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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으로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79화
PAYLUA ORIGINAL · 제79화

79화. 권한을 반납하는 날

퇴근하면 시간이 멈춥니다 · 5,080자

오프라인 책장
창밖에는 늦은 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버스가 차고지로 돌아가면 정비사는 오늘의 점검표를 작성하고, 운전기사는 자기 집으로 갈 것이다. 그 단순한 일에 누군가 승인 도장을 더 찍을 필요는 없어야 했다. 최은규 씨는 자신이 실제로 일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수첩을 내놓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출근망은 그 수첩을 '시간 차용 가능한 사람'의 표시로 사용하려 했다. 누군가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면 그만큼 더 빼앗을 수 있다는 뜻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논리에는 익숙했다.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자꾸 더 많은 일을 맡는 것과 비슷했다. 다만 이번에는 대상이 개인의 기억과 시간이었으니 비교할 수도 없이 악질적이었다. "저분에게 먼저 알려야 해요." 내가 말했다. 남 형사는 피해자 연락 담당자를 통해 사실관계를 전달하도록 했다. 최은규 씨에게 겁을 주는 단어를 쏟아 놓기보다는, 아직 확인된 피해는 없지만 자신의 자료가 다른 목적에 재사용될 위험이 있으니 해당 처리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안내했다. 최 씨는 전화를 받고 잠깐 침묵했다. "내가 기록을 남긴 게 잘못입니까?" "아닙니다. 그 기록을 동의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쪽이 문제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그럼 제 수첩은 그대로 둘 겁니다. 내 하루를 없던 걸로 하지 마세요." 나는 그 문장을 노트에 적었다. 누구든 증거를 남겼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서는 안 됐다. 시우는 자신이 관리하는 장비에서 원본 증빙 자료가 자동 차용 후보 목록으로 넘어가는 연결을 끊었다. 중앙 장치가 그 우회를 다시 시도할지는 몰랐기에 관찰 로그도 남겼다. 오후 일곱 시부터 몇 차례 재시도 메시지가 들어왔지만 신규 등록은 발생하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의 장비에서는 그랬다. 저녁이 깊어지자 나는 강문석에게 권한 관리 화면을 보여 달라고 했다. 관리자 이름 옆에 '소유자', '운영자', '대리 승인자'가 나뉘어 있었다. 모두 한정호의 인증서를 통해 예외 권한을 가져올 수 있는 구조였다. "2019년에 이 비상 계정을 만든 사람은 누구죠?" 내가 물었다. "발급 요청 계정은 구태형 운영 회사입니다. 서류에는 사내 담당자 이름이 있지만, 전자서명은 공용 인증서였어요. 누가 실제로 눌렀는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합니다." 서아가 계약서를 넘겼다. 구태형 회사는 오래된 기록의 '연속 운영'을 이유로 권한을 유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원래 기록 담당자가 직접 접근할 수 없고, 현재의 운영자만 그의 이름으로 승인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연속 운영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권한을 빌려 쓰는 것이었다. 우리는 시우가 소유한 장비에서부터 비상 계정의 대리 승인 기능을 비활성화했다. 기존 키를 삭제하지는 않았다. 검증과 조사에 필요한 이력은 별도 보존소에 남겼다. 누구의 인증서로 무슨 요청을 했는지 나중에도 확인할 수 있어야 했다. "저는 이걸 권한 반납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시우가 말했다. "누가 누구한테요?" 내가 물었다. "제 회사가 옛 관리자 이름에서 빌려 온 권한을 돌려주는 겁니다. 원래 없었어야 할 권한이라면 회수하는 것이 맞겠죠."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뺏긴 것을 되찾는 일이 아니라, 애초에 가져서는 안 될 것을 내려놓는 일. 시스템에는 그런 작업이 필요했다. 하지만 중앙 운영망은 순순히 따르지 않았다. 구태형이 사용하던 연락 주소에서 통화 요청이 왔다. 우리가 확인한 정식 계약 담당 번호였지만, 실제 발신자가 그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남 형사가 함께 듣는 조건으로 연결했다. "차도겸 씨." 낮고 마른 목소리가 말했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알아야겠군요. 귀가 기록을 지우면 사람들도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우린 지우지 않았습니다. 원본은 보관하고 새 자동 승인만 막고 있어요." "그러면 기록이 계속 쌓이겠죠. 누군가는 대신 끝내야 합니다." "누군가라고 부르지 마세요. 자기 이름을 가진 사람이에요." 통화 상대가 작게 웃었다. "차정수도 처음에는 그 말을 했습니다. 누구도 대신하지 않겠다고. 그 결과 남은 사람이 얼마나 됐는지 압니까?" "4,183건이요? 그건 사람 숫자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숫자에 집착하는군요. 어차피 누군가 값을 치러야 합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화는 내 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 같았다. 기억을 잃은 아버지를 들먹이면서 내가 무모한 결정을 내리게 만들려는 것일 수도 있었다. "누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까?" 내가 물었다. "그 권한의 근거가 어디 있죠?" 통화 상대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마디를 남겼다. "내일 여덟 시 삼십 분, 장부는 다시 맞춰집니다. 그때는 누구도 보류할 수 없을 겁니다." 통화가 끊겼다. 녹음은 남 형사가 적법하게 보존하기로 했다. 나는 상대를 구태형이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설령 그가 맞더라도 사람들의 시간이 거래돼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었다. 통화가 끝난 뒤 우리는 1998년 병원 기록과 오늘의 관리자 메시지를 다시 비교했다. 구태형 측 목소리는 자신만이 장부를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 자체를 확인할 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나는 한때 그런 말에 흔들렸었다. 시간을 멈추는 방법을 알려 준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가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서아는 화면의 '확정' 글씨를 가리켰다. "이 글자는 누가 입력했는지 알아?" "구태형 쪽 운영망이겠지." "그럼 이건 사실이 아니라 운영자의 주장일 수 있다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컴퓨터 화면은 회색 배경에 단정한 글씨로 사실처럼 말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 거짓말을 넣을 수도 있다. 사람이 말하면 의심할 내용을 모니터가 말한다고 쉽게 믿어 버릴 때가 있었다. 시우는 중앙 장부가 어떤 구간에서 시범 장치로 요청을 보냈는지 분석했다. 그 가운데 한 건은 '원본 보존 중'이라는 응답을 받자 두 번째 장치로 넘어가도록 설계돼 있었다. 재시도 자체는 장애 대응에서 흔한 방식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동의를 대체하는 승인 요청에 사용되자, 거절의 의미를 없애는 장치가 됐다. "누군가 아니라고 말하면 다음 사람에게 가는 거네." 유나가 말했다. "네. 성공할 때까지 다른 사람의 이름을 찾는 구조예요." 내가 답했다. 우리는 재시도 요청의 종류를 구분했다. 일반적인 데이터 조회는 허용하되, 당사자 확인 없는 대리 서명 요구는 명확한 거절 상태로 남기도록 했다. 한시우 소유의 시범 장치에서만 가능한 변경이었다. 그러나 거절한 사실이 로그에 남으면 나중에 운영자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기혁 형사가 노트에 적었다. "상대가 계속 다른 이름을 찾더라도, 거절한 사람의 말은 삭제되지 않는다." 그 문장을 듣자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내가 여섯 번이나 기억을 잃어도 예전의 나가 남긴 거절을 볼 수 있다면, 다음의 나는 같은 함정에 쉽게 빠지지 않을 것이다. 수첩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미래의 나에게 선택지를 돌려주는 장치였는지도 모른다. 밤 열 시, 우리 팀은 긴급 회의를 열었다. 나는 이번에 문서 한 장만 가져갔다. 제목은 '대리 동의 금지, 원본 보존, 임시 귀가 상태'. 세 줄 아래에는 피해자가 직접 선택한 연락 방식과 현장의 대응 담당자를 적었다. 서아는 하나 더 덧붙였다. '미확인인 사람의 상태를 멋대로 확정하지 않기.' "법률 문서 같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무슨 일을 할 건지는 잘 알겠네." 유나가 말했다. 시우는 시스템 개선안을 일부 시범 장치에 적용할 준비를 했다. 남 형사는 협조 범위와 증거 보존을 점검했고, 강문석은 8시 30분 전에 승인 시각이 뒤섞이는 문제를 검증했다. 누군가는 전화로 현장을 챙겼다. 모두가 자기 할 일을 했다. 차도겸 한 명의 기억을 태워서 세상을 구하는 계획은 없었다. 회의가 끝나자 유나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그런데 네가 1998년 직원이었다는 기록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잖아." "맞아. 아버지의 이름으로 남은 항목이 내 현재 계정에 붙어 있어. 그걸 구분해야 해." "그러면 내일은 네가 위험해지는 거야?" "그럴 수 있어. 그래서 나 혼자 눌러야 하는 버튼이 있으면 안 누를 거야." 그녀는 안도하면서도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구태형 측의 운영자가 이번에는 내 이름을 직접 겨냥할 거라는 사실이 우리 모두에게 분명해지고 있었다. 남 형사는 현장에 가기 전 통신 방법을 확인했다. 시우는 소유 장비의 변경을 언제든 되돌릴 수 있도록 복구 절차를 준비했다. 서아는 예상하지 못한 승인 요청이 나타나면 추가 서명 대신 기록만 남기도록 순서를 정했다. "다들 살벌하게 준비하네요." 내가 말했다. "살벌한 게 아니라 평범한 안전 점검이에요." 시우가 답했다. "그동안 평범한 일을 안 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잖아요."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영웅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안전하게 일하는 편이 훨씬 든든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 계획표 맨 위에 '귀가 예정 연락'이라는 칸을 만들었다. 미래의 나도 가끔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고 돌아올 수 있어야 했다. 잠들기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아침에 일이 있어서 일찍 나가요. 이번에는 늦지 않게 돌아오려고요." "잘 다녀와. 못 돌아오게 되면 연락부터 해." "엄마, 그런 말 들으면 좀 무서운데요." "무서운 건 연락도 못 하게 되는 거지. 못 돌아오면 이유를 말해. 기다릴지 먼저 먹을지 내가 정하게." 나는 웃었다. 어머니의 말이 우리가 만든 계획의 마지막 조항처럼 느껴졌다.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사람과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각자 자신의 시간을 결정해야 한다. 새벽 네 시, 시우에게 최종 확인이 왔다. 시범 장치에서는 새 자동 승인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 장부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에는 생각지도 못한 문장이 있었다. [08:30 일괄 처리 대체 책임자: 차도겸] [과거 소속: 영병원 1998년 임시 기록실] 나는 화면을 세 번 읽었다. 1998년에 나는 어린아이였을 것이다. 아버지의 수첩에도 그때 내 손을 놓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런데 장부는 나를 그날 밤의 임시 기록실 직원으로 등록해 두었다. 이번에는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랐다. 누군가 과거에서부터 내 이름을 빌려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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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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