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찍힌 아이는 둘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건 한 명도 확실하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 찍힌 사진을 몇 장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가 남겨 둔 가족 사진과 학교 앨범, 동생 생일에 찍은 흐릿한 즉석 사진. 그 사진 속 내 얼굴을 아무리 대조해도 새로 온 사진의 아이가 나라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한 어린아이는 세상에 많았다.
"이 사진을 보내온 사람이 우리를 보고 웃고 있겠네." 내가 말했다.
기혁 형사는 휴대전화 메시지의 원본을 보존하고 전송 경로 확인을 요청했다. 나는 사진을 개인 메신저에 퍼뜨리지 않았다. 얼굴이 지워진 아이가 실제 인물이라면 그 아이에게도 동의하지 않은 과거를 널리 공개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을 것이다.
서아는 사진에서 배경만 잘라 확대했다.
"여기 타일. 내가 다니던 학교랑 비슷해."
"학교 복도일 수도, 병원 복도일 수도 있지."
"맞아.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결론 내리지 말자. 대신 원본을 찾는 거야."
서아는 말을 마치고 나를 보았다. 나는 그녀가 두렵다는 말을 쉽게 하던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적어도 오래전 내 수첩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지금 그녀는 자기 과거가 낯선 상황에서도 질문을 바꿀 줄 알았다.
우리는 문집을 보존하던 도서관에 다시 연락했다. 편집 당시 사진 원본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기증한 앨범 일부가 있다고 했다. 도서관 담당자는 개인 정보가 포함된 자료이므로 허용된 범위에서만 열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복도 사진에 어떤 학교명이 적혀 있는지만 확인해도 될까요?" 서아가 물었다.
담당자는 보존 목록을 조회했다. 며칠 뒤 열람 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즉시 답을 들을 수 없다는 말에 나는 아쉬웠지만, 서아는 오히려 안도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좀 생겼네." 그녀가 말했다.
"무슨 시간?"
"저 사진 속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알아도 괜찮을지 생각할 시간."
사진을 조사하던 시우는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냈다. 전송된 이미지의 해상도는 매우 높았지만, 종이 사진을 스캔할 때 생기는 미세한 먼지 무늬가 없었다. 단순히 디지털 합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오래된 필름을 전문 장비로 디지털화하면 그런 흔적이 적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원본 필름을 확인하지 않는 한 이것을 1998년의 실제 사진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보내온 사진 파일 하나 때문에 학교 기록 전체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아요." 서아가 말했다.
"그렇지. 가짜가 하나 있다고 다른 것도 전부 가짜가 되는 건 아니니까."
서아는 사진 속 얼굴이 지워진 아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정확히는 화면에서 손가락을 조금 띄웠다. 손톱이 그 얼굴 위에 닿으면 아이의 얼굴을 다시 지워 버릴 것 같았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록에 남은 사람을 함부로 다루지 않으려는 마음이었으니까.
"누군가 일부러 얼굴을 없앴다면 왜 두 사람이라고 표시했을까?" 그녀가 물었다.
"한 명을 숨기면서 한 명을 드러내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단순히 개인 정보 처리를 했을 수도 있겠지."
"도겸아, 우리가 둘 중 누가 진짜냐고 다투게 하려는 걸까?"
그 질문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운영망은 지금까지 하나의 책임자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의 이름을 순서대로 올렸다. '네가 아니라면 저 사람이 대신한다'는 문장을 수백 번 본 것 같았다. 그런데 사진에도 두 아이만 있었다. 둘 중 하나를 증인이라고 정하는 순간 다른 아이의 말은 삭제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그러니까 어떤 아이가 진짜냐가 아니라, 각자 무엇을 봤는지 확인해야겠어."
시우는 원본 검색을 위해 보존 기관의 색인과 2019년 인수 자료를 비교했다. 사람 얼굴을 자동 인식해 신원을 찾는 방식은 쓰지 않기로 했다. 출처가 불명확한 사진에서 잘못된 사람을 특정하면 또 다른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대신 사진에 찍힌 교문 모양, 벽 타일, 사진의 여백에 인쇄된 번호만 대조했다.
세 개의 번호 가운데 하나가 1999년 문집 사진 색인에 있던 값과 일치했다. 하지만 색인의 해당 사진은 공개용이 아니었다. 서아가 정식 열람 자격을 확인하는 동안 우리는 기다렸다. 예전의 나였다면 못 견뎠을 시간이었다. 이제는 누군가의 과거를 빠르게 알아내는 일이 언제나 좋은 일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대신 나는 현재의 피해자들에게 연락했다. 부산의 권수진은 이번 주에는 새 대리 근무가 등록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번 잘못 기록된 초과 근무가 아직 정정되지 않았고, 실제로 일했던 시간을 증빙하는 서류를 모으느라 지쳤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지금 쫓는 '증인의 정체'가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아직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다.
"제 이름이 누군가의 시간 대신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거죠?" 권수진이 물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협조 사업장의 새 요청을 따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그곳에서 확인된 새 변경은 없어요."
"그럼 그 사실만 알려 주세요. 괜히 다 해결됐다고 하진 마시고요."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서아가 내 옆에 앉았다.
"그분한테 네가 뭘 해 줬어?"
"오늘은 그냥 모른다고 말했어. 아직 고치지 못한 건 못 고쳤다고."
"그게 필요했을 거야. 나는 누가 내 기억을 대신 설명할 때가 제일 화나더라."
나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사건은 멋진 비밀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일하고 사랑하고 퇴근하는 구체적인 하루가 그 뒤에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저녁에 문 앞에 서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시험용 입력값으로 쓰지 않기로 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영병원에서 정해진 검증 범위의 관측만 진행했다. 보관 구역에 들어가기 전, 나는 손목시계의 움직임을 적었다. 첫 번째 여섯 시는 현재의 정지 현상, 두 번째는 1998년의 보관 기록. 세 번째는 아직 날짜가 없었다. 우리는 그것을 편의상 '증인 창'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름을 붙였다고 실체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혼동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됐다.
"오늘도 인증창이 뜨면요?" 한시우가 물었다.
"동의 안 하는 걸 기본값으로 합시다. 구체적인 범위를 설명받기 전에는요." 서아가 답했다.
강문석은 읽기 전용 복제 장치에 당시 로그를 연결했다. 화면에는 노크를 기록한 세 채널의 시간 차이가 표시됐다. 가장 늦은 파형은 나머지보다 0.8초 뒤에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세 번째 사람의 노크라고 확정할 수 없었다. 장치 지연일 수도 있었다.
그때 서아의 수첩에서 종이 한 장이 떨어졌다. 내가 전날 보지 못한 페이지였다. 접힌 자국이 여러 번 겹쳐 있었다. 펼치자 1998년의 학교 문집과 똑같은 문장이 나왔다.
'기다리는 사람도 집에 가야 한다.'
그 밑에는 다른 글씨로 더 작은 문장이 붙어 있었다.
'증인은 끝까지 남지 않아도 된다.'
"이건 누가 써 준 거야?" 내가 물었다.
서아가 고개를 저었다.
"기억이 안 나. 하지만 내가 보관한 건 맞아. 일곱 달 전에 내가 쓰던 수첩이니까."
나는 종이를 빛에 비췄다. 작은 문장은 원래 종이 위에 쓰인 글이 아니라 압력이 남긴 눌림 자국이었다. 위에 다른 종이를 놓고 썼다가 떼어 낸 흔적처럼 보였다. 서아는 이를 증거로 남기고, 실제 잉크가 있는 원본을 찾기로 했다.
"마음 같아선 여기 문 하나라도 열어 보고 싶네요." 내가 말했다.
"마음은 그래도 돼." 유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손만 조심해."
나는 결국 웃었다. 우리의 팀워크는 내가 먼저 위험한 짓을 할 것 같다고 의심받고, 그걸 부정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었다.
복제 장치가 오래된 발화 기록을 재생했다.
"서아야. 문 밖에 서 있어."
어른 남자의 목소리였다. 나이도 신원도 알 수 없었다. 이어서 어린아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저 혼자 있으면 안 돼요?"
"안 되는 게 아니라, 너도 쉬어야지."
나는 눈을 감았다. 어딘가에서 듣고 싶은 아버지의 목소리 같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목소리를 아버지 것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었다. 강문석은 음성의 녹음 시각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상하군요. 이 파일은 1998년 사고 날의 기록과 함께 저장돼 있는데, 실제 음성 압축 방식은 2007년 시스템에서 사용하던 겁니다. 원본 녹음이 옮겨진 건지, 나중에 만들어진 건지 확인해야 해요."
그때 문 아래로 종이배 하나가 밀려 나왔다. 이번에는 감지 테이프가 반응했다. 실물이었다. 우리는 허가된 구역에서 장갑을 끼고 종이를 살폈다. 안쪽에 뭔가 적혀 있었다.
'둘 중 누구를 고르라는 말에 대답하지 마.'
배의 뒤쪽에는 숫자 두 개가 있었다.
'00 / 01.'
내가 숫자를 읽자 보관 장치가 삐 소리를 냈다.
[증인 재등록 대상 2명 발견]
[우선 등록 순위: 진서아]
[후순위 자동 대체: 차도겸]
"다시 나를 후순위로 넣었다고?" 나는 탄식했다.
그러나 서아의 표정은 심각했다.
"도겸아. 이게 두 사람 중 하나를 증인으로 삼겠다는 뜻이라면, 둘 다 고르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돼?"
누군가를 반드시 선택해야만 작동하도록 만든 시스템. 우리는 그것이 이전에 사람들의 시간을 어떻게 빼앗았는지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질문 자체를 바꿔야 했다.
바로 그때 종이배 안쪽의 글씨가 변했다.
'두 명이 다 거절하면, 지켜본 사람의 이름을 지운다.'
그 아래에 새로운 안내가 나타났다.
[원본 증인 식별정보 삭제까지 남은 시간: 72시간]
제93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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