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여섯 시가 나타났을 때,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손잡이부터 잡았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손이 반쯤 나가 있었다. 하지만 현관문 하나 잘못 열었다고 근로계약서가 갱신되는 세상을 두 달 가까이 겪고 나니, 손잡이를 잡기 전 확인할 것이 생겼다.
"누가 두드리는지부터 알아봅시다."
내가 말하자 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아는 자기 수첩을 가슴에 붙잡고 있었다. 오래된 영병원 별관의 복도 끝에는 흰색 방화문이 서 있었다. 실제 건물 도면에 없는 9번 계단실 문과는 달랐다. 이 문은 우리가 사전 점검 때 확인했던 관측 구역의 출입문이었다. 손잡이는 움직이지 않았고, 여닫힘 센서에도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분명히 소리는 났다.
똑. 똑. 똑.
세 번의 노크 사이에 아주 긴 침묵이 끼어 있었다. 무언가가 문을 두드리다가 손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같은 노크가 세 가지 다른 속도로 전달되는 것처럼 들렸다.
"마이크에는 몇 번 잡혔어요?" 나는 한시우에게 물었다.
시우가 독립 녹음기의 화면을 돌려 보였다. 파형은 한 번뿐이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노크는 내 귀에만 들렸을 수도 있었다. 적어도 기계는 그렇게 주장했다.
서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도 세 번 들었어."
"저도요." 유나가 말했다.
우리가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그것이 외부에서 세 번 일어났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뜻 또한 아니었다. 강문석은 관측 장치의 동기화 표시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18:00:00 / 물리 계측]
[18:00:00 / 1998 보관 구간]
[18:00:00 / 증인 대기 구간]
"세 번째가 미래의 여섯 시라고 생각했는데요." 내가 말했다.
"시간대가 아니라 기록의 종류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아직 실제 시각으로 연결되지 않았어요. 증인이 무엇을 보았다고 진술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빈 구역입니다."
"증인이 서아라는 거고요?"
"운영망에는 그렇게 적혀 있죠. 사실인지는 별도 문제고요."
형사인 남기혁은 이미 복도 바깥의 실제 출입 인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보안 담당자 둘과 시설 관리자 한 명. 누구도 문 반대편으로 들어갔다는 보고는 없었다. 그 사실을 듣고 조금 안심했지만, 설명할 수 없는 노크가 사라지진 않았다.
세 개의 시각이 함께 뜨자 내 손목시계의 유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그것을 느꼈지만 유나는 아무 진동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시계가 내 손목과 연결된 물건이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따로 적었다.
기혁 형사는 복도를 가로지르는 안전선을 두었다.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을 한꺼번에 건물 밖으로 몰아내진 않았다. 담당자에게 현재 출입 가능한 통로를 확인한 뒤, 관측 중단을 원하면 누구나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시우는 구석에 놓인 접이식 의자 두 개를 안전선 밖으로 옮겼다. 서아는 그 의자에 앉지 않고 창틀을 짚었다.
"저 소리를 들으니까 심장이 빨리 뛰어."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중단할까?" 내가 물었다.
"아니. 다만 내가 무섭다는 걸 네가 알았으면 좋겠어. 무서운 사람은 틀린 말을 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수첩에 '서아: 소리 세 번 인지, 불안감 호소'라고 썼다. 평소였으면 '서아가 세 번 들었다'까지만 적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말한 두 번째 문장이 더 중요했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누군가는 과거의 기억 때문에 더 강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증언이 거짓이라는 뜻도 아니고, 증언이 언제나 정확하다는 뜻도 아니었다.
"그럼 저도 하나 써 주세요." 유나가 말했다.
"뭐요?"
"나는 두 번째 노크가 가장 크게 들렸어. 세 번째는 아주 작았어."
나는 유나의 말을 그대로 적었다. 이어 내 기록도 덧붙였다. 나에게는 세 번째가 가장 크게 들렸다고. 셋의 경험이 다르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중요한 단서일 수 있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소리를 들었는데 각자 다른 크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반사음이나 기계의 재생 때문에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더 무서워하는 가능성은 따로 있었다. 장치가 사람마다 듣고 싶은 것, 혹은 두려워하는 것을 골라 들려주는 것일 수 있었다.
"운영망이 사람별 반응을 다르게 만든 전력이 있잖아요." 내가 말했다.
강문석이 답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적인 근거가 없어요. 확인을 위한 실험은 가능합니다. 위험한 연결은 피하고요."
우리는 작은 기계식 종을 가져왔다. 전기 장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물건이었다. 내가 한 번 치자 맑은 소리가 울렸다. 유나는 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린다고 했다. 서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나는 우리 귀 자체의 이상과 시스템이 출력한 신호를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노크가 들렸을 때, 기계식 종은 울리지 않았다. 문이 실제로 흔들린 흔적도 없었다. 창고에서 잠깐 일하러 온 시설 직원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차분히 다른 업무를 마치고 나갔다. 나는 그의 이름을 적지 않았다. 동의도 받지 않은 사람을 새로운 사건의 증인으로 올릴 이유는 없었다.
"정말로 저 문 안에 누가 있는 걸까?" 서아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문 앞에 있는 우리가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조금 전까지 나 혼자 들었다면 겁에 질렸을 소리가 이제는 기록하고 비교할 대상이 됐다. 세상이 정지할수록 나는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측정 기준이 되는지 배우고 있었다.
그때 바닥의 그림자가 이상한 모양으로 변했다. 문은 꼼짝하지 않았는데 문틈 아래로 빛이 새어 나왔다. 안전선 너머의 조명은 꺼진 상태였다. 누가 전등을 켰는지 확인할 수 없었고, 공기의 온도도 변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세 사람의 그림자만 길어졌다. 문 너머에서 무언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틈 아래로 흰 종이가 미끄러져 나왔다.
나는 허리를 굽혔다. 종이는 문 아래를 통과한 뒤에도 바닥에서 약간 떠 있었다. 우리 눈에는 분명히 보였지만 바닥에 붙여 둔 얇은 감지 테이프는 접촉을 기록하지 않았다. 손을 내밀려다가 멈췄다. 강문석이 시험용 집게를 가지고 왔지만 종이는 집게 사이로 통과했다. 그때서야 나는 이게 우리가 곧바로 회수할 수 있는 실제 종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종이에 손글씨가 떠올랐다.
'그날 여섯 시에 도겸이가 오기 전, 내가 먼저 그곳에 있었다.'
"내 수첩에 있는 문장이야." 서아가 말했다.
그녀는 수첩을 펼쳤다. 같은 문장이 있었다. 획의 방향과 마지막 마침표까지 닮아 있었다. 누군가 화면에서 글씨를 베껴 가상 종이에 표시했다면 만들 수 있는 일치였다. 그렇지만 서아가 왜 일곱 달 전에 저 문장을 썼는지는 아직 몰랐다.
"언제 적은 거야?"
"기억 안 나. 그런데 글씨는 분명 내 거야."
"내가 궁금한 건 다른 거야. 네가 저 문장을 보고 적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 네 글씨를 베꼈을 수도 있잖아."
서아는 나를 보았다. 내가 자기 말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할까 걱정됐다.
"네가 일부러 속였다는 뜻은 아니야. 누가 먼저 썼는지 알아보자는 거지."
서아는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둘 다 확인해야 해."
노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세 번이 아니라 두 번이었다. 똑, 똑. 화면에는 '증인 인증'이라는 커다란 버튼이 떴다. 그 아래 아주 작은 글씨가 붙었다.
[인증하면 최초 관측자가 확인한 모든 기억을 운영망으로 제출합니다.]
"전부?" 유나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런 말 없었는데." 서아가 속삭였다.
그녀가 일곱 달 전 서명했던 수탁 계약은 복제본 보관에 관한 것이었다. 부속 설명서가 몰래 바뀐 사실을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법이었다. 증언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기억 전체를 넘기려 하고 있었다.
"누르지 마." 내가 말했다.
"안 눌러."
서아가 화면에서 손을 떼자 버튼은 오히려 더 크게 빛났다. '증인 부재 시 차도겸을 임시 증인으로 지정합니다.'라는 안내가 그 밑에 추가됐다. 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
"아니, 저는 회사에서도 대리 결재를 싫어하는데 왜 여기는 자꾸 제 이름을 넣습니까?"
기혁 형사가 화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말했다.
"두 분 모두 아직 동의하지 않았다고 기록합니다. 지금 표시된 건 안내일 뿐, 실제 권한 변경이 확인된 건 아닙니다."
"그런데 누가 계속 창을 띄우고 있겠죠."
나는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았다. 첫 번째 숫자는 18:00:04로 움직였다. 두 번째는 1998년 18:11에서 멈췄다. 세 번째는 숫자가 없는 검은 사각형으로 남았다. 마침내 복도 끝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아 언니. 문을 열지 마."
아주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낯익은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전에 서아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저 말…… 내가 여섯 살 때 누군가한테 들었어."
나는 그녀의 손을 잡지 않았다. 서아는 지금 자기 몸이 어디에 있고 무엇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알아야 했다. 대신 한 걸음 옆에 서서 말했다.
"기억이 떠오른 거라면 그대로 말해 줘. 누군가 네게 들려준 문장이라면 그것도 구분해서."
서아는 문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누군가한테 들은 건지, 내가 한 말인지 모르겠어. 하지만 목소리가 하나 더 있었어. 그 애가 울고 있었거든."
검은 사각형에 처음으로 글자가 나타났다.
[증인 대기 구간: 7세 여아의 발화 기록 발견]
[성명: 진서아]
문 너머에서 세 번째 노크가 들렸다. 이번에는 우리 모두 소리보다 먼저 그 뒤에 따라온 문장을 들었다.
"어른이 될 때까지, 내 말이 없어지지 않게 해 줘."
제91화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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