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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80화
PAYLUA ORIGINAL · 제80화

80화. 0번 직원의 퇴근 방법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4,994자

오프라인 책장
나는 1998년에 출근한 적이 없다. 세상에는 당연해서 굳이 증명할 필요가 없는 사실들이 있다. 해는 동쪽에서 뜨고, 냉면은 차갑고, 어린아이는 야간 병원 기록실에서 급여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출근망은 그 마지막 사실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임시 기록실 / 차도겸 / 근무 시작 1998.06.13 18:00] 사진도 없고 서명도 없었다. 식별자는 아버지가 남긴 기록의 번호와 일부 겹쳤다. 현재 내 주민등록 정보와 이어지는 항목도 없었다. 그런데 운영 화면에서는 오늘 아침 대리 정산을 맡을 사람으로 나를 지정해 놓았다. "누군가 그날의 내 이름을 지금의 나랑 이어 붙였어요." 내가 말했다.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차도겸의 관측 기록을 현재의 인증 계정에 연결한 것 같습니다. 이것도 실제 출근의 증거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링크를 끊으면 어떻게 돼요?" "그날 기록 자체를 삭제할 필요는 없어요. 현재 계정에서 대리 승인 권한만 분리하면 됩니다. 다만 중앙 운영망에는 아직 접근 권한이 없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정확하게 나누는 시간이 시작됐다. 새벽 다섯 시, 나는 다시 영병원 별관 앞에 서 있었다. 어제와 같은 주차장, 같은 담벼락, 같은 출입문이었다. 오늘은 관리인과 현장 안전 담당자도 함께 있었다. 허가된 공간 밖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9번 계단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장부가 말하는 거짓말을 멈추는 일이었다. 서아가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한 잔은 내 몫이었고, 다른 한 잔은 자기 것이었다. "누군가 대신 출근해 주는 시대는 끝내자." 그녀가 말했다. "대신 커피는 사 줘도 되지?" "이건 내가 주고 싶어서 사 온 거야." 나는 그 차이를 기억했다. 누군가 대신하는 모든 일이 나쁜 건 아니다. 부탁하고 거절할 수 있고, 자기가 원해서 돕는 일은 우리를 살아가게 만든다. 문제는 이미 했다고 기록해 놓고 선택할 시간을 빼앗는 것이었다. 오전 여섯 시, 9번 계단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1998년의 울림과 현재의 소리가 잠깐 겹쳤다. 오늘의 관측 화면에는 계단을 오르는 사람 그림자가 없었다. 대신 문 바로 앞에 종이배가 놓여 있었다. 배 안에 글씨가 있었다. '누가 먼저 집에 가도, 남은 사람을 지우지 마.' 0번 보관실의 아이가 쓴 것일까. 우리는 출처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문장을 오늘의 원칙으로 삼을 수는 있었다. 누가 먼저 돌아온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사라졌다고 도장을 찍지 않기. 6시 20분, 부산 시범 사업장에서 첫 점검 결과가 왔다. 어제 밤새 새 대리 근무는 한 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기존 오류 기록은 그대로 보존돼 있었고, 실제 근무자들은 수기로 출퇴근을 기록했다. 외부 협조를 통해 같은 설정을 적용할 수 있는 사업장 두 곳이 추가로 확인됐다. 우리는 무리해서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았다. 원리를 검증하고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일이 먼저였다. 7시 10분, 한정호 관리자 키가 대리 승인을 다시 시도했다. 시우의 장비는 거절했고, 중앙 장부는 '접속 지연'이라고 응답했다. 차단 로그가 남았다. 이번에는 한정호가 무엇을 승인했다고 꾸며 놓아도 우리 장비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칸은 막았네요." 내가 말했다. "맞아요. 전체는 아니지만요." 시우가 답했다. 7시 45분, 피해자 접수 창구에서는 새로운 보고가 왔다. 첫날 4,183으로 나타났던 미귀가 목록의 일부에서 한 사람에게 여러 건이 붙어 있다는 사실이 검증됐다. 우리는 기록 건수와 고유 피해자 수를 분리해 표시하기 시작했다. 정확한 사람 수는 아직 계산할 수 없었다. 특히 171건의 어긋난 기록 중 일부는 이름 없는 동행 요청이어서,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때까지 미확인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내가 장부를 바라보자 서아가 말했다. "모르는 걸 모르겠다고 남겨 두는 게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 "예전에는 NULL 값이 싫었어. 자꾸 에러 나니까." "지금은?" "사람한테 거짓말하는 값보다 낫지." 오전 여덟 시 이십 분. 시우가 마지막 시험용 복제본을 열었다. 내가 1998년 기록실 직원으로 등록돼 있는 항목을 선택했더니 세 가지 버튼이 나타났다. 귀가 완료, 대리 근무 전환, 상태 미확인 보존. 전날에는 세 번째 버튼이 없었다. "오늘 우리가 만든 기능이야?" 내가 물었다. "복제본에서는요. 현장 장치에 실제 적용하려면 별도 승인과 검증이 필요합니다."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선택지를 하나 늘리는 데 며칠이 걸렸다. 그 사이 사람들이 겪은 불편과 불안은 훨씬 컸다. 그래도 누군가 자기 일을 끝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 그 사실을 그대로 남기는 편이 옳았다. 8시 29분. 구태형 측 운영 주소에서 긴급 메시지가 도착했다. '차도겸. 네 이름이 기록에 있는 건 사고가 아니다. 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열쇠다. 네가 동의하면 모두를 돌려보낼 수 있다.' 유나가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또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떠넘기려 해." "이번엔 알겠어. 이름이 열쇠로 쓰였다고 해서 내가 문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야." 나는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증거를 보존하고, 해당 기관에 처리 요청을 추가했다. 운영자가 누구든 동의 없는 대리 승인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8시 30분. 우리 장비의 새 승인 수는 0이었다. 참여한 시범 사업장들의 대리 기록도 추가되지 않았다. 중앙 운영망에서는 경고가 올라왔다. 전국 모든 장부를 멈춘 것은 아니었다. 확인되지 않은 곳에는 여전히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승리를 선언하지 않았다. [일괄 귀가 처리: 중앙 계정 검증 대기] [안전 보류: 협조 장치 3곳 적용] [기존 미귀가 기록: 원본 보존] 강문석은 이 결과를 읽었다. "오늘은 끝내지 못했지만, 적어도 세 곳에서는 새 대리 승인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유나는 환하게 웃었다. "누군가의 희생 없이 막았네." 나는 휴대전화로 어머니께 문자를 보냈다. '아침 일 끝났어요. 아직 정리할 게 있어서 조금 늦어요. 점심은 먼저 드세요.' 곧 답장이 왔다. '알았다. 너도 먹어.' 그 두 문장을 보며 나는 새삼 느꼈다. 사람은 누군가의 허락 없이도 자신의 일정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기다릴 것인지, 먼저 먹을 것인지, 돌아올 것인지 말이다. 시범 적용된 세 사업장에서 온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한 곳은 수기 근무표와 시스템 기록을 대조하는 작업이 순조로웠고, 다른 한 곳은 오래된 급여 산정 때문에 정정 기준을 더 논의해야 했다. 마지막 한 곳에서는 직원들이 대리 출근 경고가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오류가 생겼을 때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 것을 더 좋아했다. "세 곳이나 막았어요." 시우가 말했다. "세 곳에서만 막은 거예요." 서아가 답했다. "그 말을 꼭 같이 적어." 나는 보고서에 두 문장을 모두 넣었다. 새로운 오류 0건이라는 결과가 중요했지만, 중앙망과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오늘 만들어 낸 작은 성공을 크게 포장하면 내일 누군가 '이미 다 끝났다'는 말을 믿고 자기 기록을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기혁 형사는 관계 기관에서 보내 온 자료 보존 협조 회신을 보여 주었다. 아직 조사가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해당 기간의 자료를 함부로 폐기하지 말라는 요청은 전달된 상태였다. 나는 그 자료를 차례로 정리했다. 기록 하나를 제대로 남기는 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여태까지 나는 기억을 잃는 일을 개인의 저주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기록을 회복하는 일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조금씩 가능해지고 있었다.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는 어머니의 메시지가 다시 왔다. 나는 오늘만큼은 시간표에 점심 약속을 적었다. 무엇을 하든 한 끼 먹을 시간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아버지가 남긴 경로 09와 0번 보관실의 아이, 한정호라는 이름으로 발행된 거짓 승인들은 모두 아직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오늘의 밥상까지 다음 장부에 빚으로 남겨 둘 이유는 없었다. 유나는 내 가방을 챙기며 물었다. "우리가 시간을 멈추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전부 다요? 아직 모르죠." "그런데 왜 자꾸 기록해?" "내일 내가 같은 질문을 할 때, 오늘의 대답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게 하려고요." 서아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선택도 남겨 두자. 굳이 이유를 캐묻지 말고." 그날은 누구의 이름도 자기 허락 없이 새 근무표에 넣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하루였다. 적어도 우리가 관리한 장치에서는 그랬다. 우리는 9번 계단실 화면을 종료하려 했다. 그때 오래된 음성 하나가 재생됐다. 한정호라는 이름으로 묶인 기록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아이는 근무자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그 이름을 잘못 적었습니다. 어린애가 아버지를 따라왔다고 해서 일한 것은 아니니까요." 나는 숨을 들이켰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1998년 기록에는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이미 있었던 것이다. 음성이 이어졌다. "그런데 누군가 그 칸을 지웠어요. 아이를 열쇠로 삼으려는 사람을 막아야 합니다." 시우는 이 파일이 복제된 음성인지 실시간 응답인지 별도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사실이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내 이름을 사용해 만든 모든 대리 승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현재의 기록을 다시 남겼다. 화면이 꺼지기 직전, 검은 배경 위에 작은 창 하나가 나타났다. [1998년 임시 기록실 원본 / 미확인 추가 페이지] [기록자: 차정수] [제목: 0번 직원의 퇴근 방법] 그 아래에는 아버지의 손글씨가 한 줄 보였다. '도겸이가 시간을 멈춘 게 아니다. 누군가 도겸이에게 멈춘 시간을 맡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그 아이가 직접 퇴근한다고 말할 때, 우리 모두의 여섯 시가 다시 시작된다.' 나는 창을 닫지 못했다. 1998년의 어린 나에게 누가, 왜 멈춘 시간을 맡겼을까. 아버지는 그걸 알고도 지금까지 무엇을 기다렸을까. 8시 31분. 현실의 시계는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내 손목시계만 조용히 반대 방향으로 한 칸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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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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