 그때도 네가 무조건 증인이라고 인정할 필요는 없어." 유나가 말했다. 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하지만 다른 사람이 지워지는 건 막을 수 있겠지?" 우리는 9번 계단실의 마지막 종이 문서를 찾기로 했다. 삭제 요청이 디지털 운영망에서만 실행된다면 종이 원본의 출처를 확인해 증인 이름을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기록보존 담당자에게 보관 위치를 확인했고, 검토 가능한 서류 목록을 다시 받았다. 보관소에 연락하기 전 우리는 협조를 구할 사람부터 정했다. 장비를 관리하는 한시우, 문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동했는지 아는 보존 담당자, 실제 피해 신고를 접수하는 남기혁 형사. 내가 그들에게 하나씩 일을 부탁하자 유나가 말했다. "네가 예전보다 일을 잘 나누네." "어릴 때부터 이랬으면 팀장이 저를 좋아했을 텐데요." "그때는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달려들었잖아." "맞아요. 지금은 혼자 달려들면 저만 영원히 퇴근 못 한다는 걸 배웠죠." 웃고 나서 우리는 각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적었다. 시우는 기술 자료의 변조 여부를 검증하지만 사람을 임의로 지정하지 않는다. 기혁 형사는 자료 보존을 돕지만 장부를 직접 수정하지 않는다. 서아는 본인 진술의 내용을 결정하고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나는 자료를 비교하고 질문을 정리한다. 이 작은 역할표가 없었으면 우리는 또다시 가장 겁이 없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일을 맡는 식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그날 오후 확인된 피해 제보 가운데에는 아무 이름도 바뀌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근무시간은 정상인데 회사 프로그램의 관리자 화면에서만 퇴근이 두 번 찍혔다는 것이었다. 해당 직원은 실제 출근 여부를 증빙할 수 있었지만, 그 기록을 고치느라 휴일에 시간을 써야 했다. 우리는 이것을 초능력의 직접 피해라고 바로 단정하지 않았다. 기존 시스템의 오류와 이 사건의 영향은 별도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도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두려운 일이었다. "기록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사람이 하루를 다시 증명해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해요." 그 직원이 말했다. 나는 그 말에 오래도록 대답하지 못했다. 내게 이 사건은 아버지의 비밀이자 시간을 멈추는 능력의 원천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카드 출퇴근 기록을 다시 뽑아야 하는 골칫거리였다. 그 차이가 사건을 작게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다. 서아는 제보자의 말이 끝나자 자신의 진술서 첫 장을 다시 읽었다. "우리도 그 사람들처럼 사소한 것을 증명하고 있네. 내가 읽은 계약서, 내가 쓴 글씨, 내가 그렸는지도 모르는 그림." "그 사소한 기록들이 사람을 지키는 데 필요하니까." "그러면 내가 옛날에 무엇을 봤는지 몰라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네." 서아는 한참 고민하더니 진술서 끝에 새 문장을 썼다. '이 사건의 원본은 복원할 수 있을 때까지 훼손하지 않는다.' 그 문장을 쓰고 나자 표정이 조금 편안해졌다. 우리는 일정표를 다시 펼쳤다. 삭제 예약까지 남은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지만, 언제 무엇을 확인할 것인지는 전보다 분명해졌다. 나는 가장 위에 '실종자 신원보다 원본 보존'이라고 적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또 다른 사람의 이름을 함부로 쓰는 핑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 순간 담당자가 보내온 보존 목록에 새 항목이 하나 올라왔다. 오래된 종이 문서였다. 영상 파일도, 인증서도 아닌, 누군가 손으로 썼다는 사실이 남아 있는 물건이었다. 그 목록에는 놀라운 항목 하나가 있었다. '1998년 6월 13일, 제3 관측자 보관 동의서 — 작성 장소: 영병원 소아과 대기실.' "소아과 대기실?" 내가 말했다. "승강기 앞이 아니라?" 기혁 형사가 목록을 확대했다. "이건 당시 소아과 근무자들이 처리한 문서군요. 병원 사고 보고서와 별도 보관돼 있습니다." 문서는 이름이 지워진 상태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쪽에는 한 줄이 있었다. '보호자 서명 수집 실패. 아동 본인 진술은 별도 보존.' 서아가 입을 가렸다. 보호자 동의 없이 아이를 시스템 증인으로 지정해 놓은 것일까. 아니면 오히려 아이에게 강제로 서명시키지 않으려고 분리한 것일까. 기혁 형사는 요청 가능한 범위의 보존 확인을 진행했다. 우리는 기록을 가져와 화면에 띄우기보다 담당 직원이 지정된 장소에서 설명하도록 요청했다. 그날 저녁 늦게 전화가 왔다. 오래된 동의서는 세 장이 아니라 네 장이었다고 한다. "네 장이라고요?" 시우가 물었다. "중간에 한 장이 철해져 있었다고 합니다. 내용은 아직 확인하지 않았고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아가 먼저 말했다. "그 한 장이 나한테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네. 어릴 때는 누가 하라는 말인지 몰라도, 싫다고 말할 수는 있었으니까." 그 순간 내 손목시계에서 새 알림이 떴다. [증인 식별정보 삭제 실행 예약: 확인] [삭제 예외: 1998년 원본 직접 대조 시에만 적용] 나는 수첩에 시간을 적었다. 어딘가에서 일방적으로 내린 제한시간에 매달리는 대신,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의 순서를 정해야 했다. 그때 영병원 보존소에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네 번째 문서 표지였다. 서명란은 비었지만 문서 가장자리에는 누군가 크레파스로 그린 작은 시계가 있었다. 바늘은 모두 여섯 시를 가리켰다. 이상한 건 시계가 두 개가 아니라 세 개라는 점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시계 아래에 어린 글씨로 한 단어가 쓰여 있었다.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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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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